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진, '베복 출신'이 뭐 어때서 [인터뷰]

하홍준 기자 2016. 9. 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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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진 인터뷰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

[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심은진은 배우로서 어느덧 10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겐 ‘베이비복스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엄연히 현직 배우인 그에게 아직도 베이비복스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심은진은 ‘베복 출신’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 않느냐며 굳이 꼬리표를 떼고 싶진 않다고 화통하게 웃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감독 김경형·제작 뿌리깊은나무들)는 똑같은 이름으로 닮은 인생을 살아가는 세 명의 여자 성우주의 기적을 그린 판타지 드라마다. 심은진은 극 중 서른여덟 성우주(김지수)의 친구이자, 그가 꿈과 사랑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조력자 도연을 연기했다.

저예산에 촬영기간은 무척 짧았다. 출연을 결정하고도 걱정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솔직히 개런티를 보면 해서는 안 되는 작품이었다”고 웃던 그는 “독특한 작품이라 재미있을 것 같았고,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보고 덤벼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애초부터 “연극하는 자세”로 많이 내려놓고 들어간 작품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장은 너무 열악했다. 인물을 깊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촬영을 길게 진행할 수 없었고, 후반작업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현장에서의 순간적인 집중이 요구됐다.

하지만 저예산 작품들의 작업환경이 대개 그렇듯, 연기 이외의 부수적인 것들에 에너지를 소비할 일이 많았다. 컨디션과 상황이 도와주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있었다. “순간적으로 몰입을 한다곤 했는데, 나중에 영화를 보니 그래도 제 눈에는 놓친 게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심은진은 얼마 전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김지수가 기자간담회 도중 눈물을 흘린 것을 언급했다. 심은진은 “언니가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지수 언니 혼자 다 끌고 가는 영화 아니냐. 기댈 구석이 없어서 많이 외로웠을 거다. 촬영 때가 스쳤을 거고, 쌓였다가 순간적으로 왈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얻는 것이 분명 있었기에 감수하고 뛰어들었던 작품이다. 심은진은 누군가의 엄마 역할에 처음 도전해봤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몇몇 연극 작품에서 “결혼한 미시”를 연기해본 적은 있지만, 전형적인 유형의 아이 엄마를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혼은커녕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기에 심은진은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 주변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평범한 친구들을 보며 엄마들의 여러 유형을 관찰했다. “방목형도 있고, 자기애가 강한 엄마들도 있고, 애한테만 몰입하는 엄마도 있고, ‘내 자식’하며 보듬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이번 계기로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분야에 또 다른 생각이 열리는 느낌을 받았죠.”

심은진은 이제는 아이 엄마를 연기해야 되는 나이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더 이상 멜로는 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아 겁도 조금 나지만, 이제는 배우로서 또 다른 캐릭터를 맡아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심은진은 연예계에서 보기 드문 멀티플레이어다. 그의 관심사와 커리어는 영화, 드라마는 물론 뮤지컬, 연극, 가수, DJ까지 뻗어있다. 지난 2013년에는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 크로키, 글을 모아 전시회를 열고 작가로도 데뷔했다.

“사람들이 물어요. 심은진은 배우냐, 가수냐, 작가냐고요. 그럼 저는 그냥 인간 심은진이라고 해요.” 그는 연기나 노래, 사진, 그림, 글은 다 자기를 표현하는 여러 방식들이라면서 죽을 때까지 다 표현하고 죽고 싶다고 했다. ‘하나나 제대로 하라’는 핀잔도 있지만, 그게 성격상 맞지 않는단다. “딥하게 빠지거나 하나에 집착하는 거 안 좋아해요. 내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하고 싶어요.”

그런 심은진는 여러 관심사 중 연기만큼은 오래 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많다”고 박한 평가를 내린 그는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세간의 편견을 깨는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베이비복스는 저 혼자가 아니었어요. 5명이 함께 내는 시너지와 파급력이 분명 있었어요. 그런데 연기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고, 홀로 선 뒤에는 편견을 깨야 했죠. 잘하면 ‘기본빵’이고, 조금 거슬리면 공격이 들어왔어요.”

어쩌면 ‘베이비복스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색안경으로 작용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심은진은 굳이 꼬리표를 떼고 싶진 않다고 했다. “가끔 기자들 중에 떼주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웃음). 그런데 ‘베복 출신’이 따라다녀도 상관없고, 없어도 괜찮아요. 베이비복스로 데뷔한 건 부정할 수 없잖아요.”

돌이켜보면 ‘베복 출신’으로 얻은 것도 많았다. ‘인생작’이라고 자평하는 연기 데뷔작 ‘대조영’에 출연한 것도 베이비복스로 유명해진 덕이 컸다. 혹자에게는 손쉬운 출발이 불공평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심은진은 “사실 가수로서 그 자리에 올라가는 것도 쉬운 게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그의 꿈은 다양한 역할을 연기해보는 것이다. “많은 감독님들이 아직도 ‘대조영’을 떠올리면서 캐스팅 하시는데, 하필 그때 센 역할을 했으니 망했다”고 말하며 툴툴거리는 배우 심은진이다.

“이번 영화도 그렇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아직까지 센 캐릭터만 연기했어요. 포털사이트 프로필도 연약해 보이는 사진으로 바꿨는데, 이제 다양한 역할이 들어오겠죠?(웃음)”

[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

김지수 | 심은진 인터뷰 |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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