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 쓴 약관 한 줄'로 시작된 자살보험금 논란

2016. 9. 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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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9년간 280만건 팔려나가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 분석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1년부터 9년간 280만건 팔려나가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논란은 2014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업계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현황을 대대적으로 검사한 뒤 보험금 지급을 권고하면서다.

생명보험사들은 2001년부터 재해사망 특별계약 보험 상품을 팔았다.

각종 재해로 사망할 경우 별도로 추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일반사망보다 보험금이 2배 이상 많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재해사망 특약 약관에 '가입 2년 후에는 자살 시에도 특약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한 데서 불거졌다.

자살을 재해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생명보험사가 처음 만든 약관을 다른 보험사들이 줄줄이 베껴 쓰면서 같은 약관의 상품이 우후죽순 출시됐다.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까지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보고 보장해 주는 상품이 280만건이나 팔려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약관에 문제가 있는 보험 상품이 10년 가까이 팔렸는데도 금감원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보험사들도 조용히 있었다.

2005년엔 자살보험금을 지급해달라는 소비자의 분쟁 신청에 금감원 산하 분쟁조정위원회가 소비자 손을 들어줬는데도 금감원은 약관 문제를 놓치고 지나갔다.

2013년부터 국회·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일부 생보사 검사 과정에서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실이 드러나자 금감원은 본격 대응에 나섰다.

보험사들은 발뺌했다.

금감원이 ING생명 등을 제재하면서 약관에 명시된 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약관 작성 때 실수가 있었다면서,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특약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사가 금감원 제재에 반발한 행정 소송을 내고, 소비자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자살보험금 사건은 소송전(戰)으로 비화했다.

이러는 동안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2천억원 넘게 쌓였다.

자살을 재해로 인정해 보험금을 주면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이때부턴 금감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진통 끝에 지난 5월 12일 대법원은 생보사들이 약관에 기재된 대로 자살에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계약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은 여전히 남았다.

올해 2월 기준으로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고 있는 자살보험금의 81%(2천3억원)가 청구권 소멸시효 2년이 지난 보험금이다.

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고, 보험계약자들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2년이 지나도록 신청하지 못한 것이라고 맞섰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이 지급을 미루는 동안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계약이 속출했다.

30일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보험사 손을 들어주면서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소송전은 일단 일단락됐다.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약이 아니라 주계약에서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보장해주는 보험계약까지 포함하면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물론 앞으로 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도 보험사 현장검사 과정에서 이를 살펴보고 있는 데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들을 보험업법 위반으로 제재하기로 해 논란의 불씨는 앞으로도 한동안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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