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현금 단순 살포가 저출산 대책일지 의문

세종=정현수 기자 2016. 10. 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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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1926년에 도입했다지만..재원 문제와 효과에 대해선 정부 내 신중론 커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뉴질랜드는 1926년에 도입했다지만…재원 문제와 효과에 대해선 정부 내 신중론 커]

최근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언급되는 단어가 '아동수당'이다.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출산율 제고를 위해 월 10만~30만원 정도의 수당을 아동들에게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표면적으로만 봤을 땐 반가울 수밖에 없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중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국내 보육체계와 재원 문제, 외국의 사례 등을 볼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게 그 이유다.

아동수당을 가장 빨리 도입한 국가는 뉴질랜드다. 뉴질랜드는 1926년 세계 최초로 아동수당을 도입했다. 이어 프랑스(1932년), 영국(1945년), 스웨덴(1948년) 등이 경쟁적으로 아동수당 도입국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 90여개국이 아동수당을 도입한 것으로 나온다. 국제 비교에 자주 활용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아동수당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 터키, 멕시코 정도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나라도 아동수당 도입 여건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여건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육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나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모두 아동수당에는 회의적이다.

정부 신중론의 1차적 배경은 재원이다. 아동수당은 연간 25조원(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안) 또는 15조원(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의 재원이 필요하다.

목적세 신설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목적세는 결국 증세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정부로선 부담이다.

정부 당국자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재원보다 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아동수당이 출산율 제고에 실제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당초 출산율 제고를 위해 아동수당을 도입하지 않았다. 1930~1950년대에 주로 아동수당이 도입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선진국들이 아동수당을 도입했던 것은 가족들의 최저생계비용 지원, 아동복지와 맞물려 있다.

즉, 가족이 많을수록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는 것에 착안해 아동수당을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있겠지만 아동수당을 도입한다고 바로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장담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가 신중론을 펼치는 이유다.

물론 프랑스처럼 아동수당이 출산율 제고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일찌감치 저출산을 경험한 프랑스는 아동수당을 출산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했다. 프랑스가 다른 나라와 달리 둘째 자녀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이유다.

하지만 프랑스는 아동수당 외에도 가족보조금, 가족지원수당, 한부모수당, 양육수당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책을 운영 중이다. 단순 비교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과거 아동수당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한 적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아동수당을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무상보육, 가정양육수당 등의 제도가 도입될 때도 아동수당이 추가로 검토됐다.

하지만 그 때마다 신중론이 우세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동수당의 효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며 "막대한 재원은 국민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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