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왜 안 나타날까?"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2016. 9. 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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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어제)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작 이 법을 발의하고 추진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김영란 전 대법관은 왜 안 나타날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김영란 전 대법관 (사진=자료사진)
▶ 김영란 전 대법관 인터뷰 했나?

= 인터뷰 뿐만아니라 기자들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배우자인 강지원 변호사와 통화를 했다.

강 변호사는 부인인 김영란 전 대법관이 "전화기도 꺼놓고 기자들은 어느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고 있다"면서 "만나거나 전화할 생각하지 마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어제(28일) 아침에도 몇몇 언론사에서 찾아왔지만 대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김영란 전 대법관과는 아무런 얘기도 못했다.

다만 김 전 대법관이 강지원 변호사와 자주 김영란법에 대해 토론했는데("맨날 토론한다") 강 변호사를 통해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소회와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사진=자료사진)
▶ 김영란 전 대법관의 소회는?

= 강지원 변호사는 김영란법이 시행에 들어간데 대해 김 전 대법관이 "여기까지 온 것만도 기적같다" 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영란법이 실제 시행에 들어갈줄 몰랐다는 얘기다.

강 변호사는 "처음에 김영란법을 내 놨을때 본인인들 이렇게 될거라고 믿었겠느냐?"라고 반문하면서 "분명히 가다가 언제 거꾸러 질 지, 어디서 어떤 방해세력이 나타날 지, 그래서 엎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고 김 전 대법관의 소회를 전했다.

강지원 변호사는 "김 전 대법관은 법을 세상에 내놨으니 나머지는 사회에서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언론인터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변호사들과의 모임자리에서 '김영란법'이라고 부르지 말고 '더치페이법'으로 불러달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

▶ 김영란 전 대법관은 왜 안 나타나는 거냐?

= 김영란법이 시행이 들어간 마당에 계속 뭐라고 하는 게 도리에도 맞지도 않고 또 튀어보이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강지원 변호사는 "김 전 대법관의 기본적인 생각은 고민끝에 '안 나타나야겠다' 그게 도리다. 기도하고 지켜보는 것이 옳은 자세가 아니겠느냐?"이렇게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영란법과 관련된 발언을 자꾸하게 되면 메스컴에 뜨고 싶은 사람으로 비쳐질 수도 있고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여러가지 쟁점이 많은데 그기에 대해서 우리가 멘트를 하게되면 그걸 가지고 또 찬반 논란이 일고 그럴것 아니냐?"면서 "한 마디씩 하고 싶은 말도 있지만 그럴 경우 혼선이 빚어지거나 논란이 일 수도 있어서 참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취지는 일단 해보자는 것이었다"면서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의 의견이 다르지만 그걸 집단지성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김영란법을 정착 시키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언론이 여론을 잘 좀 이끌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에게 '김영란법'이라는 옥동자를 난산 끝에 탄생시켰고 이제 법 시행에 들어갔으니 초등학교에 입학한 정도는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봐준다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법안을 내놨으니 그 법은 사회적인 것이다. 그러니 구성원들이 이를 제대로 키워내야 하지 않겠나? 언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를 했다.

구내식당 이용하는 공무원들
▶ 김영란법 시행 첫 날의 분위기는? 잘 지켜졌나?

=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다. 공무원들도 언론인들도 기준 내에서 식사를 하고 모임을 하고 그랬다. 전국의 관공서 구내식당들은 평소보다 2~30% 이용객이 늘었다고 한다.

식당가는 반응이 엇갈렸다. 평소에도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1~2만원대 식당에는 손님들이 꾸준했다. 그렇지만 비싼 고급음식점들은 손님이 뚝 떨어졌다.

▶ 정말 손님이 줄었나?

= 어제(28일) 저녁에 광화문 일식집과 한정식집 몇군데를 둘러봤다. 45년 역사를 가진 무교동 신성일식은 평소의 1/3 수준으로 손님이 뚝 떨어졌다. 2층 8개 방 중에 3개만 손님이 들었고 그것도 평소에는 방을 주지 않던 2~3명인 곳도 있었다. 1층도 평소에는 회를 먹는 손님이었지만 28일에는 점심과 같은 식사메뉴를 찾는 사람들이었다.

