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어폰 '에어팟'에 나타난 애플의 성공 방정식

마커스 크리스텐 인시아드 교수 2016. 10. 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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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최근 선보인 ‘이어폰 구멍 없는’ 아이폰7에 대해 IT전문가 사이에서 “애플의 장삿속이 반영된 디자인 변경”이라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이폰7은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연동해 쓰도록 디자인됐다. <사진 : 블룸버그>

아이폰7을 발표한 애플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전 세계 IT전문 블로거들은 애플이 무자비하게 내던져버린 기기의 변화에 애도를 표했다. 이번에는 3.5㎜짜리 오디오잭이 사라졌다. 어떤 종류든 줄만 달려있으면 헤드폰과 이어폰을 기기와 연결할 수 있게 해주던 138년 된 유물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 대체재로 등장한 것은 기묘한 모양의 이어폰 에어팟(AirPods)이다. 늘 기계와 묶여있어야 하는 불편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의심 많은 음모론자들은 애플이 고객을 자신들의 기술과 제품에 묶어두려는 수작에 불과하다고 꼬아보고 있다.

애플은 이번 결정에 대해 “용기(courage) 있게 내린 결단”이라고 표현했다. 소비자들이 대용량 배터리, 더 좋은 스크린, 더 좋은 스피커와 정교한 카메라 그리고 더 빠른 프로세서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도 밝혔다. 첨단기기 마니아들은 애플의 말에 별로 감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애플이 지금 만족시키려는 사람은 첨단기기 마니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애플이 노린 사용자는 전문가가 아닌,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일반인이다. 대부분의 아이폰 사용자는 기기가 가진 단순함을 높게 평가한다. 동시에 기술적으로는 정교하고 사용하기 편하다는 점을 매력으로 본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매번 이어폰이나 헤드폰과 기기를 연결하느라 핸드백을 열거나 호주머니에 아이폰을 넣고 다녀야 하는 귀찮은 현실에 지쳐가고 있다. 조깅하는 내내 얼키고 설키는 전선과의 싸움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힘겨워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속하는 나 같은 사람은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전선과의 싸움에서 해방될 적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애플이 이번에 보여준 오디오잭 제거를 단순히 초라해진 아날로그 기술을 없애버리는 차원의 문제로 넘기지는 말자. 애플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시장을 바꿔버림으로써 혁신에 성공하는 전략이다.



30핀 커넥터를 8핀짜리로 바꾼 라이트닝 커넥터. <사진 : 블룸버그>

행동 변화 끌어내는 퍼스트 무버

애플은 그동안 구시대 기술을 신기술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온 선구자다. 노트북에서 CD드라이브를 없애버리는 파격으로 경량화에 성공한 맥북에어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이란 타이틀을 선점했다. 다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30핀 커넥터를 없애고 8핀 라이트닝 커넥터를 선보이는 파격을 저질렀다. 이런 일을 벌일 때마다 애플은 ‘소비자를 봉으로 여긴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새로운 기기를 쓰고 싶으면 결국 기존에 쓰던 보조기기들을 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동시에 이들을 효과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내놓았다. CD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을 위해서는 맥북에어에 연결해서 쓸 수 있는 별도의 CD드라이브를 출시했고, 라이트닝 케이블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고객을 위해 30핀-라이트닝핀 호환 어댑터를 선보였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업계 2인자, 도전자 입장인 브랜드라면 놀랍게 받아들일 전략은 아니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시장 리더가 된 애플이 또다시 위험을 감수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첨단기술 등장으로 돈을 써야 하는 상황에 불평을 늘어놓는 소비자는 늘 있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이들은 결국 애플의 방식에 순응해왔다. 이것이 바로 컴퓨터부터 아이튠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혁신을 이뤄온 애플의 성공법이다. 기존 제품의 복잡성을 없애거나 줄이는 대신, 부가가치를 더하면서도 좀 더 쓰기 편한 다양한 요소에 주목하고 개선해가는 것이다.

혁신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세 가지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 첫째는 이해도 격차(understanding gap)다. 처음 신기술을 선보일 때 사용자에게 활용법을 이해시키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대중화에 성공할 수 없다. 최대한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매력도 격차(attractiveness gap)다.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기존 기술에 비해 무엇이 좋은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 편안함에 길들여진 사람은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낯선 기술을 선택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 분명하게 드러날 때 비로소 신기술을 택할 의지가 생긴다.

마지막은 행동 변화 격차(behavioural ch-ange gap)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사용자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기업이 먼저 파악하고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때 사용자에게 요구되는 변화폭이 너무 크면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하기 어렵다. 이처럼 혁신이란 첨단기술의 발명 하나로 성패가 갈리는 것이 아니다. 그 기술을 받아들이는 환경까지 조성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혁신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애플은 계속해서 첨단기술과 함께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사용자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냈다.



노트북에서 CD드라이버를 없애버린 맥북에어는 과감한 혁신으로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사진은 맥북에어를 발표하는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모습. <사진 : 블룸버그>

제품·서비스 혁신 두마리 토끼 잡은 애플

1 | 아이팟(2001)과 아이튠즈
뮤직스토어(2003)

2001년 등장한 아이팟은 mp3 플레이어는 물론 디지털 음악 시장을 완전히 재편하는 데 성공한 제품이다. 1990년대 말까지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은 청소년과 20대 등 첨단기술 활용에 능숙한 젊은층을 목표 고객으로 삼았다. 당시 유행하던 mp3 플레이어는 크게 두 가지 기술을 토대로 구분됐다. 값싸고 가벼운 대신 용량도 작은 플래시메모리 방식, 비싸고 무겁지만 용량이 큰 하드드라이브 방식이다. 그 틈새를 파고든 아이팟은 하드드라이브 방식의 대용량에 플래시메모리 방식의 이동성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34세 이상 성인을 공략했다. 무엇보다 동그란 휠 하나와 네 개의 버튼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간편한 사용법은 새로운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성인들에게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함께 제공한 아이튠즈는 디지털 음원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데다, 컴퓨터에 아이팟을 연결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동기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충전까지 해결하는 소프트웨어로 사용자의 충성도를 높였다.

