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폐지 합헌됐지만.. 헌재서도 '금수저 법조인' 논란

이경원 양민철 기자 입력 2016. 9. 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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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을 존치할 경우 법조인력 양성의 기본 틀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전환한 취지를 훼손한다.” 내년 12월 31일 사시 폐지를 부칙으로 명문화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 등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9일 합헌 판단을 내렸다.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가 도입된 상황에서 사시를 유지하면 오랜 사법개혁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이유였다.

다만 헌재 내부에서도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재판관 9명 중 4명은 헌법소원을 청구한 고시생들의 주장처럼 “사시 폐지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폈다.

헌재는 사시 폐지와 로스쿨 도입이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를 통틀어 오랜 논의 끝에 마련된 사법개혁의 결과물이라고 전제했다. 이미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기로 제도를 바꿨는데, 시험을 병행한다면 제도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고시낭인 등 과거의 폐단 반복,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 실패 등의 부작용도 제시됐다.

다수 재판관은 “경제적 약자가 법조인이 되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로스쿨 제도 시행 초기에 나타나는 일부 문제를 제도 전체의 문제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뢰의 문제도 언급됐다. 2009년 5월 변호사시험법이 제정될 때 사시 준비자들을 위해 8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점을 고려하면, 헌법소원을 낸 고시생들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사시를 존치하면 로스쿨 입학생과 입학 준비생 등과의 약속을 훼손하게 된다고 헌재는 지적했다.

조용호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의 입법목적이 오히려 사법시험 폐지, 로스쿨 도입을 위한 피상적인 명분”이라며 다수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를 기존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시스템과 비교하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도 “사시 유지가 로스쿨 존립을 위태롭게 하므로 폐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조 재판관은 로스쿨의 실무교육 수준이 사법연수원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입학정원 대비 75%의 높은 합격률은 우수 법조인을 양성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하다못해 운전면허 시험도 합격률이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결정문에 썼다. 그는 미국의 로스쿨 제도를 받아들인 뒤 부작용이 드러난다는 현실을 보이며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중국 속담처럼, 이들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로스쿨에 대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법조 직역 진입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조 재판관은 “국민이 공정성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는 법조인 양성제도는 법조인 신뢰의 상실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법무부가 ‘4년간 사법시험 폐지 유예’ 의견을 밝힌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실제적으로 좋은 법조인 양성 방안을 도출할 회의체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뿐 아니라 대법원, 교육부 등 유관기관들의 중의를 모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4월 총선, 제20대 국회 출범 등이 이어지며 별다른 논의는 진행되지 못한 실정이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20대 국회 들어서는 법조인 양성 방안에 대해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관련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법안소위가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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