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이던 4대강 잉어, 이젠 '독약'됐다"

송태원 2016. 9. 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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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현장 탐방기

[오마이뉴스송태원 기자]

▲ 창녕 함안보 4대강 사업후 낙동강에는 8개의 보가 생겼다. 낙동강의 하류에 있는 마지막보인 창녕 함안보이다.
ⓒ 송태원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강물은 흐르지 못하고 거대한 저수지가 됐습니다. 수자원 확보를 위해 가둔 4대강에는 큰빗이끼벌레가 나타났고 녹조가 발생했습니다. 올해 발생한 녹조는 여름 내내 이어져, 강이 잔디 구장처럼 변했습니다.

지난 25일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 힘 민들레의 주최한 '낙동강 현장 탐방'에 참가했습니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창녕 함안보와 낙동강의 모습은 그림 같았습니다.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실장님을 만나기 전까지 어로 위에 앉은 왜가리와 함안보 위를 지나는 자전거의 행렬이 좋아 보였습니다. 임희자 실장은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의 변화를 말했습니다.

일본 녹조 전문가 박호동 국립신슈대 교수에 따르면, 녹조에서 분비되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정수 처리를 해도 100% 제거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의 4대강 녹조는 1%가 남더라도 WHO의 기준치를 초과한다고 합니다.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 독조라떼가 되었습니다. 이날 만난 어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조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성 물질이 나왔다는 이야기 들은 후에는 물고기 팔 생각 안 합니다. 잉어, 붕어, 민물 장어 이런 게 다 보양식으로 먹었던 건데... 지금은 내가 이거 팔면 독약을 파는 것과 다름없으니 어째 팔 수 있겠습니까? 옛날(4대강 사업 전)에는 친구들이 전화 와서 '고기 좀 잡아도' 하면 그날 그물 쳐서 잡았는데. 지금은 전화 오면 '없다, 먹지 마라'고 말합니다."

이 어민은 썩어가는 강을 보면서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합천보 관리사무소를 바라보며 곽상수 이장과 "보 철거"를 외쳤다. 뒤편에 합천보가 보인다.
ⓒ 송태원
곽상수 경북 고령군 객기리 이장을 만났습니다. 합천보가 생기고 강의 수위가 상승하고 강 주위의 지하수 수위도 상승했습니다. 지난 30년간 해온 수박 농사는 '우곡 그린 수박'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곳에 특화된 농사 기법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객기리에서 3km 떨어진 곳에 합천보가 들어서면서 제대로 된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업용수, 공업용수, 그리고 상수도 원수로 사용하는 낙동강이 전 영역에서 4급수인 상태입니다. 녹조가 발생하고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는 강입니다. 동물이 먹으면 위험한 물을 사용해 기른 농산물, 그 물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물고기, 낙동강 물을 고도정수처리하여 마시는 인간이 과연 괜찮을 수 있을까요? 10년, 20년 뒤에 옥시 사태처럼 어떤 후폭풍이 불어닥칠지 모릅니다.

낙동강 근처는 '나라가 하는 일에 반대하면 빨갱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 지역입니다. 이곳 주민들이 4대강 사업 피해에 대한 소송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부산 시민도 당사자입니다. 독성물질이 포함됐을지 모르는 수돗물을 사용하는 1300만 영남인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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