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포켓몬 go'? '성지' 속초에 다시 가보니..

정지혜 2016. 10. 2. 14: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켓몬 go' 열풍 두 달이 남긴 것
“엑스포공원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적 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몰렸죠.”

지난 두 달여 강원도 속초를 휩쓴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 열풍에 대해 속초시청 관계자 한모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속초는 7월 중순 언론에 포켓몬 고 미출시 국가인 한국에서 유일하게 게임이 가능한 ‘포켓몬 고 성지’로 알려지고 휴가철과 겹치면서 올 여름 평소보다 많은 관광객을 맞았다. 서울∼속초 간 고속버스 운행이 하루 36회에서 72회로 늘어났고 아예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포켓몬을 잡으러 오기도 했다. 현지 주민, 관광객 할 것 없이 포켓몬 사냥 삼매경에 빠졌고 포켓몬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 정보, 여행 후기 등이 활발히 공유됐다.

◆속초·간절곶… ‘포켓몬 특수’ 누렸나

지난 27일 찾은 속초는 이 같은 포켓몬 고 광풍이 한 차례 지나가고 다소 차분한 모습이었다. ‘태초 마을 입구, 전설을 찾아서’라는 현수막 외에 ‘속초마을’에서 포켓몬 열풍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서울 명동만 해도 피카츄 인형이 즐비하고 포켓몬 그림이 그려진 화장품 등이 인기인데 포켓몬이 서식한다는 이곳은 오히려 관련 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게임은 되지만 정식 출시는 안 된 지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다보니 일어난 아이러니다. 포켓몬고코리아 측에서 속초시청을 방문해 “저작권 문제로 ‘포켓몬 go’라는 명칭뿐 아니라 포켓몬 관련 상품도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 곳곳에 포켓몬 고 여파는 남아있었다. 평일 낮인데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속초해수욕장과 엑스포공원 등 포켓몬 주요 출몰지역으로 알려진 명소에는 여전히 포켓몬 트레이너(포켓몬 사냥에 나선 플레이어)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우비와 방수팩으로 무장한 채 포켓몬을 잡고 포켓스탑(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는 곳) 근처를 빙글빙글 도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양손에 스마트폰을 하나씩 들고 포켓몬 사냥에 빠져들거나 포켓몬이 자주 출몰하는 ‘명당’을 떠날 수 없어 그 자리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진풍경도 여전했다.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여행정보센터 관계자는 “피서철과 맞물려 전국 각지에서 포켓몬 관련 많은 인파가 방문했고 지금도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포켓몬 출몰 지역으로 알려진 간절곶 역시 일대 상가들이 올 여름 평년 대비 2∼3배 늘어난 매출을 올렸다. 광복절 연휴 동안에는 일평균 2만여명이 찾아 정점을 찍었다. 울주군에 따르면 휴가철 성수기가 끝나고도 일 평균 주중 1000여명, 주말 2000여명 수준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강원도 속초에서 플레이 한 ‘포켓몬 고’. 게임화면 캡처

◆한 물 갔으니 끝? 이제부터가 시작

국내 정식 출시도 되지 않은 데다 AR 게임이라는 초반의 호기심도 사라지면서 확실히 포켓몬 고 열풍은 한풀 꺾였다. 하지만 그저 ‘한 물 갔다’거나 ‘반짝 인기에 그쳤다’고만 볼 일은 아니다.

포켓몬 고의 성공은 여전히 기록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켓몬 고는 5억달러(약 5455억원) 매출 돌파에 63일이 걸려 모바일 게임 사상 최단 기간 매출 상승을 올렸다. 캐주얼 장르 게임으로 엄청난 흥행을 일으킨 ‘캔디크러시사가’보다 3.3배 빠른 단기 매출이다. 현재 속도라면 연내 10억달러 매출 기록도 가능할 전망이다. 애플이 지난 7일(현지시간) 아이폰7 공개에 앞서 ‘애플워치용 포켓몬 고’를 발표한 것은 이 같은 업계의 기대를 잘 보여준다.

예외적으로 일부 지역에서 포켓몬 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을 두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AR 콘텐츠를 비롯해 국내 게임산업 발전에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줬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발전 못지않게 ‘포켓몬스터’ 같은 탄탄한 스토리와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자체 IP를 구축해 가고, 이러한 게임을 갖게 되었을 때 문화·관광 관련상품화는 어떻게 시킬지 등을 고민하는 ‘큰 그림’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VR도 AR도 아직은 생소한 국내 게임업계는 벤처나 중소업체 위주로 관련 게임을 개발하는 걸음마 단계이다. 대기업보다 신생업체가 대부분인 만큼 규제나 투자, 지원 등에서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조성돼야 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 같은 대기업은 결국 시장이 다 조성되고 나서 뛰어들면 그만이니 절대 먼저 VR게임 등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연구에 나서는 게임벤처 등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속초=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