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시대 간담회, "밥때 피하고 볼펜도 안 건드려"

구유나|김남이 기자|기자 입력 2016. 10. 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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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간담회에 식사 가격 묻기도..호텔에서 중식당으로 장소도 변경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김남이 기자] [점심 식사 간담회에 식사 가격 묻기도...호텔에서 중식당으로 장소도 변경]

청탁금지법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한 음식점에 '김영란법 메뉴'가 붙어있다./사진=이기범 기자

#A기업 대표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은 식사를 하면서 진행하겠습니다"라는 안내말에 장내가 순식간에 웅성웅성해졌다. 기자들 사이에서 "먹어도 되냐"고 걱정하거나 "(식사) 가격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몇 명은 아예 자리를 떴다. '회사 로고'가 박힌 볼펜과 텀블러(1만원 상당) 등 기념품을 집어가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기업공개) 기자간담회 풍경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9월28일) 후 처음으로 열린 IPO 기자간담회는 평소와 달리 조금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기업들은 증시 상장을 앞두고 통상 2~3주 전에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 회사 소개와 공모 및 상장 후 계획 등을 발표하는 자리다. 대표이사 또는 임원의 회사 소개 이후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는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 증시 다루는 기자들이 간담회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점심시간에 간담회를 여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일부 특정 기자가 아니라 관련 기자를 모두 초정하는 기자간담회는 공식적인 행사에 해당해 ‘3·5·10만 원’으로 대변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가액기준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간담회를 준비한 관계자는 "기업과 기자들도 '지킬 건 지키자'는 분위기"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를 해 김영란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담으로 느끼는 업체와 기자가 많아 간담회 등 각종 행사가 간소해질 전망이다.

30일 열린 B사의 IPO간담회는 장소를 호텔에서 인근 중식당으로 옮겼다. 공식적인 기자간담회여서 비용 등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소를 바꾸었다. 식사는 예정대로 진행했으나 기념품은 아예 준비하지 않았다.

행사 관계자는 “우선은 무조건 조심하자는 게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참석하는 기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라며 “평소에 간담회를 하던 장소가 아니면 의심을 받을 수가 있어 기존 행사장으로 기업들이 몰릴 것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연말 IPO를 앞둔 기업들이 많아 좋은 시간대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기업 법무팀이 나서 김영란법을 점검하고 행사 가이드라인을 내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IPO를 앞둔 C사는 법무팀의 지적에 간담회 일정을 오후 2시로 늦췄다는 후문이다. 점심식사 대신 떡이나 과일 등 간단한 다과를 준비할 계획이다. 다른 기업들도 이 같은 일정을 검토 중이다.

구유나 기자 yunak@,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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