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목 끈, 아이슬랜드의 정치실험..'해적당' 급부상

CBS노컷뉴스 정병일 기자 2016. 9. 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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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진보 공약 내세워 집권 문턱, 극우 정당들과는 달라
아이슬랜드 해적당 집회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유럽에서 극우 정당들이 약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과는 사뭇 다른 아이슬랜드 '해적당'의 부상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엑스(X)자로 교차한 뼈들 위에 애꾸 해골을 그린 '해적기'를 공식 상징으로 쓰고 있는 아이슬랜드의 '해적당'은 다음달 29일 치러질 이 나라의 총선에서 20%이상의 지지를 얻어 제1당이 될 것으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예측되고 있다.

인구 33만 6천 명으로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아이슬랜드는 통상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당은 나오지 않아 연립내각을 구성해왔기 때문에 해적당은 실제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다면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독립당’과의 연정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슬랜드 해적당은 저작권 적용 완화, 마약 불기소, 비트코인(bitcoin, 디지털 가상화폐)의 통화 인정 등 기성 정당들에서는 볼 수 없는 공약을 내거는 한편으로 미국 NSA의 비밀사찰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대한 망명 허용 방침 등 진보적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영국의 독립당이나 프랑스의 국민전선(National Front), 독일의 AfD 등 극우정당이나 반 긴축정책을 내세우는 그리스의 시리자(Syriza)와 같은 급진 좌파 정당과도 다르다고 로이터통신이 평가했다.

아이슬랜드 해적당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당수(사진=유튜브 캡처)
해적당은 국제 저작권법에 항의하는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정보 공유와 표현의 자유, 인터넷상의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주장하고 저작권법과 특허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정당이다.

2006년 스웨덴에서 처음 창당된 뒤 독일과 프랑스 등으로 확산됐다. 2010년엔 해적당 인터내셔널(Pirate Parties International, PPI)이 결성됐으며 현재 22개 국가의 해적당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유럽의회와 독일의 지방의회에서 의원들을 배출하는 등 제도정치권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이슬랜드 해적당은 2012년 창당돼 이듬해 총선에서 63석중 3석을 차지하며 의회에 진출했다. 그러다 올해 4월 사상최대규모의 조세회피 자료인 ‘파나마페이퍼’ 유출사건이 터진 뒤 여기 연루된 총리와 대통령이 조세회피 의혹으로 물러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부패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에 반부패 공약을 내건 해적당의 지지율이 2013년의 5%에서 올해 4월 파나마페이퍼 사건 직후엔 약 40%까지 치고 올라갔다.

아이슬랜드의 경제여건도 안정적이어서 해적당의 집권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아이슬랜드의 1인당 총수입은 2015년 5만 달러로 유럽연합 평균인 3만 4,435달러보다 높다.(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전엔 6만 달러) 올해 경제 성장률은 관광붐에 힘입어 4.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업률도 3.1%에 머물고 있다.

해적당은 집권시 안정적인 경제 운용을 다짐하고 있으며 해적당 집권에 대해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조짐도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해적당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당수는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해내려 하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하고 있다. 첫 임기에 경제에 많은 파장을 일으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극적인 일들을 하지 않을 것이며 (은행들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자본통제를 계속 확대할 것이다. 우리는 재정 분야에서 극적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세계적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도 해적당의 집권이 공공재정의 신중한 관리에 대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아이슬랜드 주류 정당들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이후 경제 회복에 성공한 실적을 강조하면서 해적당의 정책 경험 부족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해적당은 그들의 정체성 때문이 아니라 기성 정치세력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아이슬랜드 독립당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해적당이 총선에서 제1당이 되면 연립내각을 구성하겠지만, 시인인 욘스도티르 당수는 총리가 되지 않겠다고 한다. 그녀는 "권력이 있는 지위를 수락하는 대신 의회내에서 그만한 권력을 얻고 의회의 대변자가 되고 싶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아이슬랜드 해적당이 집권하면 유럽의 주류 정치가 다시 한 번 패배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 충격파는 이 북극권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BS노컷뉴스 정병일 기자] j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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