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法, 백남기씨 부검영장 발부..유족 "받아들일 수 없다"

기하영 2016. 9. 2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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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세상을 떠난 백남기 농민의 빈소.[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법원이 농민 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시신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영장 발부에 반발하며 영장 집행을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경찰과 시민들간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法 백남기씨 부검영장 발부… "부검 방식 유족과 협의하라"

서울중앙지법은 28일 서울중앙지검이 서울종로경찰서와 협의해 재청구한 백씨 시신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고 이 날 밝혔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면서 부검 장소, 방식, 참관인 입회, 촬영 등과 관련된 사안을 백씨 유족 측과 충분히 협의하라고 주문했다.

법원이 시신 부검 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같은 단서를 다는 건 이례적이다.

법원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과 대중의 관심, 특수성 등을 고려해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1차 청구 때는 기각된 영장이 재청구를 통해 발부된 구체적인 사유나 검찰이 재청구시 특별히 보완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전날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법의관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구체적인 부검 절차에 관한 논의에 들어갔다.

검찰은 백씨 사망 당일인 지난 25일 한 차례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이틀 뒤 재청구했다.

28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3층 광장에서 故 백남기씨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가 법원의 부검영장 발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백남기 유족과 시민단체…"영장 집행 막겠다"

법원의 영장 발부에 대해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부검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28일 투쟁본부는 오후 10시 30분쯤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3층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의 뜻을 받들어 부검을 반대한다"며 "부검 강행 시 있는 힘을 다해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유족 대표로 발언에 나선 백도라지씨는 "저희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들의 손에 아버지를 맡기고 싶지 않다"며 "저희 가족은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호 투쟁본부 공동대표가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은 사인이 명확한 만큼 필요하지도 않고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백씨의 빈소를 지키던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혹시 모를 경찰진입에 대비했다. 장례식장 1층부터 3층에 자리를 잡은 500여명의 시민들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소식이 나왔는지 확인하며 자기 자리를 지켰다.

부검영장 발부 소식에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시민 이모씨는 "언제 경찰이 올지 모른다"며 "끝까지 백남기씨의 곁을 지킬 것이라"라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오늘 나가면 못 돌아온다는 농담도 간간히 오갔다.

이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영장발부 결정 이후 백씨의 빈소를 찾았다.

노 원내대표는 "영장발부는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수사를 하지도 않고 사인을 엉뚱한 곳으로 호도하기 위해 영장발부를 추진한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특별보고관의 성명서를 언급하며 "이 문제는 국내에서 쉬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대표적인 인권 유린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불필요한 영장이 발부된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굉장한 충격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농민 백남기씨의 사망 소식에 28일(현지시간) 독립된 기관에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백씨는 지난해 11월 민중 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가 25일 숨졌다. 투쟁본부에 따르면 25일부터 오늘까지 빈소를 방문한 인원은 약 8500명 정도 된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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