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터뷰] 밴 헤켄이 외친다 "나이스 컴백"

이상철 2016. 9. 29. 06: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반 시즌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그 자리에 계속 있었던 같다. 달라진 게 없다. 나이가 한 살 많아진 걸 뺀다면. 실력도 변함이 없다. 1년 전의 에이스는 1년 후에도 에이스다.

앤디 밴 헤켄이 등번호 22번이 새겨진 넥센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지난 7월 22일이다. KBO리그 후반기가 시작된 지 나흘째 날. 그리고 일본에서 밴 헤켄이 웨이버 공시됐다는 소식이 들려 온지 일주일 만이다.

그로부터 69일이 지났다. 밴 헤켄은 10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29일 11번째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짧은 시간, 그리고 적은 경기다. 하지만 엄청난 퍼포먼스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넥센과 밴 헤켄 모두 ‘대만족’이다.

넥센은 에이스를 원했고, 밴 헤켄은 넥센을 원했다. 재회는 천운이자 운명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인생은 타이밍

천운이었다. 그리고 운명이었다. 넥센과 밴 헤켄은 재회는 정말 그랬다. 염경엽 감독은 ‘때’가 잘 맞았다고 했다. 새 에이스가 필요했던 넥센이었고, 전 에이스 밴 헤켄은 넥센을 갈망했다.

그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앞서 외국인선수 교체카드 1장을 쓴 넥센은 고민했다.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외국인투수 교체가 더 빨랐다면 밴 헤켄과 조우는 없었다. 밴 헤켄 또한 때마침 시장에 풀렸다. 인생과 사랑은 역시 ‘타이밍’이다.

새로운 도전을 택했던 밴 헤켄, 일본 생활은 힘겨웠다. 어깨가 좋지 않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NPB리그 성적은 10경기 4패 평균자책점 6.31이었다. 입지가 좁아진 그는 지난 7월 15일 ‘나가라’는 세이부 라이온즈의 통보를 받았다.

밴 헤켄은 “일본에 갈 때부터 한국과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직접 겪으니 많이 달랐다. 초반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압박감도 커졌다”라고 털어놨다. 그에게 일본은 낯설었다. 그리고 ‘자신이 안 맞는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웨이버 공시 후 일주일간 세이부 외 NPB리그 11개 팀이 영입 의사를 타진할 수 있었다. 넥센은 그럴 일이 벌어질까봐 숨죽여 지켜봤다. 그리고 밴 헤켄이 일본 내 이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공지를 접한 지 1시간도 안 돼 외국인선수 교체를 결정했다.

밴 헤켄은 덤덤했다. 2군 5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95를 기록했으나 1군 성적이 부진해 NPB리그에서 새 팀을 찾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밴 헤켄은 “사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NPB리그 내 지명은 없을 것으로 바라봤다. 내 마음은 오직 넥센 복귀였다. 그것만 생각하면서 (일주일을)대기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넥센과 계약했다.

밴 헤켄(왼쪽)은 자신의 야구인생에 특별한 넥센에서 명예회복을 꿈꿨다. 사진=MK스포츠 DB
▲넥센에 돌아온 이유

넥센은 밴 헤켄과 계약하지 않을 경우, 보류권을 포기할 뜻도 있었다. 밴 헤켄이 KBO리그 내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밴 헤켄은 넥센만 염두에 뒀다. KBO리그에서 뛰고 싶은 팀은 넥센뿐이다.

밴 헤켄은 “당시 에이전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만약 넥센의 지명이 없을 경우, 미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반기동안)휴식과 함께 회복한 뒤 새 팀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밴 헤켄은 넥센을 끔찍이 아낀다. 가족과 집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편안했다. 동료,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팬 모두 나를 반겨줘 기분도 좋았다”라며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밴 헤켄은 지난 2012년부터 넥센에서 활동했다. 단순히 오래 뛰었기 때문에 그런 ‘감정’과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밴 헤켄은 관계와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밴 헤켄은 “지난 4년간 넥센에서 많은 이들과 관계를 쌓았는데 내게는 매우 특별하다.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넥센은 약팀(2011년 최하위)이었다. 그런데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으며(2014년), 올해는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다. 그렇게 함께 성장한 경험이 특별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넥센 모자나 유니폼을 착용한 팬을 찾기 어려웠는데 최근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보게 된다. 우리 팬이 넥센 팬으로 자부심을 갖는 걸 보면서 참 뿌듯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특별함은 밴 헤켄의 계약과도 관련이 있다. 세이부가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만, 밴 헤켄은 넥센과 옵션 10만달러에 서명했다. 연봉, 계약금은 없다. 반 시즌만 뛴다 해도 파격적이다.

