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의 美 TV토론 ①]패자가 된 美 대중.."불만가득한 반항아가 고지식한 모범생에게 따져댄" 분열의 TV토론

2016. 9. 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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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90분 간 불꽃 튀는 설전이 이어졌지만 승자는 없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州) 햄프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교에서 치러진 첫 대선 토론에서 시청자들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선전했다고 밝혔지만 토론 자체는 날선 공방과 감정싸움으로 얼룩졌다. 비방으로 끝난 첫 대선토론에 척 토드 NBC방송 정치부 기자는 “역대 가장 비정상적(abnormal) 행사”였다며 “이번 토론회의 가장 큰 패자는 미국 대중(American public)”이라고 지적했다.

표심 바뀌었다는 시청자는 24%에 불과= 이번 토론에서 관통한 주제는 누가 더 ‘대통령다운가’(presidential)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양측 후보는 자신들의 지지기반에 확신감을 주었지만 표심이 확실하지 않은 부동층을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CNN방송과 ORC 여론조사기관이 521명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에서 이번 토론을 계기로 자신의 표심을 바꾸었다고 밝힌 이는 24%에 불과했다. 얼핏보기에는 큰 수치지만 '트럼프가 아닌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가 아니라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모두 포함된 것이라 높은 수치로 볼 수는 없다. CNN 패널은 "효과가 컸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CNN/ORC 여론조사에서 표심은 학력, 당파, 성별에 따라 갈렸다. 비록 이날 토론에서 힐러리가 잘했다고 응답한 시청자가 62%를 차지했지만, 자신을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시청자의 79%는 트럼프가, 민주당의 지지자라고 밝힌 시청자의 89%는 힐러리가 이번 토론에서 강한 지도자로 보였다고 응답했다. 이번 토론이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한 시청자는 47%에 달했다. NBC방송의 니콜 월레스 정치평론가 역시 “트럼프의 지지자는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지지기반인 백인 노동자층은 버락 오바마 정권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의 감정적인 대응과 불만표출에 오히려 자극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미 첫 대선토론 집계 [그래픽=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분노’와 ‘관록’의 대결…그 사이에 낀 무당파= 말그대로 ‘분노’와 ‘관록’의 대결이었다. 힐러리와 트럼프는 자신의 고정지지층에게 확신감을 주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무당파를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미국 공화당의 홍보 및 전략자문을 전담하는 토마스 파트너스 기업을 운영하는 존 토마스 대표는 “트럼프는 대통령이 갖춰야 할 면모(presidential)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힐러리는 인간적인 면모(human)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럿거스 대학교의 로스 베이커 정치학과 교수도 이번 토론이 “불만가득한 반항아가 고지식한 모범생에게 따져댄 형국”과 같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트럼프는 토론 내내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을, 힐러리는 정치공약에 대한 ‘모범답안’을 말했다. 힐러리는 대중과의 교감이, 트럼프는 이성이 부족했다.

두 후보의 과제는 고스란히 미국 유권자에게 전가됐다. 레오니드 베르시드스키 블룸버그 평론가는 “미국 유권자에게 두 당은 충분하지 않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힐러리도, 트럼프도 미국 유권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모범답안’만 제시한 힐러리는 기성정치에 분노하고 있는 미국 중산층의 분노를 포섭하지 못하고, 트럼프는 감정만 내세워 사회를 통합시키지 못한 채 사회를 분열시킨다는 것이다. 토드 NBC 방송기자가 “이날 가장 큰 패자는 미국 대중(American Public)”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미 첫 대선토론 평론과 CNN/ORC 시청자(521명) 여론조사 결과 [그래픽=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그들만의, 그들을 위한, 그들에 의한 토론= 힐러리는 토론 막바지에 “선거는 여러분(you) 손에 달린 것이다. 이건 우리(usㆍ트럼프와 힐러리 자신)에 관한 것이 아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어떤 나라를 바라고 어떤 미래를 원하는 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토론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두 사람은 초반 다소 절제된 용어를 사용하며 점잖은 토론을 시도했으나, 첫 질문인 미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재창출 문제를 넣고 엇갈린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며 충돌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상호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힐러리를 향해 “대통령이 되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한데 스태미나도 없고 대통령이 될 얼굴도 아니다”고 비아냥거렸고, 이에 힐러리는 “트럼프를 ‘여성·인종차별주의자’라고 규정하면서 ”트럼프는 과거 여성을 돼지, 굼벵이, 개로 불렀다“고 반격했다. 총 90분의 발언시간 가운데 힐러리는 27 차례, 트럼프는 39 차례 상대방을 공격했다. 상대방이 발언 중 말을 잘라버리고 자기 할 말만 한 것은 힐러리가 8번, 트럼프가 20번이었다. 폭스채널은 트럼프가 힐러리가 발언하는 도중 51 차례 끼어들었다고 집계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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