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자동차稅.. 1억 수입車가 아반떼보다 덜 내

신은진 기자 2016. 9. 2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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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2.0보다 자동차세 적게 내는 고급차 모델 142개]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 부과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를 가격 아닌 면적을 기준 삼는 셈 고가의 경유차 '엔진다운사이징' 배기량 낮추고 출력 높이는 추세.. 稅기준이 트렌드 반영 못 해

"아버지가 중고차 값이 100만원도 안 되는 1997년식 구형 갤로퍼를 타셨는데 매년 자동차세를 40만원 내셨다. 차값이 7000만원이 넘는 외제차도 자동차세가 40만원이라니 말도 안 된다."(서울에 사는 이모씨)

"1600만원짜리 국산 크루즈 1.8이 1년에 세금 43만원 내는데, 6000만원짜리 벤츠 C클래스도 43만원 낸다. 이건 서울 반포 자이 아파트 85㎡와 광주광역시 아파트 85㎡가 같은 재산세를 내는 것과 같다."(경기도에 사는 김모씨)

자동차 세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4000만원 이상 고급 승용차를 조사한 결과, 판매가 1970만원인 준중형 승용차 아반떼2.0(1999㏄)보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고급차 모델 수가 142개나 됐다〈그래픽 참조〉.

1억원짜리 수입차가 1000만원대 아반떼보다 자동차세 적어

이런 고급차 중에는 벤츠 C클래스와 E클래스, BMW 3시리즈와 5시리즈, 아우디A4와 A6는 물론 최고급 스프츠카 브랜드인 포르셰 718박스터와 마칸까지 포함돼 있다. 심지어 1억원이 넘는 최고급차량도 아반떼보다 자동차세가 적게 부과되고 있었다. 판매가격이 1억1000만원인 볼보의 SUV 'XC90 T8 AWD'는 판매가 1970만원인 아반떼 2.0보다 자동차세는 더 적게 낸다. 왜 이럴까. 현행 자동차세가 배기량에 따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기량 1000㏄ 이하 승용차는 ㏄당 104원(자동차세 30%인 지방교육세 포함), 1600㏄ 이하는 ㏄당 182원, 1600㏄ 초과는 ㏄당 260원이 각각 부과된다. 이 때문에 차량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배기량만 작으면 자동차세가 적게 부과된다.

자동차세는 약 50년 전인 1967년부터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다. 그 시절에는 '고배기량차=고가의 고급차' 등식이 성립했다. 당시만 해도 1억원대 자동차에서 1000㏄대 저배기량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배기량 큰 차가 비싼 시절에 나온 법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소 가격이 1억3000만원이 넘는 벤츠 S클래스(2987㏄)의 자동차세가 3320만원에 불과한 그랜저(2999㏄)보다 자동차세는 더 적게 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를 아파트 가격이 아니라 면적(㎡)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중저가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서민 납세자들에게 불리한 조세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재교 세종대 교수(변호사)는 "1억원대 고가차를 보유한 부유층이 가격이 6분의 1에 불과한 1000만원대 준중형차를 보유한 서민보다 오히려 세금을 매년 적게 내고 있어 조세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 뒤떨어진 법이 조세불평등 심화"

정부는 이에 대해 "자동차세는 배기량이 큰 차량일수록 배출하는 환경오염물질이 많고, 교통혼잡이 심해지는 등 환경에 대한 가치를 고려해 과세하는 목적도 크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1000만원대 차량과 1억원대 차량의 세금이 역전될 정도로 수입차가 친환경이지는 않다. 더욱이 아반떼보다 더 세금을 적게 내는 수입차 모델 142개 중 77개(54.2%)가 경유 차량이다. 지난해 판매대수 기준으로 보면 무려 72.6%나 차지한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기량 기준의 현행 자동차세가 경유차를 간접 지원해주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세금 정책이 기술의 발달에 눈을 닫고 있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고가의 경유차를 중심으로 '엔진다운사이징(엔진 배기량을 낮추되 연료 효율성과 출력을 높인 기술)'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기존 법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 특임교수는 "현행 자동차세는 우리나라에 국산차만 있던 시절에 만들어진 기준이고, 당시 국산차들은 배기량과 차량가격이 비례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뀐 만큼 법도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며 "세금의 기능적 측면에서도 운행세 측면이 강한 배기량 기준보다 차량가격 기준으로 변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심재철 국회부의장(새누리당)은 자동차세 부과기준을 현행 배기량에서 차량가격으로 바꾸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이달 12일 국회에 제출했다. 심 의원은 "중저가 차량은 현행보다 세금을 줄여주고 고가의 차량은 더 내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조세형평에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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