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남성 호르몬 치료, 효과 없는데도 시술 만연"

2016. 9. 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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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체 마케팅+근거 없는 믿음+병원 상술=과잉처방
'네비도'를 비롯한 테스토스테론 제제들은 성선기능저하증 등의 치료제로 허가받았으나 일반적 노화과정에 따른 여러 증상의 지연과 치료에 사용할 때의 효과나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고다. 또 세계반(反)도핑기구는 이런약물들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올림픽 등 공식경기 출전선수들은 이를 사용해선 안된다. [연합뉴스TV캡처 자료사진]

제약업체 마케팅+근거 없는 믿음+병원 상술=과잉처방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나이가 들며 갱년기부터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여러 증상에 좋다며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 검사와 보충 치료를 권유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으나 실제로는 효과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테스토스테른 보충 치료(TRT)를 '마법의 약'이나 '제2의 비아그라'처럼 선전하는 것에 제동을 걸며 오히려 심근경색, 무정자 등 여러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이렇게 경고한 바 있다.

FDA는 2015년 3월부터 정상적 노화과정에 있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필요한 것으로 오도하는 광고를 금지하고 제품 포장재의 적응증 설명 등을 바꾸도록 했다.

2000년대 들어 증가하기 시작한 TRT 치료가 갈수록 위험할 정도로 유행해서다. 미국의 경우 2013년에 TRT가 230만 회나 처방됐는데 이는 3년 사이에 75% 증가한 것이다.

애브비와 일라이릴리 등은 2012~2013년 테스토스테론 제품 광고에 2억5천만달러(약 2천750억원) 이상을 쏟으며 판촉에 열을 올렸고, 2013년 이 약의 매출이 20억달러(약 2조2천억원)에 달했다.

FDA의 뒤늦은 조치 이후 업체들은 관련 광고비를 40% 가량 줄였고, 이 약 매출이 10%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TRT가 엄청나게 과잉 처방되고 있다.

29일 의학전문지 펄스와 영국 신문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TRT 처방이 2배 이상으로 늘었으며 2012~2015년에도 20% 증가했다.

또 곳곳에서 "심혈관 건강은 물론 성기능·전반적 신체기능·정서 및 인지능력 저하·만성피로와 무력감 등 다양한 노화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호르몬 수치 검사와 약품 허가 사항에도 없는 치료방식(off-label)으로 TRT를 권유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제약업계의 공격적 마케팅, 이른바 '남성 폐경기'(갱년기)에 대한 일반인과 일부 의사들의 근거 없는 믿음과 오해, 병원이나 피트니스센터의 상술, 남성 잡지를 비롯한 미디어의 잘못된 보도 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FDA는 규제를 하면서 TRT의 '이익과 안전'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들이는 돈에 비해 효과가 있고 안전하다는 증거가 미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미 확립됐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조지타운대 메디컬센터 아드리안느 퓨-버먼 교수는 미국 여러 대학의 관련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이 문제를 검토할 연구팀을 꾸렸다. 테스토스테론과 가짜약(placebo)의 효과를 비교 연구한, 1950년 이후 지금까지 나온 200여 편의 증요 논문들을 종합 분석해 '효과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연구팀은 "과학적 엄밀성을 갖춰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RCT)을 한 중요 연구 논문들을 모두 살펴보면 TRT가 남성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매우 명확하다"며 "실재하는 위험이 환상 속에만 있는 이익을 압도한다"고 밝혔다.

당초엔 발기부전 개선 효과는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그런 증거도 없어 놀랐다고 토로했다.

미국 국립과학도서관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최근 게재한 논문[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62480]에서 연구팀은 "관련 임상시험을 더이상 할 필요조차 없다"고까지 단언하고 "젊음의 샘은 없다"고 덧붙였다.

영국 로열컬리지 대학 일반의(GP) 대상 처방 자문관인 마틴 듀어든 박사는 과거 여성에게 마치 항노화제처럼여성호르몬을 투여한 것과 같은 잘못된 유행이 이번엔 남성에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TRT는 매우 조심해서 써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학협회 일반의(GP) 분과 처방 관련 대변인인 앤드류 그린 박사는 "특정 증상이 없거나 정상적 노화에 따른 성기능 저하만 있는 사람들도 잘못된 정보를 보고 병원에 찾아와 테스토스테론 수치 검사를 요구하고 TRT 처방을 기대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선천적으로 혹은 사고 등으로 고환이 손상돼 정상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생산되지 않는 남성의 경우 골밀도 약화 등을 막기 위해 TRT가 필요하다. 생식기능저하증 환자에게도 치료가 유용할 수 있다.

퓨-버먼 교수팀은 이런 환자와 근육 강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테스토스테론을 매우 높은 용량 투여하는 보디빌더 등을 대상으로 한 임상결과들은 제외하고 '정상적 노화과정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들에 대한 치료 효과를 연구한 것'들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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