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백남기씨 부검 협의" 유족에 공문

고영득·노도현 기자 2016. 9. 2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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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유족 “시신 경찰에 절대 못 넘겨”…투쟁본부는 시국선언문
ㆍ법원 이례적 ‘조건부 영장’에 경찰 “강제집행 가능성 검토”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에서 백씨의 둘째딸 민주화씨가 발언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경찰이 29일 백남기씨 유족 측에 부검과 관련해 협의하자고 요청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백남기투쟁본부 측에 등기우편으로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문에는 “부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자 하니 대표를 선정하고 협의 일시·장소를 10월4일까지 경찰에 통보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은 또 유족 측 대리인인 민변 소속 이정일 변호사에게도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경찰은 당장 영장 집행을 강행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유족이 완강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영장을 집행하기 힘들다”며 “대응팀을 꾸려 유족 측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씨 유족은 부검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백씨 둘째딸 민주화씨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 자리에서 “사인이 명확한 아버지의 시신을 아버지를 죽인 경찰에 넘기는 일은 절대 반대한다”면서 “아버지를 살해한 경찰이 어떻게 진상규명을 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백남기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사인이 명백하고 유족이 부검을 원치 않고 있음에도 부검을 강행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사인을 은폐·왜곡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국선언에는 야당 정치인과 종교계, 법조인, 문화예술인 등 3542명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전날 법원은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유족과의 부검 장소 협의, 유족 측 의사 1~2명 참여, 신체 훼손 최소화, 부검 과정의 영상 촬영, 유족에게 부검 시기와 방법에 대한 충분한 설명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 “이런 영장은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로 ‘조건부’ 영장 발부는 이례적이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의 기본적인 책무는 분쟁의 해결인데 조건을 붙임으로써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됐고, 부검을 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충돌의 책임을 비겁하게 유족에게 떠넘겨 버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영장에 적시된 조건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조계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유족과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집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영장에 기재한 유효기간은 다음달 25일까지다.

<고영득·노도현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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