프로는 돈이다. 그러나 돈이 매번 가장 우선순위가 되지 않는다. 밴 헤켄은 가족의 품에서 명예회복을 꿈꿨다. 그는 “일본은 집 밖으로 나간 느낌이었다. 함께 했던 이들이 있던 넥센은 돌아오고 싶은 유일한 팀이었다”라며 “내가 아직도 잘 던질 수 있다는 걸 ‘넥센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올해 넥센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함은 물론, 내년에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에이스의 존재 가치는 크다. 밴 헤켄은 8월까지 4승 평균자책점 1.22로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 사진=MK스포츠 DB
▲스스로 더 놀라다

밴 헤켄은 대단했다. 28일 현재 10경기에 나가 6승 2패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했다. 지난 9월 2일 SK 와이번스전까지 밴 헤켄의 등판은 곧 넥센의 승리였다. 최근 2번의 패전투수가 있지만 밴 헤켄 등판 경기 승률은 80%다.

팀 승리 흐름이 지속된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 후반기 들어 자칫 주춤했던 흐름을 끊었다. 선수들의 믿음과 집중력도 커졌다. 밴 헤켄이 등판하는 경기는 반드시 이기겠다고. 그 점에서 염 감독은 “아주 성공이다”라고 평했다. 넥센은 밴 헤켄 효과를 누리며 정규시즌 3위가 유력해졌다. 개막 전 목표였던 4위보다 한 계단 위다.

염 감독과 손혁 투수코치는 밴 헤켄의 활약이 놀랍지 않다. 지난해(15승 8패 평균자책점 3.62 196⅔이닝) 페이스만 보여줘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140km에 미치지 않았던 구속도 점점 상승하는 터라, 복귀 시 잘 해줄 것이라고 봤다.

밴 헤켄도 4년간 활약상을 바탕으로 자신감은 있었다. 기분 좋게 출발하고 싶었는데, 그의 생각 이상이었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밴 헤켄은 8월까지 6경기 4승 평균자책점 1.22로 완벽했다.

밴 헤켄은 “사실 이렇게까지 좋은 출발할 줄 몰랐다”라며 “NPB리그에서 뛰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다 초반 몇 경기에서 잘 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또한, 좋지 않던 어깨도 트레이닝 파트의 관리 덕분에 호전됐다. 특히 두산 베어스 같은 강팀을 상대로 복귀 무대(7월 28일 6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 비자책)를 잘 치른 게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이후 좋은 흐름을 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밴 헤켄의 9월 성적(2승 2패 평균자책점 6.65)은 7,8월과 비교해 썩 좋지 않다. 피홈런(6)이 부쩍 많아졌고 피안타율은 3할(0.307)이다. 하지만 선수단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늘 완벽할 수 없다. 제구가 흔들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다(5~7이닝 소화).

밴 헤켄도 여유가 있다.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5시즌째 한국에서 뛰면서 좋고 나쁠 때를 모두 경험했다. 시즌을 치르면 좋지 않은 시기가 한 번은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건강이다. 현재 몸 상태가 좋아 괜찮다. 그리고 난 항상 준비하며 공부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밴 헤켄이 넥센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웃을 그 날은 언제일까. 사진=MK스포츠 DB
▲꼭 이루고 싶은 꿈

밴 헤켄은 지난 7월 23일 넥센 선수단과 재회한 자리에서 힘주어 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을 위해 돌아왔다고. 2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이 매우 크다. 자신의 야구인생에 손꼽을 정도다.

밴 헤켄은 “2014년 한국시리즈는 가장 아쉬웠던 순간 중 하나다. 어려운 시리즈였지만 우린 충분히 우승할 수 있었다. 2승 2패로 동률을 이룬 뒤 2경기를 더 이기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라고 했다.

그 한을 풀고 싶다. 우승에 대한 열망은 강하다. 밴 헤켄은 “반복적으로 같은 말을 해 진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팀의 승리가 나에겐 가장 큰 목표다. (프로에 입문한 이래)지금껏 우승을 경험한 적이 없다. 우승은 내 야구인생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라고 말했다.

넥센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얼마나 될까. 외부 평가는 아주 후하진 않을 터. 만만치 않은 팀이 많다. 1년 전 넥센을 울렸던 두산이라는 디펜딩 챔피언도 건재하다.

그러나 밴 헤켄은 희망을 키우고 있다. 그는 “2년 전과 비교해 강정호, 박병호 같은 빅 스타는 없다. 그러나 부상의 변수만 없다면 현재 타선도 충분히 좋다. 좋은 투수도 많다”라며 “포스트시즌은 각 팀이 얼마나 집중하면서 폭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도 타이밍에 맞춰 타오를 경우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좋은 팀이다”라고 전했다.

넥센은 올해 포스트시즌을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통과해야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우선은 준플레이오프 통과부터. 넥센이 1년 전 탈락의 쓴맛을 본 준플레이오프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1번째 카드는 밴 헤켄이다. 에이스로서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

밴 헤켄은 “나를 에이스로 불러주면서 더욱 막중한 책임감이 생겼다. 나에 대한 동료의 기대도 잘 안다. 그렇기에 투수의 리더로 더 좋은 피칭을 해야 한다. 이런 게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자 잘 해야 한다는 자극제가 된다.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져 기다려지고 기대가 크다.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rok1954@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