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경심> 우희진, 달의 몰락 속 존재감 발휘해 날아오르다
[오마이뉴스 글:김종성, 편집:유지영]
"달이진다 달이진다 달이진다 달이진다 / 지네 달이 몰락하고 있네" - 김현철, '달의 몰락' 중
충격의 꼴찌. 제작비 150억을 쏟아 부은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아래 <보보경심>)의 자존심은 완전히 뭉개졌다. '박보검의 시대'를 열어젖힌 KBS2TV <구르미 그린 달빛>(아래 <구르미>)에 참패를 당한 것도 모자라 지난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게도 밀려났다. 27일을 기준으로 <구르미>는 20.1%,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8.4%, <보보경심>은 7.5%였다. 그야말로 '달의 몰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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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의 인기 덕분에 체면치레를 하고는 있지만, 국내 팬들의 외면은 견디기 힘든 아픔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9회(시청률 6.2%), 10회(7.1%)에 이어 11회는 7.5%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해수(이지은 분)와 8황자 왕욱(강하늘 분)에 맞춰져 있던 스포트라이트가 점차 4황자 소(이준기 분)에게 향하고, 세 사람의 엇갈리는 사랑이 본격화되는 한편, '정윤(正胤)'의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황실'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몰입도가 올라간 덕분이다.
우희진, 남다른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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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가 '황자 독살 혐의'를 뒤집어쓰고, 교형(죄인의 목에 형구를 사용해 죽이는 형벌)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옛 정인(情人)이었던 태조 왕건을 찾아가 '해수를 살려달라'고 간청한다. 오 상궁은 자신이 반위(위암)에 걸려 곧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린 후, 해수를 대신해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결국 담담히 교수대 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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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아름답다'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이 모순적이지만, 그래도 오 상궁의 죽음은 그리 말할 수밖에 없을 만큼 아름답게 그려졌다. 죽음을 목전에 두면서도, 자신의 걸음을 초연히 나아가는 오 상궁의 모습을 우희진은 완벽히 소화했다. 오열하는 해수를 다독이는 장면에선 어미의 마음이 녹아났고, 표독스러운 충주원 황후 유씨와 맞부딪칠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이었다.
비가 처연히 쏟아지는 날 교수대 위에 오른 오 상궁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장면은 가히 최고의 장면이라 할 만 했다. 오 상궁의 죽음과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인물들 뒤로 OST 곡인 임선혜의 <꼭 돌아오리>가 깔리자 슬픔은 몇 곱절은 커졌다. 연출력도 발군이었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들을 몰입시킬 수 있었던 건 오롯이 우희진의 공이었다. 그는 안정적인 연기로 캐릭터에 차곡차곡 설득력을 불어넣었고, 그 때문에 시청자들을 오 상궁의 감정 속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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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진은 단단하고 원숙한 연기로 <보보경심>의 빈 공간을 살뜰히 채웠다. 방송 초반부터 제기됐던 여주인공에 대한 아쉬움을 메운 것이다. 그는 김규태 감독 특유의 클로즈업에도 흔들림 없는 세심한 연기를 보여줬다. 발성과 발음, 표정 연기와 그 너머의 내공은 우희진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좋은 배우는 함께 카메라 앞에 서는 이들을 성장시킨다. 초반에 비해 이지은의 연기가 극에 녹아들었다고 느껴진 건, 우희진이 든든히 버텨준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광고 모델로 데뷔한 우희진은 1987년 MBC <조선왕조 오백년 - 인현왕후> 세자빈 역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톡톡 튀는 아역 배우를 거쳐, 청순하고 도도한 여배우를 지나, 그는 어느덧 햇수로 30년째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는 중견 배우가 된 그는 3, 40대 여배우가 설 자리가 비좁은 현실 속 <보보경심>을 통해 저력을 보여줬다. 아침드라마를 폄훼하는 건 아니지만, 이토록 청초히 빛나는 그를 거기에만 묶어두긴 아쉽다. (우희진은 현재 MBC 아침드라마 <좋은 사람>에 출연 중이다.) 우희진의 또 다른 전성기가 시작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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