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새로운 공간]사업 공간을 공유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2016. 9. 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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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에 따라 개성을 갖춘 소규모 코워킹 스페이스들도 눈길을 끈다. 홍대 일대에는 음악작업, 글쓰기, 디자이너들이 공간을 공유하여 작업하는 곳들이 늘었다. 연남동에는 출판기획자들과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협력 사무실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업종에 따라 자본과 인맥, 영업망과 노하우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업무공간이다. 집이건 번듯한 빌딩 사무실이건, 일하고 사람을 만날 공간은 사업의 필수 요소이다. 비즈니스 지역으로 손꼽히는 서울 강남역 주변과 테헤란로 및 무역센터 일대, 그리고 전통적인 업무구역인 광화문·종로·을지로 입구 등지에 전에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업무공간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협업사무공간)이다.

최근 2∼3년 사이 소리 없이 뿌리를 내려왔는데, 지난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코워킹 업체가 문을 열었다. 전 세계 회원 6만명 규모의 ‘위워크’가 강남역 인근에 약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사무공간을 개업했다. 바로 옆에는 국내 카드사에서 비슷한 규모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준비 중이고, 인근에 국내 업체들의 코워킹 스페이스도 성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남 일대 빌딩들은 사무실을 코워킹 스페이스로 개조하기 위해 분주하게 업계 관계자들을 접촉하고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주목받기 전 소규모 사업자의 관심을 끌던 업무공간은 ‘소호 오피스’였다. 빌딩을 소규모 사무공간으로 쪼개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받고 임대해주는 곳이다. 회의실이나 사무기기는 공동으로 사용하고 각자의 독립된 사무실을 빌려 쓰는 형태이다. 비슷한 형태지만 코워킹 스페이스는 형식과 목표부터 이와는 다르게 접근한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벽 없이 트인 공간 속에서 함께 또 따로 작업할 수 있는 작업공간을 제공한다.

입주한 회사들 서로 협업 가능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보안장치가 달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코워킹 스페이스의 툭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카페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각자의 테이블 위에서 자유롭게 앉아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편에는 유리칸막이로 나뉜 독립 공간에서 회의 중인 모습도 보이고, 공동작업을 하는 이들도 있다. 긴 소파에 반쯤 누워 휴식을 취하며 아이디어를 궁리하는 모습도 보인다. 옆자리 작업자에게 조심스럽게 업무를 문의하는 이도 있다. 소호 오피스가 독립된 공간을 임대한다면 코워킹 스페이스는 하나의 거대한 업무공간 속에서 각자의 업무를 본다.

“단순한 공간 제공보다는 커뮤니티 네트워킹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입주사들이 개인에서 각기 다른 규모의 사업체까지 다양합니다. 멤버사들끼리 소통하면서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코워크 오피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위워크 관계자의 설명이다. 위워크는 전 세계 회원 수 6만명인 거대 코워킹 스페이스 업체이다. 창업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자기 사업을 알리고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를 구하는 것인데, 코워크 오피스에서는 협동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창업자뿐 아니라 기존 기업과 투자자들에게도 관심이 높다. 은행연합회 회원 금융기관이 설립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예비사업가를 위한 협업공간 ‘디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디캠프는 공간뿐 아니라 각종 강연과 창업 지원사업 등을 제공한다. 가장 큰 장점은 무료라는 것이다. 구글에서 운영하는 ‘구글캠퍼스 서울’은 창업자들에게 사업을 위한 마케팅과 법률, 재무 등의 필수정보를 교육하고 있다. 누구나 구글과 같은 기업을 일굴 수 있다는 꿈을 전한다. IT 관련 창업을 노리는 이들에게 최상의 공간을 제공하는 셈이다.

서구사회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IT 중심으로 이동되고, 성공한 소규모 기업들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산업의 재편성으로 고용시장이 불안해진 것도 한몫했다. 일은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사업에 필요한 협업과 정보교류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도 유행의 원인이 됐다.

공공프로젝트로 도심의 버려진 공간을 예술작가들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로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 임대 시장의 블루오션

사업공간을 공유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는 최근 주목받는 공유경제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차량을 빌려주는 위버나 함께 쓰는 소카, 여행자들에게 숙소를 임대하는 에어비앤비,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등과 같은 공유경제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은 저렴한 비용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봅니다. 잘 갖춰진 공간 속에 몸만 들어가면 되니까요. 비싼 보증금에 임대료 걱정 없이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창업자들을 불러모으는 원인일 것입니다.” 2년째 코워킹 스페이스를 관리하고 있는 관계자는 코워크 스페이스가 번창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말해주고 있었다.

