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리더의 언어] 20대 직장인 상사병(上司病) 심각하다

김성회 김성회CEO리더십 연구소장 2016. 10. 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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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설문조사, ‘이직 생각해본 적이 있다’ 98.6%짝사랑 상사병(相思病)이 아닌 상사 때문에 걸리는 상사병(上司病)헝그리 정신, 무용담, 야근 강요 말아야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의 한 장면(일러스트레이션 양경수)/사진 제공=문학동네

20대의 젊은이가 누군가를 생각하면 머리가 어지럽고 일도 안 잡히고 현실도피하고 싶고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 불안한 증세를 보인다면? 아마도 상사병 증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먼저 할 것이다. 맞다. 상사병은 상사병인데 짝사랑의 상사병(相思病)이 아닌 상사 때문에 걸리는 상사병(上司病)이란다.

모질게 굴어 기를 꺾는 것도 상사병이지만, 비전을 꺾는 것도 상사병이다. 필자가 아는 K는 연봉 1억원의 멀쩡한 다국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직장인 대상 자기계발 커뮤니티의 운영자를 한다. 예전의 수입이 반절 이상 깎였음은 물론이다. 뛰쳐나온 이유를 물어보니 이랬다.

“내 직속상사는 나의 10년후 모습이 아니겠는가. 10년후 내가 그처럼 된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무릎나온 바지에 늘 충혈된 눈, 자기 생활이라곤 없는 채 일밖에 모르는 사축(社畜)이 되긴 싫었다”
조직 안은 정글이지만, 조직밖은 지옥이라며 한 조직에서 뼈를 묻을 것을 각오하고 살아온 기성세대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쉰세대는 “지구는 네모나다”며 늘 세상밖으로 나가길 겁냈는데 신세대는
‘지구는 둥글다. 나가면 기회가 있다’고 뛰쳐나간다. 세대차이를 겪어내는 당대인은 늘 ‘자신들이 특별히 힘든 것’같지만 사실 늘 존재하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젊은 직장인들 2년 내에 현 직장 떠나겠다?

누군들 신세대가 아니고 처음부터 쉰 세대였으랴. 각각 X세대니, Y세대니 신세대를 표방해왔지만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는 신세대중에서도 특별하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이방인을 넘어 외계인이라고. 특히 기성세대가 문제삼는 것은 조직 내 충성심이다.

딜로이트 글로벌의 ‘밀레니얼 서베이’(Millennial Survey)에 따르면 1982년 이후 출생해 학사이상 학위를 소지한 전 세계 29개국 7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44%가 ‘기회만 주어지면 2년 내에 현 직장을 떠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한 잡포털이 밀레니얼세대 신입사원 49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이보다 더 심각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98.6%에 달했고. 애사심이 없다고 노골적으로 답한 이는 75%였다. 로열티가 없는 이유는 ▲보수, 복지가 성에 안찬다(30.9%) ▲소통되지 않는다(27.6) ▲회사 발전가능성이 낮다(19.5)▲ 닮고 싶은 롤모델선배가 없다(14.6)의 순이었다.

상반기 출간되어 인기를 끈 책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브루스 포(Bruce N. Pfau)KPMG 인력개발소통부 부사장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밀레니얼세대가 일터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에서 사실 이들의 조직내 소망은 기성세대와 대동소이하다고 말한다.

“내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인가? 내 상사는 전문성과 성실성과 비전을 가진 롤모델인가? 내가 이 직장에서 내 능력을 발휘해 성장할 수 있는가? 재정적 보상이 공정할 뿐아니라 조직문화면에서 구성원을 인간적으로 존중해 대우하는가? 일 자체가 재미있고 할 만한가?

