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놓고 여소야대'..노통→박통, 13년만의 데자뷰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입력 2016. 9. 3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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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전 노통에게 법인세 인하 압박했던 여소야대..이젠 박통에게 증세 압박
시간은 돌고 돈다. 여소야대 상황에 밀려 자신의 입장을 꺾고 법인세를 인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황이 13년만에 거꾸로 법인세 인상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 앞에 펼쳐지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국민의 당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2%p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더민주는 과표 500억원 이상 기업에, 국민의당은 과표 200억원 이상 기업에 24%를 적용하자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두 야당이 모두 법인세 증세로 가닥을 잡으면서 가능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야당이 법인세 인상 입장을 밝히자 세정 당국은 13년 전을 떠올리며 벌써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릴 것이냐 내릴 것이냐 방향만 바뀌었을 뿐, 정치적 상황은 지난 2003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법인세 인하 상황과 꼭 닮아있기 때문이다.

◇ 법인세 인하 안 된다던 노무현 꺾은 여소야대 정국

13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법인세 인하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2003년 3월 5일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조세 형평이 후퇴되는 일은 절대로 없다는 점을 확실하게 해둔다”고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재벌 대기업들이 대부분 혜택을 보기 때문에 조세형평을 저해하게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이에 당시 재정경제부도 당장 법인세를 인하할 형편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다수당이던 한나라당은 2003년 하반기에 법인세를 과표 1억원 이하 기업은 15%에서 13%로 2%p, 과표 1억원 이상은 27%에서 26%로 1%p씩 인하하는 감세안을 내놓고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은 내분을 거듭하다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열되면서, 여당은 그야말로 소수당으로 전락하고 만다.

버티던 노 전 대통령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한나라당과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법인세 최고세율을 2%p 인하하는 대신, 시행시기를 1년 늦추는 타협안이 등장하게 되고, 법인세는 2005년 인하됐다.

◇ 법인세 인상 요구하는 거대야당...증세 없다는 박근혜 꺾을까

그런데 지금은 법인세를 인하가 아닌 인상 쪽으로 방향만 달리한 채, ‘데자뷰’라고 부를 만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다수를 점한 야당인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수당이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내분 상황을 보이면서 입장 정리를 좀처럼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게 닮았다.

여기에다 조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대기업만이라도 법인세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기업의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는데, 반대로 국세 차원에서는 근로소득세 부담이 늘어나고 법인세 부담은 줄어들었다”며 “조세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법인세 인상을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박근혜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 밀려 결국 법인세 인상을 타협하게 되는 13년 전 노 전 대통령의 '거꾸로 데자뷰'를 연출하게 될지 주목된다.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58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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