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주지훈, 지배 당하지 않는 법 [인터뷰]

한예지 기자 2016. 9. 2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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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 주지훈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선과 악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얼굴로 천천히 악에 물들어 변해가는 그 찰나, 배우 주지훈은 그동안 축적된 연기 욕구를 한껏 방출한다. 내로라하는 선배 배우들과 지독한 기 싸움을 펼치면서도 결코 지배당하지 않는 그의 굳센 존재감이 놀랍다.

9월 28일 개봉될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처스)에서 주지훈은 극 중 선배 형사 한도경(정우성)을 친형처럼 믿고 따랐지만, 결국 선망과 야심 사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이 폭주하는 악인 문선모를 맡았다. 유일하게 선에서 악으로 변모하는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려낸 그는 "형들도 다 절 걱정하시더라. 근데 너무 매력적이라고, 변해가는 포인트를 잘 잡으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런 말은 누가 못하느냐"는 넉살과 함께 짓궂은 미소를 보인다.

눙을 쳤지만 실제 문선모는 쉽지 않은 캐릭터다. 악의 축인 박성배(황정민)를 만나 악으로 물들며 능력을 인정받고자 과감하고 충격적인 일을 자행하고, 한도경을 철저하게 비웃고 교만하며, 종국엔 처절한 고뇌의 그림자가 감도는 복합적인 인물이기 때문.

주지훈이 이해한 문선모의 변화 계기는 자격지심과 울화였다. 그는 "아무래도 캐릭터에 대한 전사는 부족하지만, 이같은 감정이 뒤범벅되며 오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했다"며 "생각보다 인간이 일종의 폭력에 금방 무감각해져 간다"고 귀띔했다. 이 사회가 이미 폭력에 무감각해졌듯, 문선모가 폭력에 물들어간다는 것이 무리한 설정으로 보이지 않았단 설명이다.

주지훈은 '동물의 왕국'이나 다를 바 없는 '아수라' 세계 속 문선모를 개로 비유했다. "대부분의 동물이 짖는 건 겁나서 짖는 거다. 늑대가 되고 싶은데 생고기를 못 먹고 토하는 개가 아닐까." 이 한마디로 제 캐릭터를 명확하게 표현한 그의 영리함이란.

오히려 대본을 봤을 때부터 느꼈던 '날 것의 느낌'이 좋았단다. 야망과 욕망 등 뚜렷한 목적의식 때문이 아닌, 순간적으로 터지는 인간적인 감정이 지글지글 끓는 것 같다고 표현한 그다. 물론 텍스트를 표현해내긴 쉽지 않았고, 그저 잘하는 것 그 이상을 소화하고 싶었다고. "황정민, 정우성, 곽도원, 정만식. 이미 형님들은 검증된 분들 아니냐. 형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다들 절 걱정하고 챙겨주셨다"라는 짧은 문장에서 그가 이같은 대배우들에 맞서도 밀리지 않기 위해 더욱 진중한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전해진다. 그러면서도 겉으론 형들 수발드느라 정신없었다고 너스레다.

그에게 '아수라'는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다. 그는 김성수 감독을 조련사로 비유했다. "감독님이 워낙 디테일 하셨다. 감독님 디렉팅을 모두 해내고 싶단 생각을 하게 하는 이상한 마력이 있다. 저 뿐만 아니라 형들도 그랬을 것"이라며 "신을 찍고 나면 매우 힘들었지만, 그 피로도는 기분 나쁜 것이 전혀 아니었다"는 주지훈이다. 김성수 감독은 마치 동네 큰형님 같아 괜히 이 형과 친하면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그런 이미지의 사람이었다고.

주지훈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신은 옥상 신이다. 도경과 선모가 마치 형제처럼 서로를 위하는 친형제 같은 사이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시 관계가 비틀리는 신도 옥상 신이기 때문. 실제 그는 의리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상황이 좋을 때 의리를 지키는 것도 대단한거다.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거다. 의리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의리를 지키는 건 굉장히 힘들고 생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정의했다.

드라마 '궁'으로 데뷔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설익은 감상주의에 젖어있을 것만 같던 젊고 치기 어린 배우는 이제 30대 중반의 현명하고 깊은 감성을 지닌 인물로 어느새 성장해 있었다. "세상이 우릴 어른으로 만든다"는 주지훈은 "나이가 들며 자기 확신이 사라진다. 조금은 흐려지고 무덤덤해지는 것 같고,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 타인에 대한 배려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 조금은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겠나"고 자신의 인생관을 밝힌다. 자신 또한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했던 마음이 있었고, 그런다고 바뀌지도 않는 게 현실이며, 이를 인정하니 조금은 바보 같았던 과거였다고.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드러내는 그 모습이 인상 깊다.

그는 관객들 또한 '아수라'를 본 뒤 그저 누군가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술을 마시는 일상 중 가볍게 함께 있는 사람들과 영화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단다. 어떤 메시지를 느끼기보다 그저 우리의 인생에 영화를 대입시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시간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이 또한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방식 아니겠냐며. 자신에 대한 평가는 그저 좋으면 좋겠단다. 내면의 성숙함으로 어느덧 자신의 삶을 지탱해가고 있는 듯한 주지훈은 꽤 근사해 보였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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