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살보도 권고 기준 있으나 마나.. 작년 준수율 7% 불과

입력 2016. 9. 27. 19:19 수정 2016. 9. 2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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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모니터링 결과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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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2013년)→22.0%(2014년)→6.9%(2015년)’

2013년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권고기준 2.0)에 대한 국내 주요 언론사(방송사 9곳, 신문사 10곳)의 권고기준 준수율 추이다. 무분별한 자살보도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 지 오래지만 언론의 권고기준 2.0 준수율은 해마다 떨어져 지난해는 10%에도 못 미쳤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 배경과 방법 등을 경쟁적으로 보도할 경우 모방 심리를 자극해 자살이 확산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초래하기 쉽다. 이 때문에 자살보도만이라도 속보·단독 경쟁을 피하고 보도의 공익적 가치를 우선하는 언론계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최근 3년간 자살보도 모니터링 결과’ 자료에 따르면 주요 언론사 자살보도 중 권고기준 2.0을 준수한 보도는 5건 중 1건꼴이다.

권고기준 2.0이 마련된 뒤 복지부의 모니터링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복지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확산 등 최근 언론환경 변화에 따라 3년 전 새 권고기준을 마련했다. 권고기준 2.0은 △자살보도 최소화 △‘자살’ 단어 자제 △상세내용 최소화 △유가족 등 배려 등 총 9개 원칙을 기초로 삼았다.

지상파, 종편 등 9개 방송매체의 권고기준 2.0 준수율은 2013년 17.7%, 2014년 13.6%로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 1.3%(312건 중 4건)로 곤두박칠쳤다. 올해는 평가 방식 변화에 따라 준수 수준을 점수로 표시했는데 지난 1∼2월 100점 만점에 66.67점, 3∼4월 20점 만점에 11.08점을 받았다.

본지를 포함한 전국 종합일간지 10개 신문매체의 준수율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2013·2014년 모두 준수율이 29.9%에서 지난해 15.1%로 반 토막이 났다. 올해는 1∼2월 60.29점, 3∼4월은 10.85점으로 방송매체보다 낮았다. 베르테르 효과 확산에 언론이 일조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

실제 2008년 10월 배우 최진실씨의 자살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 두 달간 자살자 수는 3081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807명)보다 70%가량 급증했다. 앞서 배우 이은주씨의 자살 이후 두 달간 자살자 수도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0% 많았다.

한국청소년자살예방협회 김도연 회장은 “정서적 동요가 크고 타인의 말과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들이 특히 자살보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자살 수단 등을 상세히 보도하거나 문제 해결 수단 중 하나로 자살을 묘사하는 행태를 지양하고, 극복 사례를 소개하는 등 예방 보도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준다는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면 유가족에게도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해 자극적이고 선정적 자살보도에 대해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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