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혼자 살아가기 | 송제숙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언니의 독립을 응원합니다

[임경지의 내 인생의 책] ⑤ 혼자 살아가기 | 송제숙

수많은 언니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비혼 여성 1인 가구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이렇게 서러운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혼자 사는 익명의 언니들 삶이 궁금하다.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이 여성에게 배타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주거는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을 구속하는 성(性) 도덕, 목돈을 필수로 하는 전세와 낮은 임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월세는 여성의 독립을 어렵게 한다. 정상 가족 기반의 공공임대주택은 비혼 여성의 것이 될 수도 없다. 그저 물리적 공간 확보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집 안팎으로 가해지는 폭력은 다층적으로 여성을 괴롭힌다. 밤길이라는 시공간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강한 공포다.

독립에 대한 강한 욕구는 스스로 주체로 서겠다는 의지의 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각종 불평등에 반대하면서도 신자유주의가 요구하는 ‘온전한 개인’과 자아실현에 주목하게 된다. 신자유주의가 형성하는 질서에 스스로도 모르게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딜레마는 여성들에게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사회는 여성들의 자유로운 욕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성은 욕구를 실현하기 어려워질수록 자기만의 방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이면서, 사회적으로는 자유주의를 적극 지지하는 새로운 조류가 여성들을 중심으로 발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여성이 이런 딜레마에 놓이는지,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니며 사회운동에 기여한 여성들의 증언이 담긴 이 책은 비단 자기 고백만이 아니라 사회를 향한 고발이기도 하다. 아주 개인적인 욕망으로 자기만의 방을 갖고자 했던 그들의 역사는 저항의 힘을 잃은 여성이 아니라 정치적 잠재력을 지닌 여성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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