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2년]'ㅅㄷㄹ'·'현아' 암호 해독에 오피스텔까지.."누구를 위한 법이냐"

안하늘 입력 2016. 9. 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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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대한 이해없이 현상만을 위한 단통법
시행 2년, 기상천외한 판매방법 등장
단통법 전보다 오히려 소비자 차별 극심
엉뚱하게도 수혜는 해외 제조사가

지난 2014년 단말기유통법 도입에 반발하는 이동통신업계 종사자들.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시행 2년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이 휴대폰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없이, 현상만을 개선하기 위한 반쪽자리 제도라는 지적이다. 불법 영업은 단말기유통법 이후에도 여전하다. 오히려 더 음지화되면서 소비자 차별이 극심해졌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전 이동통신사들은 경쟁사의 고객을 유치하는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해서는 높은 보조금을, 기존 고객에게는 거의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보조금 규모도 제멋대로라 휴대폰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에게 비싸게 파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모든 소비자가 받을 지원금을 알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단말기유통법이 제정됐다. 또 신규가입,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라 지원금도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풍선효과로 시장은 더욱 음지화됐다.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 뽐뿌에서는 'ㅅㄷㄹ', '현아', '표인봉' 등 은어로 가격 정보를 공유한다. 다른 휴대폰 커뮤니티 빠삭에서는 가격을 진동 횟수로 알려준다. 20번 진동이 울리면 고객에게 불법 보조금을 20만원 준다는 뜻이다.

불법 보조금을 떳다방식으로 주는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휴대폰 불법 영업의 성지가 됐다. 이곳에서는 모든 가격이 계산기로 건내진다. 판매점 직원은 고객에게 "얼마까지 알아봤냐"고 되묻는다.

오피스텔 영업도 성행 중이다. 초대장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오피스텔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이 같은 불법 영업을 하는 판매점에서는 공시지원금보다 20만~30만원싸게 살 수 있다.

아는 사람만 싸게 사는 소비자 차별은 과거보다 더욱 극심해졌다. 단말기유통법 제정을 가져온 소위 대란이 일어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2013년 10월 갤럭시S3가 17만원에 판매됐을 때나 지난 2014년 1월 아이폰5s가 10만원에 판매된 123대란때도 비록 단 몇 시간 동안 최신 스마트폰이 싸게 판매됐지만, 전국 이동통신사 온오프라인 판매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미래부 단통법 페이스북 이벤트 캡처


정부는 시장 안정화만 외치며 폰파라치 제도 등을 통해 불법 영업을 단속하려 하지만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엉뚱하게도 애플이 단말기유통법으로 가장 큰 수혜를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초기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크게 아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에 대한 할인률이 기존 12%에서 20%로 늘어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선택약정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당시 약정기간이 만료된 고객이나 중고폰 가입자를 위해 공시지원금을 받는 대신 매달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비판 여론이 크자 선택약정 할인율을 20%로 높였다.

이러자 애플 아이폰 가입자 10명 중 8~9명은 선택약정 제도로 가입하게 됐다. 삼성전자, LG전자 전략 스마트폰에 비해 애플 아이폰의 공시지원금의 규모는 절반에 못미친다. 공시지원금은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공동으로 부담하는데 애플은 국내 소비자에게 어떠한 지원금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약정은 스마트폰과 관계없이 이동통신사가 요금할인 혜택을 준다. 게다가 할인률이 높아지면서 공시지원금보다 최대 20여만원이나 혜택이 커졌다. 결국 국내 이동통신사가 애플을 보조하는 셈이 됐다.

한 휴대폰 판매점 주인은 "전 국민이 호갱이 됐다. 소비자는 물론 휴대폰 시장이 침체를 맞으면서 상권까지 죽고 있다"며 "제조사 뿐 아니라 최근들어서는 심지어 이통사에게도 유리하지 않아 누구를 위한 법이냐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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