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DNA 검사로 질병 알 수 있다? 유전자 검사 확산

2016. 9. 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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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할리우드 스타인 앤젤리나 졸리, 몇 년 전 유방 절제 수술을 해서 화제가 됐죠.

유방암에 걸릴 확률 87%, 정확한 병명과 수치까지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보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 앵커 ▶

미국만의 얘기일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일부 항목들에 대해선 쉽게 검사받을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는데요.

저도 한 번 검사를 받아봤습니다.

머리숱이 많은 편이라 큰 걱정 안 했는데, 유전적으로는 탈모 위험인자가 있다네요.

피부도 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하니 미리 관리 좀 해야겠습니다.

과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업체를 찾았는데, 비용은 10만 원에서 15만 원.

검사를 신청하자 상자가 배달됐습니다.

설명에 따라 플라스틱 용기에 제 침을 넣고, 함께 배달된 보존액을 섞어 돌려보냈습니다.

검사는 열흘에서 2주 정도 걸리는데, 매년 건강 상태를 보는 건강검진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특징을 보는 거라 1번만 받으면 된다는데요.

유전자 검사를 했던 다른 분의 얘기도 들어보실까요.

[심선]
"집안에 고지혈증이나 그런 분들이 없어서 전혀 걱정했던 적도 없었는데 이 결과 보고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 앵커 ▶

저는 카페인 배출 속도가 느리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미처 몰랐던 사실인데요.

남들보다 커피를 좀 적게 마셔야 한다는 조언도 받았습니다.

◀ 앵커 ▶

그런데, 모든 유전자 검사를 이상현 앵커가 한 것처럼 직접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반드시 의사를 거쳐야 하는 항목도 있습니다.

피부나 탈모 같은 미용이나 혈당, 혈압 같은 기본 건강 항목 12개만 직접 검사를 의뢰하실 수 있고요.

암 또는 심장, 혈관질환 등 질병 예측은 의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질병 가족력이 있는 분들이 관심이 많으시겠죠.

신정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당뇨병 발병 확률, 한국인 평균의 1.97배.

부모 모두 당뇨를 앓은 탓에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습니다.

치매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김재용]
"미리 제가 걸릴 수 있는 걸 예측할 수가 있는 거잖아요. 식단도 조절하려고 지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운동해라, 체중 관리해라, 의사의 권고를 그저 잔소리 취급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박경수/재활의학과 전문의]
"심각성에 대해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고, 아 직접 이제 바꿔야겠구나…."

태아의 건강 상태도 미리 가늠합니다.

[이미경]
"양수검사를 한다고 들었는데, 아기가 잘못될 거라는 큰 두려움도 들더라고요, 좀 더 편하고 안전한 방법이 있다고 해서…."

엄마 피 속에 섞여 들어간 아기 DNA를 추출해 다운증후군 등과 같은 염색체 이상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겁니다.

[배석진/유전자 검사업체 박사]
"35세 이상만 되더라도 염색체 이상이 있는 태아를 출산할 수 있기 때문에…."

안과에선 각막이상, 치과에선 만성치주염.

DNA 검사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신동직/유전자 검사업체 대표]
"1백여 가지 되는 질병에 대해서 발병확률이 있다는 것을 통계적 처리에 의해서 (예측합니다.)"

◀ 앵커 ▶

췌장암으로 숨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자신에게 어떤 항암제가 잘 맞나 확인하려고, DNA 검사를 받았는데 무려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원을 썼습니다.

지금은 수십만 원 정도면 가능합니다.

DNA 검사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전 세계 벤처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데요.

당장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라고 합니다.

박영회 기자의 설명 들어보시죠.

◀ 리포트 ▶

15년 넘게 달고 살았던 원인 불명의 복통, DNA 검사로 의문이 풀렸습니다.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을 소화 못 하는 유전병이었던 겁니다.

유전이라면 아이들은 어떨까, 셋 중 하나가 같은 질병을 갖고 있었습니다.

[크리스틴 휘태커]
"둘째 딸 레이건이 양성 반응이 나왔어요, 우리는 함께 글루텐이 없는 식단을 먹고 있습니다."

자신의 뿌리를 알기 어려운 미국의 흑인들, 잭슨 씨는 조상들이 중서부 아프리카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에인절 잭슨]
"내 DNA는 베냉과 토고에서 왔네요, 와!"

[박종민/딜로이트-안진 선임연구원]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가 이런 특이한 정보까지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보입니다.)"

흥미를 끄는 다양한 유전자 검사들, 업체들이 노리는 건 당장의 검사비가 아니라 DNA 정보를 쌓는 겁니다.

시장을 처음 개척한 미국 업체는 작년 한 제약사에 특정 질환을 앓는 3천 명의 DNA를 제공하는 대가로 6백억 원을 받았습니다.

이미 확보한 DNA 수만 120만 명.

80%는 자기 정보를 연구에 써도 좋다고 동의했습니다.

영국에선 정부가 나서 10만 명 DNA 확보를 추진하고 있고, 중국 기업은 아예 미국의 유전자 기업을 사들였습니다.

[이종은/유전체기업협의회장]
"유전자 분석산업은 국경이 없는 사회로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자기의 유전자를 알고 싶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막으려야 막을 방법이 없을 겁니다."

◀ 앵커 ▶

DNA 검사라고 맹신해선 안 됩니다.

유방암의 경우 유전적 요인에 의한 건 전체의 10%가 안 되고 대부분 후천적, 환경적인 이유로 발병합니다.

가장 활발히 연구된 질병인 당뇨는 관여하는 유전자가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1백 개가 넘습니다.

확률이 높다면 건강관리에 더 신경 쓰는 정도로 참고하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 앵커 ▶

사회적, 윤리적 문제도 숙제입니다.

불필요한 DNA 검사가 남발되고, 약물 오남용, 과잉 처방이 이어져선 안 되겠죠.

태아의 성별, 질환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불법 낙태 같은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유전자 관련 시장이 커지는 만큼 경쟁도 더 치열해질 텐데요.

국민 건강을 우선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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