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knowledge] 크로스, 정말 효과적인 공격법일까?

Huw Davies 2016. 9. 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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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Huw Davies, 편집팀]

측면에서 골대 앞 동료를 향하는 패스, 그러니까 크로스는 거의 모든 팀들이 즐겨 활용하는 공격 방법이다. 공격수의 머리를 직접 향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세컨드볼을 잡아 슈팅을 시도할 수도 있다. ‘택배’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정확한 크로스는 득점에 도움이 된다. 데이비드 베컴, 염기훈 등 측면에서 날카롭고 확률 높은 크로스를 올리는 선수들의 가치가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으론 크로스가 그리 효과적이지 않은 공격 방법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유는 확률 때문이다. 크로스를 올리는 빈도에 비해 득점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월드 No.1 풋볼매거진 <포포투>가 크로스의 이면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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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의 역사와 효과

통계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평균적으로 오픈 플레이에서 기록되는 크로스 92회 중 약 1회만 득점으로 연결된다. 92회의 크로스 중 73회는 너무 멀거나 짧아 주인을 만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상대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긴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크로스가 주요 공격 루트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크로스의 기원을 정확하게 짚는 건 어려운 일이다. 초창기 현대 축구에서는 뒤와 옆으로만 패스할 수 있었다. 19세기 축구에서 상대 골문 쪽으로 전진하는 방법은 드리블뿐이었다. 심지어 슈팅을 때리지 않고 골문 안으로 드리블하기도 했다. 수비수들이 공을 지닌 선수에게 달려들면 공을 가진 선수는 반대편에 있는 동료에게 길게 공을 보내 위기를 모면했다. 요즘 우리는 그걸 ‘사이드 체인지’, 혹은 ‘스위칭 플레이’라고 부른다. 

2-3-5 전술에서는 측면에 윙어가 두 명씩 있어 전형 폭이 넓었다. 당시 축구는 집요한 개와 하는 공 물어오기 놀이와 비슷했다. 개의 역할을 수비가 대신할 뿐이었다.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앤드류 윌슨은 20세기 초 인사이드 레프트로 활약했다. 그는 셰필드 웬즈데이의 최다 출전 및 득점 기록 보유자다. “이런 식으로 공을 처리하면 수비는 상대를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른다. 공에 달라붙어 있는 공격수는 압박하면 되는데 그걸 멀리 차버리면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하게 된다.”

웨스트브로미치앨비언에서 활약했던 바셋은 1888년 FA컵에서 롱패스를 우승 후보 프레스턴을 놀라게 했다. 요새는 윙어가 측면으로 전력 질주해 올리는 크로스가 흔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19세기에는 헤더를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1875년 셰필드가 머리로 공을 들이받자 관중들은 웃음을 쏟아내기도 했다. 

1940~50년대에는 윙어가 잉글랜드 축구를 정의했다. 스탠리 매튜스와 톰 피니 같은 스타들이 등장했다. 정확한 크로스를 무기로 공격을 이끄는 선수들이었다. 1966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에 우승을 안긴 알프 램지 감독은 혁신가였다. 그는 “측면에 선수 2명을 두는 건 사치다. 9명이 뛰는 것과 다름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크로스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다. 크로스를 대체할 전술이 별로 없다. 가짜 공격수와 반댓발 윙어가 유행하는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정확한 크로스를 올리는 법을 배운다. 잉글랜드가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넣은 9골은 크로스의 결과물이었다. 가끔은 크로스가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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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선택은 팀에 해롭다?

현대 축구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직관이나 경험으로 모든 걸 알 수 없다. 2006-07시즌과 2013-14시즌 사이에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경기당 평균 오픈 플레이 크로스를 약 18회 기록했다. 그 중 동료에게 연결된 건 4회 정도에 불과했다. 득점 성공 횟수는 당연히 더 적다. 앞서 설명한 대로 크로스 92회 중 1회만 득점으로 이어졌다. 

