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에 집착하는 경검..책임모면·수사지연 면죄부 찾기?

차윤주 기자 입력 2016. 9. 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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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조문 없이 "부검 통해 정확한 사인규명"만 외쳐 일선 경찰 "수뇌부 결정 이해 안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16.9.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지난 25일 사망한 농민 백남기씨를 향한 경찰과 검찰의 부검 집착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검찰이 부검영장 청구와 기각, 재청구와 법원의 소명 요청 등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밟으면서 국가권력기관에 의해 희생된 백씨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는 한편, 관련 사건수사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종로경찰서는 28일 검찰이 전날 경찰이 보낸 자료를 토대로 법원에 백씨의 부검영장 발부를 위해 추가 소명자료를 보냈고 밝혔다.

경찰은 자료에 법의학전문의 등의 의견을 토대로 백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이 반드시 필요하며, 부검절차와 장소 등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당초 법원이 요청한 전날까지 소명자료를 보낸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날 오전에야 지각 제출했다.

경검은 앞서 백씨가 25일 사망하자 사인을 규명하겠다며 1차로 시신 부검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기각하고 진료기록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만을 발부했다.

이는 진료기록만으로 백씨 사인을 규명할 수 있어 법원이 부검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26일 오전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한편, 같은날 밤 부검영장을 재신청했다. 이후 법원이 전날 다시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한 추가 소명자료를 보낼 것을 요구한 것이다.

망자의 부검영장이 기각된 사례는 있지만, 그후 이번처럼 영장 재청구와 법원의 보완요구 등이 이어진 일은 전무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경찰과 검찰이 이토록 부검에 집착하는 것은 경찰의 시위 진압과정에서 중태에 빠져 사망에 이른 농민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많다.

경찰은 백씨가 지난해 11월14일 도심집회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중태에 빠져 입원했을 당시와 사망할 때 주치의가 기록한 내용이 다르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6일 "애초에 그분이 병원에 들어갔을 때는 지주막하출혈 즉, 두피 밑으로 출혈이 있었다고 병원에 기록되어 있는데 주치의의 기록 사인(死因)은 병사(病死), 심부전에 의한 심정지사"라고 말했다.

백씨가 경찰이 사람을 향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것이 명백하지만 병사 가능성을 주장한 것이다.

이 청장은 "통상 변사사건에 있어 사망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일반 변사사건을 처리할 때 부검을 하는 게 맞다. 부검을 통해 여러 논란이 되는 부분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백씨 사인이 백씨 유족 등이 제기한 형사고발, 손해배상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족 등은 지난해 11월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을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올해 3월엔 국가와 경찰을 상대로 2억4000여만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관련 피의자 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고 경찰 역시 당시 관계자들에 대한 내부 감찰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등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 경찰(경정)은 "결과적으로 사람이 죽었는데 사과와 조문은 커녕 유족 등 누구도 원치 않는 부검을 하겠다는 수뇌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 수뇌부가 지나치게 정부 눈치를 보면서 일선 경찰,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선 검찰로 공을 넘겨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다. (부검영장 청구 등) 모든 과정에 검찰의 지휘를 받고, 사건 종결도 검찰 지휘에 따른다"고 말했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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