고성장 기성 세대는 승진과 보상, 저성장 밀레니얼 세대는 의미와 재미가 우선

사실 이들 질문은 이전 기성세대에게도 중요한 이슈 아닌가. 문제의식은 같되 대응과 실행방식이 보다 더 적극적이란 차이가 있을 뿐이란 것이다. 한 경영컨설턴트는 ’직장생활의 보람=의미+재미+물질적 보상의 재(財)~~미‘의 공식으로 정리했다. 고성장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는 승진과 인센티브의 재(財)~미로 의미와 재미를 희생시킬 수 있었지만 저성장시대의 밀레니얼 세대에겐 ’의미와 재미‘가 한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세대란 영어로 제너레이션(generation)으로 동사 generate에서 유래했다. bring forth 즉 일으키고 초래한다는 뜻이다. 한자로는 세대(世代), 세(世)는 매듭 혹은 벌어진 나뭇가지의 상형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가닥(한 가지)의 매듭이 10인데 세 개를 이어놓은 것으로 30을 뜻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대(代)는 사람 인과 주살 익(弋)으로 다른 사람으로 바꾸다, 대신하다는 뜻이 되었다.

세와 대의 뜻을 합하면 30년을 단위로 새로운 세대가 구세대를 대체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영어나 한자나, 결국 세대는 새로운 문화를 일으켜 구세대를 대체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세대에서 차이와 갈등은 이상한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신세대가 구세대와 같다면 젊은이가 아니라 애늙은이일 뿐이다.

헝그리 정신 운운하다 앵그리버드 만든다

이들 밀레니얼 세대의 롤모델까지는 언감생심 힘들더라도 최소한 상사병을 일으키는 상사는 되지 말자. 그러기 위해 다음 몇가지를 명심하자.

첫째, “요즘 친구들은 헝그리 정신이 없어.”헝그리 찾다 앵그리버드 만든다.
“요즘 신세대는 열정이 부족해, 우리 때와는 달리 헝그리정신이 없어. fashion만 능하지, passion이 없어”란 말로 폄하하지 말라. 본전도 못찾고, 조롱만 일으키기 십상이다. 편한 것만 추구하고, 디지털기술, 프리젠테이션 기술만 능한 채 알맹이가 부족하다고? 그러면서 슬며시 액셀, 파워포인트 일은 다 몰아 시킬 때, 신세대는 앵그리 버드가 된다. ‘그깟 엑셀 ...그 지엽적 기술이라면서, 왜 그 뜨거운 열정과 헝그리 정신으로 못배우냐고요? 하면서...열정은 입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보여야 전염이 된다.

둘째, “우리 때는 말이야. 너희가 그때를 알아”, 복고풍 무용담(武勇談)이야기하다 무용(無用)상사가 된다.
상사병을 불러 일으키는 상사들이 잘하는 말중 하나가 “우리 때는 말이야, ...”다. 상사의 무용담은 신세대에게 무용(無用)하다. 모든 추억이 그렇듯 상사의 무용담 또한 상당부분 미화돼있고 포장돼있다. 전제와 풍토가 바뀐 상태에서 그닥 유용하지도 않다. 밀레니얼 세대역시 “우리 때는...”하고 말할 때 밀리지않고 대거리할 거리가 있다. “고성장의 파도를 타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을 뿐이지 당신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것이라 착각하지 말라”고. 차라리 진솔하게 실수담을 들려주는게 한결 상사의 권위를 회복하고, 본전찾는 방법이다.

셋째,“나는 월화수목금금, 야근,주말근무를 밥먹듯이...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한다” 양보다 질을 강조하라.
밀레니얼 세대는 “성과의 지표는 질이지, 양이 아니다”라고 마음속으로 반발한다. 기성세대에게 “000는 24시간 쉬지 않습니다”는 가슴뛰는 열정의 카피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겐 “그렇게 일하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란 질문이 먼저 날아온다. 성과의 분명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 상사와 눈도장 찍는 의리야근으로 ‘성실’을 증명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근무시간보다 몰입시간을 강조하라.

◆ 리더십 스토리텔러 김성회는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각 분야 리더와 CEO를 인터뷰했다. 인문학과 경영학,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통섭 스펙’을 바탕으로 동양 고전과 오늘날의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엮어 글로 쓰고 강의로 전달해왔다. 저서로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성공하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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