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이사진에 '최순실 라인'.. 비선 실세의 그림자

김정우 2016. 10. 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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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한겨레신문 제공

재단법인 미르ㆍK스포츠를 둘러싼 의혹은 정권의 막후 실세와 재계, 문화계 인물들이 등장하며 확산되고 있다. 허위서류를 통한 설립 허가, 단기간에 대기업들한테서 770억원대의 모금 성공 등 재단 설립에 대한 의문점들은 1983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대비해 재벌기업들에서 반강제적으로 500억원을 끌어 모은 일해재단의 사례를 떠올리게 만든다. 얽히고 설킨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정권실세의 ‘입김’으로 재단이 설립된 정황을 암시하고 있다.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은 역시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였던 고 최태민(1912~1994) 목사의 다섯째 딸인 그는 2014년 말 이른바 ‘국정개입 문건 사태’의 주인공이었던 정윤회(61)씨의 전 부인이다. 당초에는 정씨가 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됐지만, 검찰 수사에서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면서 “사실 박 대통령과 절친한 것은 최씨이고, 정씨는 그의 남편이라는 점 때문에 과대포장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진정한 ‘비선실세’는 다름아닌 최씨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미르ㆍK스포츠의 재단 설립ㆍ운영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최씨가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올해 2월 K스포츠의 2대 이사장에 오른 정동춘(55)씨는 최씨가 5년간 단골로 드나들었던 서울 신사동 소재 운동기능회복센터(CRCㆍ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체육계에서 명망이 높았던 인사는 아니어서, 최씨가 재단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 재단 설립과 함께 초대 이사장에 오른 정동구(74)씨는 한 달 만에 사임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정씨와 함께 센터를 운영했던 이모씨는 “(정씨 선임 전에) 최씨로부터 이사장직을 제안받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다”고 언론에 밝혔고, “작년 가을쯤 이씨가 ‘재단 설립에 필요하다’며 몇몇 요청을 해 왔다”는 이씨 지인의 증언도 있다. 최씨가 재단 창립 이전인 지난해 9~10월쯤부터 이미 K스포츠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사실상 ‘몸통’ 역할을 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씨는 또 미르재단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복 디자이너인 김영석씨가 미르 이사에 선임된 게 대표적이다.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 때 입은 340만원짜리 한복을 만들었는데,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씨가 한복 주문을 했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미르 기획자로 지목된 인사는 차은택(47)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다. 광고감독 출신으로 최씨와 각별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눈길을 끌었다. 그가 기획한 행사마다 박 대통령이 참석한 데다, 작년 1월에는 1급 고위공무원인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발탁돼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렸다. 미르 재단 창립 때 선임된 이사진 7명 중 김형수 초대 이사장을 포함한 3명이 차씨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다.

기업들에서 자금을 끌어 모은 역할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한 것으로 지목된다. 재단 설립 때 안 수석은 재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다. 그는 “전경련이 알아서 모금한 것”이라고 자신의 개입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청와대와 대기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실무적인 ‘모금 창구’를 담당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이들에 맞서다 내쳐진 인물로 등장한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기밀 누설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전 특별감찰관이 지난 7월 미르와 K스포츠의 모금과 관련해 안 수석에 대한 내사를 벌이다 ‘괘씸죄’에 걸렸다는 설이 불거져 나왔다. 청와대는 그가 8월 29일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지 않다가 미르ㆍK스포츠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지난달 23일 갑자기 수리했다. 지난달 30일 예정돼 있던 이 전 특별감찰관의 국정감사 기관증인 출석을 막으려는 청와대의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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