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국감 복귀]7일 단식에도 '곱지않은 여론'..'백기' 이정현, 정치적 상처

김진우 기자 2016. 10. 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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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민생 외면한 자승자박…‘최순실 게이트’ 일부 희석 효과
ㆍ정국 출구 막고 청와대만 바라보는 ‘당무수석 대표’ 평가

추미애 대표 “단식 멈추세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운데)가 2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해 7일째 이어진 단식으로 탈진한 이정현 대표 손을 잡고 단식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58)가 2일 단식을 중단했다. “의회민주주의 복원”을 기치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면서 단식투쟁에 들어간 지 일주일 만이다.

이 대표는 “목숨까지 바친다”고 했지만, 7일간의 단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다. 집권여당 대표가 정국 출구를 꽉 막은 데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자승자박’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단식이 국민들의 안타까운 감정만 ‘고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식 7일 만에 중단…병원 이송

이 대표는 이날도 국회 대표실에서 누워 있었다. 일주일째 이어진 단식으로 복통에 경기 증상까지 보이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혈압, 혈당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혈당이 70㎎/dl까지 떨어졌으며, 60㎎/dl 이하 시 쇼크 발생이 매우 우려된다는 의사 소견도 있었다”며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국회 대표실에는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호소하는 발길들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누워있는 이 대표의 손을 잡고 “국회에서 논의를 못할 일이 뭐가 있냐. 오히려 꽉 막히고 불가능할 때 정치력도 보이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틀 만에 다시 이 대표를 찾아 “고집을 그만 피우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 주변에선 그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열린 의원총회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민생과 국가현안을 위해 무조건 단식을 중단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 대표의 단식 중단으로 ‘숨통’이 트인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복귀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이 대표는 의총 직후 비상대기 중이던 응급차에 실려 인근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치적 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

이 대표의 단식 중단으로 새누리당은 국감 복귀의 명분을 마련하고, 향후 정국 주도권을 놓고 야당과 맞붙을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 대표로서도 국감 보이콧을 두고 벌어진 당 안팎의 잡음을 정리하고, 리더십을 새롭게 다질 기회를 잡게 됐다.

하지만 이 대표의 ‘7일 단식’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 대표가 뚜렷한 소득 없이 단식을 그만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떨어진 정치적 위상이 회복될지도 미지수다. 이미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의원들의 국감 복귀를 돌연 선언했다가 의원총회에서 거부돼 타격을 입은 상태다.

특히 이 대표는 유례없는 집권여당 대표의 단식 투쟁으로 새누리당 국감 보이콧을 앞장서 몰아붙였다. 그 과정에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비선개입 의혹 등 청와대로 향하던 칼날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봤지만, 청와대만 바라보는 ‘당무수석 대표’라는 평도 얻었다.

이 대표 스스로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출구를 막아버려 새누리당은 끌려가는 상황이 된 측면도 있다. 이를 두고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와 유사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로 인해 당이 치명타를 입을 뻔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와 여당이 무수히 외쳤던 ‘민생 우선 정치’가 빈말이 됐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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