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사태, '제2금융위기'로 번지나..글로벌 은행 건전성 악화도 문제

이선목 기자 2016. 9. 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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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 사태에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이체방크 위기가 글로벌 은행의 건전성 문제로 번지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온 
제2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까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사진=블룸버그 제공

◆ 도이체방크 공포감에 투자 회수 나선 헤지펀드…주가 급락·위험지표 상승

당장 공포감에 휩싸인 일부 헤지펀드들이 도이체 방크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일부 헤지펀드들이 도이체방크에서 자금과 파생 상품 등을 빼내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밀레니엄 파트너스와 카풀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마그네타캐피탈, 밀레니엄 매니지먼트, AQR캐피탈 매니지먼트 등 10여개 헤지펀드들은 이날 도이체방크로부터 유가증권과 현금 등을 회수해 다른 은행으로 옮겼다. 외신들은 도이체방크 사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노출액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 법무부가 지난 15일 도이체방크에 부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를 불법 발행·판매한 혐의로 벌금 140억달러(약 15조3902억원)를 부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도이체방크의 시가총액(168억달러)의 80%가 넘는 수준이다. 쌓아둔 충당금도 지난 6월 말 기준 62억달러 정도다. 블룸버그는 “벌금을 내고 나면 자본력이 크게 손실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불안이 커지면서 유럽 증시에 상장된 도이체방크 주가는 장중 10.18유로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도이치방크 주가(ADR)는 6.7% 급락했다. 도이체방크 공매도율도 전날 2.4%에서 3.1%로 올랐다.

기업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도이체방크 5년물 선순위 채권 신용부도스와프(CDS) 가격도 여섯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6일 도이체방크의 5년물 CDS 가격은 2.28%포인트 급등했다. 후순위 채권 CDS도 4.59%포인트 올랐다.

◆ 도이체방크, 회생 가능한가…獨 정부 구제금융 시행 전망은 엇갈려

도이체방크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독일 정부가 구제금융을 시행할 지 여부에 대해서부터 논란이 있다.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발언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르켈 총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국은행 구제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7일 도이체방크에 대한 구제금융 관련 질문에 “도이체방크는 독일 은행과 금융산업의 일부분”이라며 “그들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성과를 잘 내기를 바란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대표(CEO)도 최근 독일 일간지인 빌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독일 정부의 구제금융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결국 도이체방크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마르셀 프라체 DIW 경제연구소 대표는 “도이체방크는 독일이 가진 유일한 글로벌 은행”이라며 “상황이 심각해지면 독일 정부가 구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 신뢰’…자체 구제 노력에는 적극적

도이체방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신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벌금 부과 사실만 가지고 헤지펀드들이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회수를 선택하는 것을 결국 신뢰 부족이라는 것이다. 외신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온 리먼 브라더스 붕괴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고 전했다.

크리스 휠러 애틀란틱 에퀴티 애널리스트는 “도이체방크의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의 신뢰”라며 “투자자들은 도이체방크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에 대한 불안으로 자금을 회수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도이체방크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보는 쪽도 있다. WSJ는 ”리먼 브라더스가 도이체방크보다 이런 상황에 특히 취약했다”며 “도이체방크는 고객 기반이 다양하고 충분한 유동성도 보유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2015년 하반기 기준 도이체방크의 자산 규모는 1조8000억유로(약 2220조원)에 달한다. 또 자금 회수가 확인된 헤지펀드 10여곳 외에 200개 이상의 헤지펀드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자체적인 회생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28일 영국 생명보험 자회사 애비라이프를 10억유로(약 1조2000억원)에 매각했다.

또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대표는 2015년 취임 직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2년 연속 배당을 동결했고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등 10여개 해외 사업을 철수했으며, 약 1만5000명 인력 감원에 나설 계획도 밝힌 상태다.

◆ 연이은 글로벌 은행 스캔들…세계 금융시장 위기 경고 나와

한편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건전성 문제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최근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 독일의 2대 은행 코메르츠방크를 둘러싼 경고음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코메르츠방크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코메르츠방크는 배당금을 삭감하고 오는 2020년까지 정규직원 9600여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직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코메르츠방크는 이를 통해 11억유로(약 1조358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전했다.

웰스파고는 최근 ‘유령계좌’ 스캔들에 휩싸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업력을 바탕으로 은행 경영의 성공사례로 꼽혔던 웰스파고의 경영 방식이 사실상 허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은행과 금융서비스 기업 38곳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유럽은행·금융서비스 지수는 9월 들어 4.2% 하락했다.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렵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이뤄진 6월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또 미국 금융기관 24곳에 대한 KBW 은행지수도 올해 들어 4.6%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유럽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들이 건전성 문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존 루콤닉 미국 투자자책임연구센터(IRRCi) 이사는 “은행마다 각각 사정이 다르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은행들이 복잡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욕심에 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결의를 상실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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