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처럼 '피우는 비타민' 어찌할꼬
○ ‘비타민 담배’가 뭐길래…
블루베리, 오렌지 등 다양한 향과 컬러풀한 스틱 색상을 갖춘 데다 기존 전자담배처럼 청소년 판매 불가도 아닌 탓에 중고교생 사이에서 큰 인기다. 업체들도 ‘니코틴 및 타르 성분이 전혀 없다’ ‘몸에 좋은 비타민을 흡수할 수 있다’는 식으로 광고해 이용을 부추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비타민 담배를 입에 문 10대 사진이 수시로 보일 정도.
문제는 비타민 담배가 그동안 ‘공산품’으로 지정돼 별다른 제약 없이 무분별하게 판매됐다는 점이다. 비타민에 열을 가해 수증기로 만들어 폐로 흡입할 때의 위해성 여부가 검증이 안 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컸다. 이에 식약처가 ‘의약외품 범위 지정 고시’를 개정해 다음 달 1일부터 승인받은 제품만 판매하게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비타스틱 등의 제품을 담배 흡연 욕구를 저하시키거나 흡연 습관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지정해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각종 검사를 거쳐 허가를 받은 제품만 판매할 수 있게 돼 난립된 업체들이 줄고 그만큼 안전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안전성 높아져” vs “청소년 흡연 조장”
반면 복지부는 ‘득보다 실이 많은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비타민 담배를 흡연습관개선제, 흡연욕구저하제로 허가하면 오히려 관련 업체들이 ‘정부 인증을 받은 안전한 제품’이란 점을 내세워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업체들만 좋아진다. 소비자들도 ‘정부가 인증했으니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해 오히려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 일대의 약국 5곳을 돌아 보니 ‘식약처 승인’을 광고 문구로 앞세운 비타민 담배 제품이 이미 판매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비타민 담배’가 흡연율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커 의약외품으로 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원 연구위원은 “니코틴 패치 등 검증된 금연 보조제에는 미량의 니코틴이 포함됐고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금연하는 원리다. 니코틴이 없는 비타민 담배는 금연 보조제로 효과가 없다”며 “그런데도 금연 보조제로 승인해 주면 오히려 마음껏 피울 수 있게 되고, 특히 청소년 흡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가 흡연을 증진시키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청소년 대상 비타민 담배의 판매 금지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여성가족부와 함께 청소년 유해물질로 지정하는 방법도 최근 논의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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