신성일식 문채환 사장 (사진=권영철 기자)
신성일식 문채환 사장은 "월요일(26일)부터 손님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면서 오늘 손님 중에는 문 닫지 말라고 팔아주려고 온 손님"이라며 한 숨을 쉬었다. 문 사장은 "전에도 콜레라 등으로 손님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두세 달만 견디면 됐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시작은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업종변경을 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근처의 한정식집 골목도 한산했다. 평소 저녁에는 2~30명이 찾던 한 음식점에는 5명 1팀만 있었다. 다른 집도 비슷한 사정이었다.

광화문의 한 일식집은 평일 저녁과 주말 이용시 모든 코스 30% 할인을 하고 특모둠스시는 50%를 할인하고 3만원 감사세트 3종을 출시했다는 안내문자를 고객들에게 보냈다.

(사진=권영철 기자)
한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나 고급 레스토랑들도 파리 날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사중인 유명 한정식집 (사진=권영철 기자)
문을 닫는 업소들도 늘어난다. 얼마전 광화문 근처의 한정식집 유정이 문을 닫았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신문로 근처의 유명 한정식집 한 곳도 문을 닫고 공사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고급식당의 손님이 줄면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신성일식 문 사장은 "남대문에서 회를 구입해 왔는데 월요일부터 중도매인들이 물건을 줄이기 시작했고 그 여파는 어민들에게까지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런데 많은 공직자들이 일단 몸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데?

= 그렇다. 시범케이스에 걸리지말자는 게 김영란법 적용대상 또는 그 적용대상과 만나거나 할 기업체 관계자들의 기본적인 자세다.

공무원들은 가급적 외부인사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 중앙부처 A국장은 "오해 살 일을 할 이유가 없지않나?"면서 "더치페이를 하더라도 서로 불편 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외부 약속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민원인과 오래전 약속으로 저녁을 했는데 더치페이를 했다"고 말했다.

5대그룹의 한 대관담당 고위임원은 "연말까지 지인들을 만나기로한 두세 개의 약속을 빼고는 아예 식사약속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의 사장급 임원도 "당분간 모든 약속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에 대해 강의하는 외부인사들 주로 법조인들인데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마라"고 강조한다. 김영란법이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보니 사례를 통한 기준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조심하는 게 최선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더치페이'를 하라는 법의 취지대로 '안 먹고 안 주고 안 받기'를 위한 법이 되기보다는 아예 '안 보기'로 굳어가는 건 아닐지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영란법 시행초기에는 혼란이 있겠지만 이 법이 자리잡는다면 청렴사회가 실현될 것이고 우리사회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

▶ 정말로 우리사회가 업그레이드 될까?

= 그렇게 될 것이다.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이 도로교통법이나 성매매특별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 법을 위반하는 사람이 많지만 걸리는 사람만 억울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인 것이다.

또 법 적용대상이 4백만명이고 그 영향을 받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2천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사회'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지만 일단 김영란법 적용대상인 공직자들이 알아서 실천한다면 그런 비관적인 전망이나 우려는 사라질 것이다. 법률의 불명확성 같은 미비한 부분도 실천을 통해서 보완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말자고 조심하겠지만 그게 2~3개월 지나고 연말을 넘기면 문화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저는 이 법이 누구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청탁을 하면 이런 식으로 거절하라고 행동강령을 만드는 것이다. 일종의 규범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사회가 서로 믿고 신뢰하면서 청렴한 사회로 업그레이드 된다면 약간의 불편함은 감내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부동산의 거품이 빠져야 한다. 앞서 소개한 신성일식의 한 달 임대료가 15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목동의 한 횟집도 임대료가 월 7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인상됐다고 한다. 이런 거품이 빠지면서 사회가 선순환 되도록 해야 한다.

또 언론지형도 변할 것이다. 광고와 협찬에 제동이 걸리면서 메이저언론을 중심으로 언론사들의 재편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의 다양성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여파에 대해 정부나 국회에서는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말 궁금하다. 처음에는 공직자들만 대상인걸로 이해하겠지만 결국에는 전 국민들이 이 법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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