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체부, 미르 설립 허가때 '초고속 출장서비스'

입력 2016. 9. 28. 22:36 수정 2016. 9. 29. 11: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담당 공무원이 세종서 서울 출장
전경련서 서류 받아 당일밤 등록
국감서 출장 사실 숨겼다가 들통

기재부는 지정기부금단체 승인 때
문체부장관 날인 없는데도 통과
허가부터 이후 과정 의혹투성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미르재단의 법인 설립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이례적으로 세종청사에서 서울까지 출장을 가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쪽으로부터 서류를 전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미르재단을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하는 과정에서도 서류에 흠결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립 과정 전반이 의문투성이인 셈이다.

■ ‘미르 허가’ 담당 공무원, 거짓 답변 드러나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단 설립 허가를 담당한 문체부 공무원이 미르재단 설립 허가를 위해 특별히 서울에 ‘출장 서비스’를 다녀온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담당 공무원인 김아무개 주무관은 국감이 열리기 전 의원실에 “‘한류진흥사업 관련 업무회의’ 때문에 2015년 10월26일 서울에 출장 가 있는데 마침 전경련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법인 설립 허가 신청을 문의하길래 ‘마침 서울에 있으니 신청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서류를 접수하게 됐다”고 설명했으나 업무회의 내용이나 참석자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의 요구로 이날 밤 국감장에 선 김 주무관은 ‘미르재단 때문에 전경련 관계자를 만나러 출장 간 것 아니냐’는 신 의원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면서 “언론에서 제 이름이 나오고 제 업무가 이슈화되는 데 대해 부담감을 느꼈다. 그래서 한류진흥사업 회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거짓 답변을 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김 주무관은 그러나 전경련의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선 “정말 기억해보려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해당 업무를 1년여 동안 담당했다는 김 주무관은 ‘미르재단처럼 서울에 가서 서류를 받아온 적이 있냐’는 안민석 더민주 의원의 질문에 미르재단 건이 유일하다고 답했다.

김 주무관이 전경련으로부터 서류를 접수한 이후 문체부 공무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오후 5시에 서류를 받은 김 주무관은 그날 저녁 8시7분 서류를 문체부 서울사무실에서 내부 시스템에 등록했고, 8시10분 사무관이, 8시27분 과장이 세종청사에서 각각 원격 결재를 마쳤다. 이튿날 오전 8시9분 콘텐츠정책관의 결재를 거쳐 오전 9시36분 재단 등록이 완료됐다. 김 주무관은 출연 재산 잔액 증명서 등 관련 서류에 대해 “분실했다”고 했다가 “받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답하는 등 자료가 누락된 점도 시인했다.

유성엽 교문위 위원장(국민의당)은 “허가를 신청하는 사람이 아쉬운 사람이고 공무원은 ‘갑’인 셈인데 서울에 올라가서 서류를 받아오는 게 이상하지 않냐”며 “저녁 8시가 넘었는데 일을 열심히 하려고 기안을 했다는 답변을 비롯해 도저히 국민의 상식적인 눈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기부금단체 지정 때도 서류 미비 ‘무사통과’

설립 허가 단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정부의 ‘미르재단 특별 대우’는 이어졌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27일 문체부가 기재부에 미르재단을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했는데 이 가운데 ‘기부금단체 추천서’에 문체부 장관의 날인이 빠져 있었다. 이 서류는 기부금단체 승인에 필요한 6가지 필수 서류의 하나로, 6가지 중 하나라도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서류 미비’나 ‘서류 부족’을 이유로 승인이 나지 않는다. 실제로 같은 해 ㈔대전광역시 척수장애인협회, ㈔해공신익희선생기념회 등 2곳은 서류 미비나 부족으로 탈락했다. 하지만 미르는 서류상 흠결에도 신청 한달 만인 12월24일 기재부의 승인을 받았다. 지정기부금단체는 기부를 받을 때 증여세 면제 등 세금 혜택을 받는다.

장관의 날인이 빠진 사실을 기재부는 이날까지 모르고 있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원실에 “문체부에서 실수로 찍지 않은 것 같다”며 “추천서 등을 일괄제출하면서 작성된 공문에는 장관의 날인이 있으니 그것으로 갈음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인의 기부금단체 추천과 관련해 정작 추천 당사자인 문체부 관계자는 “(주요 부서장의 날인이 없는 서류 하자의 경우) 심사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기재부에서 보완을 요구하거나 서류 미비로 반려하거나 심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주현 의원은 “기재부로부터 기부금단체로 승인받는 것은 매우 어렵고 엄격한 심사를 받는다. 하지만 문체부는 장관의 직인도 찍지 않고 제출했고 기재부는 이를 간과한 채 승인이 난 것”이라며 “이는 윗선에서 결정돼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사안이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송경화 하어영 기자 freehw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한겨레> 미르팀 취재기자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님께
승마 훈련도 출석 인정…“이대, 최순실 딸 위해 학칙 고쳤다”
[단독] 문체부, 미르재단 설립 허가 때 ‘초고속 출장서비스’
“화 내서 미안” 손편지를 썼더니 남편의 ‘김치찌개 답장’이 왔다
[카드뉴스] ‘김영란법 3.5.10’ 이것만 외우다간 큰코다쳐요!

▶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 [정치BAR]
▶ 콕콕 짚어주는 [한겨레 카드뉴스][사진으로 뉴스 따라잡기]
▶ 지금 여기 [오늘의 사설·칼럼][한겨레 그림판][스페셜 콘텐츠]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