한 연구에 따르면 크로스 선택은 사실상 팀에 해롭다. 크로스를 아예 하지 않으면 전체 득점 수가 약 300골 정도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약간 과장 같기는 하지만, 크로스의 효과가 시도하는 빈도에 비해 떨어진다는 건 분명하다. 특히 현대 축구에선 더 그렇다. 원톱 전술의 급증 때문이다. 페널티박스 안에는 수비수가 공격수보다 항상 많다. 원톱은 밀릴 수밖에 없다. 스트라이커가 고립되었으니 윙어가 골을 넣어야 한다. 대니 웰백이나 앙소니 마시알, 아루나 코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반댓발 윙어가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은 대개 크로스를 시도하기 전에 슛이나 패스를 한다. 중앙 침투를 하기도 한다. 30년 전 제이슨 월콕스의 경험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그는 “16세 땐 중앙으로 침투하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블랙번 유소년팀 감독이었던 짐 퍼넬이 나를 측면에 고정하려고 했다. 내가 사이드에만 있으면 수비하기 편해진다.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윙어는 크로스만 해서는 안 된다. 재능이 하나뿐인 선수를 쓰기 힘든 시대다. 크로스가 백발백중 동료에게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고전적 윙어에겐 유통기한이 있다.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풀백이 됐다. 아론 레넌은 에버턴에서 플레이 스타일을 바꿨다. 

수비수 입장에서도 크로스는 상대적으로 막기 편한 방식이다. 아스널 수비수였던 마틴 키언은 “지금은 대부분 스트라이커를 한 명씩 둔다. 보통 그는 다른 공격 동료들과 거리를 두고 서는데 아무도 그를 막지 않는다. 거의 마네킹이나 다름 없다. 공이 그를 넘어가 버리면 원톱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골키퍼는 크로스를 막는 연습을 하지만 수비수들은 거의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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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는 공 소유를 포기하는 플레이

2014년 2월 9일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풀럼과의 경기에서 무려 82회 크로스를 시도했다. 그 경기에서 맨유는 2-2로 비겼다. 풀럼의 수비수 댄 번은 “그렇게 헤딩을 많이 한 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에게는 최악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묻지 마’ 크로스는 로또를 사는데 쓰는 돈과 같다. 모예스 감독은 “우리가 변하려면 행운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게 바로 크로스의 본질이다. 크로스가 통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요행을 바라는 것보단 확률 높은 공격을 하는 게 낫다. 지금은 압박 축구, 많이 뛰는 축구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이 가장 대표적이다. 흔히 말하는 패스 축구가 바로 그것이다. 유로 2008 우승팀 스페인은 토너먼트 단계에서 경기당 450회 정도 패스를 시도했다. 유로 2012에선 16팀 중 15팀이 2008년의 스페인보다 많은 평균 패스 횟수를 기록했다. 축구의 트렌드가 변했다는 의미다.

분데스리가에선 지난 7년 사이 크로스 횟수가 25% 줄어들었다.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도 그 추세를 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의견을 주장하는 감독이 있다. 광주FC 남기일 감독이다. 그는 K리그에서 가장 전술적인 지도자로 통한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팀을 중위권으로 이끈 원동력이다. 그는 “크로스는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지시한다. 이왕이면 패스를 통해 확률 높은 공격을 하자고 가르친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크로스의 비중이 추락하는 셈이다. 

공을 소유하는 팀은 경기를 지배한다.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이길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크로스는 행운에 의존하는 플레이라고 인식하는 지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900년대 초반 허더스필드타운, 아스널을 이끌었던 지도자 허버트 채프먼은 “보는 재미가 떨어져도 패스가 더 치명적이다. 측면을 따라 달리가 상대 수비수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승산이 9대1밖에 되지 않는 문전에 공을 보내는 플레이는 무의미하다”라고 말했다. 이미 100여 년 전에도 누군가는 알고 있던 사실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이매진스, 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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