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사의 자녀수 많은 이유 정책에 반영해야
1.24명 대 2명+α. 우리나라의 전체 합계출산율과 교사 절반의 출산율 통계를 비교한 것이다. 교사의 자녀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는 수치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15∼49세)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아기의 수를 말한다. 2일 정부 부처들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교사의 50.6%는 자녀수가 2명 이상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자녀수가 2명 이상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59.5%) 부산(57.7%) 대구(57.3%) 울산(57.0%) 전북(56.9%) 순이었다. 경북(47.4%) 서울(47.3%) 경기도(43.2%) 세종(40.6%) 등은 평균치를 밑돌았다. 조사 대상에는 미혼 교사와 출산 가능 나이를 지난 교사가 포함돼 있어 교사의 자녀수는 다른 근로자의 자녀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8명까지 떨어졌다가 2012년 1.30명으로 높아졌지만 지난해 1.24명으로 추락했다. 심지어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0.08명 감소한 1.16명으로 나타났다. 저출산이 아니라 초저출산의 늪에 빠진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교사의 출산율이 ‘2명+α’인 것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인구절벽’을 우려하는 국가와 정부에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교직은 다른 직종보다 직업의 안정성이 높고 평일 근무시간이 짧은 편이다. 여름과 겨울방학을 포함하면 근무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특히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여성 교사의 육아휴직 기간은 3년으로 일반 회사원의 1년보다 훨씬 길다. 자녀를 2명 낳으면 6년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육아휴직으로 결원이 생기면 대체인력을 바로 투입할 수 있다. 조직이나 동료 교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가정 양립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임시방편 대책을 내놓는데 그쳤다. 부처마다 재탕·삼탕 정책만 쏟아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저출산 기조를 되돌리지 못했다. 정치권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아동수당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효과도 검증하지 않고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유권자를 현혹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무책임한 자세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와 국회가 진정으로 국가 미래를 걱정한다면 실효성 있는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하는 원인을 찾아 대수술을 해야 한다. 열악한 취업·주거·보육 환경 해결, 저임금·경력단절로 신음하는 여성의 처우 개선, 근무시간 조정과 양성평등 실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일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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