지진에 흔들린 게 어찌 땅뿐이었겠는가

홍찬선 편집인 2016. 10. 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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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레터]더 큰 지진에 대비한 피난 복구 대책 서둘러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찬선 편집인] [[편집인 레터]더 큰 지진에 대비한 피난 복구 대책 서둘러야]

▲홍찬선 더리더 편집인

2016년 가을, 한반도에 유령이 떠돌고 있다. 아름다운 파란 하늘에 어울리지 않는 유령은 지진(地震)의 공포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12일 밤, 경주에서 진도 5.8의 강진이 발생한 데 이어 420여회의 여진이 계속 이어졌다. 한반도에서 관측된 지진 가운데 가장 센 지진도 충격이었는데, 밤마다 집이 흔들리면서 경주 울산 포항 부산 등의 주민들은 불안에 떨며 지진 노이로제에 걸리고 있다.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정부와 학계의 그동안 확신은 근거가 없음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지진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해놓은 매뉴얼이 거의 없다. 매뉴얼에 대피장소로 나온 장소에 주택이 들어서 있을 정도이니, 그저 지진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중용(中庸)』에 “군자는 평소대로 거처하면서 천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한 것을 행하며 요행을 바란다(君子居易以俟命 小人行險以.幸)”는 말이 나온다. 지도자는 해야 할 일을 모두 다 한 뒤에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기는 반면, 소인은 제 할 일은 하지 않아 위험에 빠지면서 거의 일어나기 어려운 행운을 바란다는 뜻이다. 『중용』의 기준으로 볼 때 진정한 지도자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진과 화산, 홍수와 가뭄, 태풍 등 자연 재해는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천재(天災)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천지불인, 天地不仁)”고 갈파했다. 자연은 스스로의 생명과 질서를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이치에 따라 움직일 뿐, 사람의 사정을 고려할 정도로 어질지 않다는 뜻이다. 자연재해를 당한 뒤 사람들이 ‘하늘도 무심하시지’라고 한탄하는 것은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에 따른 것일 뿐이다.

개미나 잠자리처럼 하찮다고 무시하는 미물(微物)들도 자연재해가 닥치기 전에 온몸으로 느껴 나름대로 대책을 세운다. 높은 곳으로 이사한다든지, 뽕나무 뿌리를 물어다 둥지를 나무에 붙들어 맨다. 비록 부모님 무덤을 개울가에 만들어 비만 오면 떠내려 갈까봐 울어대는 청개구리와 쉽게 갈대에 둥지를 만들어 비바람 불때마다 불안에 떠는 박새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람이 동, 식물과 다른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생각은 몸으로 직접 겪지 않고도 앞으로 닥칠 일을 사전에 대비한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평화로운 시기에도 위기가 있을 것임을 생각하고(거안사위, 居安思危), 튼튼한 뽕나무에 붙들어 매는(계우포상, 繫于包桑) 유비무환을 실천하는 게 생각의 힘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보호다. 외적의 침입을 막는 것은 물론 자연재해로부터도 민생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정부의 존재의의다. ‘경주지진’에 무감각하던 정부도 여진(餘震)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활성단층연구’를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2017년부터 25년 동안 525억 원을 들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에 대한 교육과 신속한 정보 전달(공영방송을 통한 실시간 중계), 그리고 대피소 마련 등이다. 지진 등 자연재해는 사람의 사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이미 늦었는데, 내년부터 25년 동안 느릿느릿 시늉하듯 하는 건 막상 재해가 닥칠 경우 ‘때는 늦으리’의 유행가 가사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학적으로 볼 때 이 세상에 유령은 없다. 하지만 사회적, 정신적으로는 유령이 엄연히 존재한다. 지진처럼, 재앙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때, 두려움과 공포가 생긴다. 두려움과 공포를 제대로 관리하고 해소시키지 못하면 유령이 생긴다. 2016년 가을, 한반도에 떠돌고 있는 유령은 하루빨리 없애는 게 정부의 우선 과제 중 하나다. 지진에 흔들린 게 어찌 땅뿐이었겠는가?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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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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