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생명보험사 '진퇴양난' 사망보험금 어쩌나

정필재 2016. 9. 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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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자살보험금 안 줘도 된다"
금감원 "행정적 제재는 할 수 있어"
업계 "줄 수도, 안 줄수도 없는 처지"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시효 지난 자살보험금은 안줘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금융감독원과 보험회사의 관계가 한층 불편해졌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해 온 금감원은 대법원 판결 후에도 민사상 면책과는 별도로 행정제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로선 대법원이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 보험금을 주자니 주주에 손실을 끼치게 돼 배임혐의 소지가 있고, 그렇다고 안 주자니 감독당국의 제재가 두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30일 금융권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이날 교보생명이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부인 B씨는 2004년 5월 교보생명과 종신보험계약과 재해사망특약을 포함한 보험계약을 맺고 보험료를 냈다.

이 보험에는 가입 후 2년 뒤 자살한 경우 추가 보험금을 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B씨는 2014년 특약에 따른 보험금 1000만원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회사는 보험금 청구는 2년이 지나면 할 수 없다는 조약을 강조했고 결국 회사와 B씨는 소송에 이르게 됐다.

앞서 보험사들은 2010년 이전 판매한 재해특약 약관상 자살을 재해로 봐야하느냐를 두고 소비자들과 소송을 벌였다.

생보사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보험가입 2년 후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으로 모두 280만 건의 상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이들은 표기상의 실수라며 일반 재해 사망금만 지급했다. 민원이 발생하자 2010년 자살을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약관을 개정했다.

사망보험의 경우 가입 2년 뒤 자살을 할 경우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2010년 이전 약관을 적용할 경우 일반사망보험금의 2~3배 많은 보험금을 줘야 한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일반 사망보험금만 받아왔다. 또 약관해석에 관한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정용해 자살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판시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청구기간 2년이 지난 보험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지급할 수 없다며 법정다툼을 벌였고 이날 대법원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이후부터 생겼다. 보험금 중 소멸시효가 지난 것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였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각자 다른 생각을 했다.

업계는 2년이 지났기 때문에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다르게 해석했고 민원에 접수된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피해구제는 감독당국의 책무"라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겠지만 민사적 책임 면제와는 별개로 보험업법 위반에 대해서는 행정적 제재를 내릴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신한생명과 ING생명 등 7개 생보사는 금감원의 방침을 따라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공했고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 등 보험사는 배임을 이유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뜻을 보였다.

A생보사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따르기도 그렇다고 금감원의 지시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보험 설계사 고 모씨(33)는 "군대에서 '김 병장은 오라는데 이 병장은 가라'고 하는 모양새"라며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이 없다는데 괜히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교보생명은 "법원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현재 어떤 입장을 발표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말을 아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직접 나서 발표할 경우 담합이슈가 떠오를 수 있다"며 "협회 차원의 대응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가 7월 말까지 지급한 자살보험금은 1104억원으로 14개 생보사 전체에서 지급해야 하는 자살보험금 2629억원의 42%에 그쳤다.

절반 이상인 1525억을 내주지 않은 것이다. 이 중 98%에 달하는 1497억원은 소멸시효가 지났다.

'빅3'인 삼성·교보·한화생명을 비롯해 알리안츠·동부·KDB·현대라이프 등 7개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204억원으로 미지급 규모(1515억원) 대비 13.5%에 불과하다.

ru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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