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역사교과서 홈피, 1948년 '대한민국 수립' 못 박아
내년 일선 학교에 배포되는 국정교과서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될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부는 현재 교과서 내용은 물론 집필진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준식 부총리는 국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클 수 있어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처럼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대한민국 수립이란 기술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안민석 더민주 의원은 “이번에 홈페이지까지 고친 것은 학생들에게 48년을 건국으로 가르치겠다고 공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검정체제로 발간되고 있는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상당수는 48년 8월 15일을 ‘정부 수립일’로 표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7일 열린 2017년 이후의 교과서 내용을 결정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때만 해도 48년을 ‘정부 수립’으로 표현했다.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을 ‘정부 수립’이 아닌 ‘건국’으로 표현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교육부는 한 달 뒤인 교육과정심의(9월 14일)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 최종고시’에서 이 표현을 굳혔다.
이러한 표현의 차이는 역사학계 내 진보와 보수 측 역사학자들의 역사관 차이는 물론이고 내년부터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발간하려는 정부와 여당, 이에 반대하는 야당 간 정치적 대립을 반영한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헌법에선 대한민국이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48년을 국가 수립으로 보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수 성향의 서울의 한 사립대 역사학과 교수는 “48년을 ‘정부 수립’으로 표현하는 것은 ‘국가 수립’으로 기술하는 북한과 달리 우리 스스로 정통성을 격하시키는 것”이라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발행예정인 국정교과서에서는 3·1운동 정신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해 48년 수립됐다고 설명할 것이다. 헌법을 부정한다는 것은 틀린 지적”이라며 “임시정부의 철학은 계승하지만 국민과 영토 등 국가의 요건을 감안하면 48년을 국가 수립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재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오는 11월 말~12월 초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집필진이 쓴 원고는 지난 7월 편찬심의회의 심의를 거쳤으며 심의회의 지적을 반영해 다음달 개고본(改稿本·원고를 수정한 내용)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또한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과 인쇄는 출판사인 지학사가 맡는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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