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보이콧→복귀→보이콧.. 이정현 결정 뒤집은 정진석

김지은 입력 2016. 9. 29.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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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ㆍ유승민 “국감 거부 안돼”

최경환은 “단일대오로 투쟁”

최고위원ㆍ중진들도 사분오열

일각 “복귀는 시간문제” 전망

2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정세균 사퇴 관철을 위한 규탄 결의대회'에서 3일째 단식농성 중인 이정현 대표가 발언대로 나가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야권과 대치 중인 새누리당의 자중지란이 점입가경이다. 전날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의 국감 복귀 선언으로 ‘감금’ 사태가 벌어지더니, 28일에는 국정감사 보이콧 철회 여부를 놓고 하루 종일 엎치락뒤치락했다. 정 의장의 사퇴를 걸고 단식 농성중인 이정현 대표는 전격적으로 국감 복귀를 주장했지만, 정진석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를 뒤집었다. 비박계 잠룡들의 국감 참여론도 강성 친박 의원들의 강경론에 묻혀버렸다.

이 대표의 국감 복귀 발언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이 대표는 28일 오후 3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에서 열린 ‘정세균 사퇴 관철을 위한 규탄 결의대회’ 막판에 마이크를 잡고 “내일부터 국감에 임해달라”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이 대표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게 새누리당 의원들과 나의 소신”이라고 덧붙였다. 박수가 터져 나오긴 했지만, 의원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불과 1시간 전 의총에서 국감 복귀 의사를 밝힌 김영우 의원 등을 향해 “죽어도 당론을 따를 수 없다면 무소속 정치를 하는 게 옳다”고 목소리를 높인 터였다.

결의대회 직후 정 원내대표는 곧장 예정에 없던 의총을 소집했다. 의총에선 강성 친박계 의원들이 잇따라 연단에 올라 국감 복귀 반대 주장을 폈다.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은 의총장을 빠져나오면서 “국감 복귀는 (언제든) 해야 하지만 이 대표가 타이밍(시기)을 잘못 잡았다. 오늘 (결의대회로) 투쟁해 놓고 바로 국감에 복귀하자는 게 무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의총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국감에 복귀할 수 없다고 했다”고 의총 논의를 정리했다.

앞서 오전 8시 30분에 열린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선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국감 참여론을 폈다. 김 전 대표는 “과거 우리가 비판했던 야당의 장외투쟁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유 의원은 “북핵 위기에, 지진에, 경제난까지 겹쳤는데 집권여당이 국감을 거부해서야 되겠느냐”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에 앞서 두 중진은 각각 이 대표에게도 이 같은 뜻을 전하는 등 물밑 조율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두 의원의 발언에 친박계 중진들이 잇따라 “지금은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적전분열해선 아무 것도 안 된다. 지금은 단일대오로 투쟁에 나서야 할 때”(최경환 의원), “벌써부터 전열이 흐트러져 출구전략을 모색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조경태 의원) 등의 논리였다. 한 의원은 “참석 의원 25명 중 김무성ㆍ유승민 두 의원을 제외한 대다수가 단일대오 유지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부터 11시간 동안 국감 보이콧→복귀→보이콧의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시기의 문제일 뿐 국감 복귀는 사실상 정해진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국감 복귀를 밝힌 배경에도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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