아이팟의 성공에 불을 붙인 것은 2003년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다. 애플은 단순히 CD음원을 mp3에 담도록 변환하던 소프트웨어 아이튠즈를 디지털 음악 구매창구로 발전시켰다. 기기만 만들던 전통적인 제조업체가 디지털 음악판매라는 서비스업까지 함께 운영하는 복합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2010년 아이팟은 2억97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글로벌 mp3 플레이어 시장 70% 이상을 장악했다. 그해 10억곡 이상의 음악, 4억5000만편 이상의 TV프로그램, 1억편 이상의 영화, 3500만권 이상의 책을 갖춘 아이튠즈 뮤직스토어가 확보한 23개국 1억60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바탕으로 거둔 성과였다.



애플의 혁신은 첨단 제품과 함께 그 제품의 활용성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소프트웨어 시장을 열면서 성공을 거뒀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함께 등장한 아이튠즈는 뮤직스토어를 연 이후 단순 음원 변환 소프트웨어에서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으로 변신했다. <사진 : 블룸버그>

2 | 아이폰(2007)과 앱스토어(2008)

아이폰은 휴대전화 시장이 수없이 많은 종류의 피처폰과 스마트폰으로 양분됐던 시기에 등장했다. 당시 스마트폰은 컴퓨터 같은 성능을 갖추긴 했지만 눌러야 하는 버튼이 너무 많고 다루기가 어려워 첨단기술에 열광하는 소수만 사용하던 기기였다. 갖가지 모양과 크기로 출시된 피처폰의 디자인도 따라가지 못했다. 스마트폰업계의 후발주자였던 아이폰은 단순함을 무기로 삼았다. 모델은 한 가지로 단일화했고 극도로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선택했다. 버튼은 아예 없앴다. 가격은 비쌌지만 다양한 앱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어 계속해서 ‘진화할 수 있는 기기’라는 매력으로 사용자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2008년 앱스토어의 등장은 새로운 애플 생태계의 시작을 알렸다. 앱 판매수익의 70%를 떼어주는 상생 전략 덕분에 전 세계 앱 개발자들이 애플의 생태계로 속속 진입했다. 앱스토어의 활성화는 아이폰 판매량도 함께 끌어올렸다. 애플은 2010년 휴대전화 시장의 4%에 불과한 시장점유율로 전체 휴대전화 시장 순수익의 51%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고, 아이폰 판매량은 2011년 1억대를 돌파했다. 30만개 이상의 앱이 등록된 앱스토어는 총 100억건 이상의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했다. 제품을 내놓은 뒤 서비스를 융합해 사용자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방식은 이후 아이패드와 연계한 아이북스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인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애플은 운동 중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어팟과 애플워치를 활용해
건강 관리에 관심 많은 소비자를 길들여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블룸버그>

‘간편함’ 추구하는 일관성을 에어팟에 적용

애플의 혁신이 계속해서 성공을 거둔 비결은 혁신의 방향이 한결같았기 때문이다. 바로 사람의 삶을 간편하게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에어팟’도 큰 맥락에서는 그 연장선에 있다. 모양은 도끼자루처럼 기묘하지만, 그 덕분에 충전하기가 매우 편리하다. 전용 파우치 안에 넣기만 하면 충전할 수 있다. 그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혁신은 휴대전화와의 연동이 극도로 간편해졌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블루투스를 활용하는 기기는  사용할 때마다 연결을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에어팟은 파우치에서 꺼내놓기만 하면 곧바로 아이폰과 연동되며 귀에 꽂으면 아이폰이 이를 인식해 소리를 내보낸다.

물론 이번에는 다른 제품을 내놓았을 때보다 소비자가 적응하는 데 더 오래 걸릴 가능성도 있다. 최근 반응을 살펴보면 에어팟 분실을 우려하는 소비자가 많다. 고가의 에어팟을 몇 번이나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당분간 기존 제품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애플 소비자가 결국 애플 방식에 순응할 것으로 본다. 이번 아이폰의 변신은 2년 전 애플이 인수한 무선 이어폰·헤드폰 제조업체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자회사의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에어팟의 등장은 이 무선 음악감상 기술을 인류 생활의 주류로 끌어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애플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건강과 웰빙에 큰 관심을 보여온 기업이다. 애플워치는 걸음수와 함께 심장박동수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아마 앞으로 에어팟과 애플워치는 곧 휴대전화에 신경쓰지 않고도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조깅족(族)의 필수품 자리를 노릴 것이다. 그리고 애플은 이동할 때는 물론 격렬한 운동을 하는 중에도 기기를 편안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에 사용자를 길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애플이 에어팟을 통해 노리는 것은 포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점 판매량이 줄어드는 아이폰이 아닌, 애플워치나 아이팟과 같은 다른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계속해서 새로운 시장을 리드해나갈 것이다. 단순한 기술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친화적이며 직관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러므로 애플 소비자는 안심하고 애플의 새 제품을 받아들여도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강과 웰빙에 관심 많은 애플 팬이라면, 더더욱 에어팟 사용을 겁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 이 기사는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지식 공유 사이트 INSEAD Knowledge와의 정식 계약에 따른 번역 기사입니다. ⓒINSEA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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