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어천가? 국감앞둔 농식품유통공사 SNS글 논란

박병률 기자 입력 2016. 9. 28. 19:20 수정 2016. 9. 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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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사람이 있었습니다”

한국농식품유통공사 고위간부 A씨가 28일 이렇게 시작되는 장문의 글을 그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사람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의미한다. 글은 김 장관의 출생과 성장과정, 행정고시 입문과 가계 이야기를 꼼꼼히 설명한 뒤 그에게 제기된 3가지 의혹을 조목조목 해명했다. “야당은 한 사람의 인격을 무자비하게 짓밟았습니다”며 야당을 실랄하게 비판하는 대목도 있다.이 글은 “제가 5년간 모신 분의 인격 살인을 분개합니다”라고 끝을 맺는다.

A씨는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이 농식품유통공사 사장시절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측근이다. 이 글에 대한 반향은 컸다. 50여개에 육박하는 ‘좋아요’가 달렸다. “오랫동안 모셨던 주군에 대한 응원이 아름답다” “A님의 용기있는 글...응원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한 전문매체는 ‘모든 의혹 사실 아니다…A씨 페이스북에 글 올려 호소’라고도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이글은 A씨의 글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정태옥 의원(대구 북구갑)이 작성한 글로 ‘널리 전파해달라’며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실제 글 내용에는 “‘저희 새누리당은 이를 막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국회의장의 본분을 저버린 편향적인 행태에 밀려 해임건의안 통과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는 문구가 나온다.

농식품유통공사는 김재수 장관이 사장 재직시절 회삿돈으로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에 매년 100만원씩, 모두 587만원을 기부해 논란을 빚고 있다. 김 장관이 사장으로 재적하기 전에는 농식품유통공사가 이 교회에 기부한 적이 없다. 또 농식품유통공사는 K-밀 사업 등에 있어 미르재단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29일로 예정된 농식품유통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는 김 장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질의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감을 하루 앞둔 이같은 상황에서 농식품유통공사 고위간부가 출처언급도 없이 특정정당의 주장을 SNS에 전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글을 ‘공개’로 설정,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A씨는 논란이 되자 글을 수정, “시중에 널리 유통되는 글을 공감하여 올립니다”라는 문구를 한줄 붙였다. A씨는 “오전에 직원이 ‘좋은글’이라며 전해주길래 공감해서 올린 것으로 출처는 몰랐다”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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