부동산 임대업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IMF 금융위기 직후 빌딩 사무실의 공실률이 치솟았다. 그때 사무실을 쪼개 파는 소호 오피스가 유행했다. 지금도 장기 경제침체가 우려되는 때다. 때문에 코워킹 스페이스에 부동산 업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의 인력 감축과 경제침체 위기감으로 큰 사무실의 수요가 줄고 있는 때라 코워킹 스페이스는 부동산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분석의 핵심이다. 실제로 세계적 규모의 코워킹 스페이스 업체들이 국내 빌딩 소유주들에게 잇따라 사업 제안을 하고 있다고 한다. 빌딩 임대사업은 이미 10조원이 넘는 거대 규모의 시장이고, 코워킹 스페이스는 블루오션이라는 주장이 그 근거다. 외국계 업체는 운영의 노하우와 전 세계적인 네트워킹을 강점으로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고비용의 이용료가 국내 시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저렴한 비용의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영업 중이기 때문이다.

취업시장이 불안해지고 창업을 통해 대박을 잡으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코워킹 스페이스가 번창하고 있는 요인이 됐다. 각 대학들도 코워킹 스페이스 형태의 창업카페나 창업공간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취업이 힘들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 기관과 지자체들도 사회공헌사업을 내세워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세계적인 벤처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만든 ‘본투글로브’는 공동 사업공간과 지원을 함께 제공한다. 더불어 정부 프로젝트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광화문 드림센터’도 미래창조과학부가 설립한 코워킹 공간이다. 서울시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청년일자리허브’ 등을 설립해서 공간과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공적 프로그램의 장점은 무료인 경우가 많고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교육뿐만 아니라 지자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도시 재개발로 낡은 건물을 젊은 창업자와 작가들에게 임대하는 공공사업도 새로운 형태의 코워킹 스페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을지로 철공소 골목의 건물을 젊은 미술가들이 ‘을지미술공간’이라는 오픈 창작 스튜디오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 특성을 살린 작업과 축제도 기획·운영하면서, 젊은 작가들이 함께 일하는 협업공간을 이루고 있다. “구청에서 2년 동안 임대료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현재 6명의 작가들이 공동 창작 스튜디오로 쓰고 있는데, 유용한 공간이다. 인근에 이런 공동작업 공간들이 많다.” 창작 스튜디오를 이용하고 있는 김정화 작가의 설명이다. 이런 형태의 공간 재활용은 남산 창작센터와 문래동 예술타운에서 이미 성공한 바 있다.

거대 업체와 관 중심을 벗어나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코워킹 스페이스도 눈에 띈다. 소박하지만 훨씬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협업공간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대학로에서 소규모 코워킹 스페이스 ‘공공이’를 운영하는 김춘식씨는 월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보다 실제 작업에서 더 큰 이익이 숨어 있다고 강조한다. “혼자보다는 함께 작업하는 것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나눌 수 있다. 다른 분야의 작업자들과 협력작업이 가능한 매력도 있다.”

공간뿐 아니라 창업 또는 사업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자발적 협업공간들 늘어

각 지역에 따라 개성을 갖춘 소규모 코워킹 스페이스들도 눈길을 끈다. 홍대 일대에는 음악작업, 글쓰기, 디자이너들이 공간을 공유하여 작업하는 곳들이 늘었다. 연남동에는 출판기획자들과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공간을 공유하며 따로 또 같이 작업하는 협력 사무실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여대 인근에는 여성 작가들의 작업 커뮤니티를 겸한 협업공간이 있다. 최근 주목받는 이태원 우사단길 일대는 디자인 작업과 의상, 미술작가들의 코워킹 스페이스가 자리를 잡았다. 낡은 집을 임대해 함께 일하는 공간으로 꾸미는 곳이 점점 늘어 새로운 명물로 태어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은 무엇을 해도 혼자보다 함께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서로 의지할 수 있고 생각과 정보를 나눈다는 장점이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단순한 작업공간과 창업의 기회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화재가 났던 서울 중구 북창동의 룸살롱을 ‘스페이스 노아’라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개조해 운영 중인 박근우 원장은 “혁신의 꿈을 꾸는 젊은이를 위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처음 창업을 꿈꾸는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들려고 했을 때 이곳에서 사회를 혁신하는 기업이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순한 사업공간보다 관계 중심의 터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일부러 룸살롱 화재의 흔적을 남겨두었다. 누구나 그것을 보고 이왕이면 욕망보다 꿈을 좇으라는 의미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는 창업자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창업붐이 불면 사용자가 급증하는 데, 최근 들어 그 기세가 한풀 꺾였고 요즘에는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업종이 주를 이룬다고 귀띔한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바라보는 눈길은 서로 다르다. 건물주는 새로운 임대사업의 기회로 보며, 기업가들은 그곳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파트너가 나오기를 바란다. 젊은 창업자들은 꿈을 시작할 둥지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는다. 작가들은 자신의 영감을 나눌 공동의 터전을 바라며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업의 형태와 경제구조가 분명히 달라졌음을 코워킹 스페이스가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는 기회의 장소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또 다른 실패의 경험을 쌓는 곳일 수도 있다. 어떻든 코워킹 스페이스는 성공의 꿈이 싹트는 공간이다.

<김천 자유기고가 <a href="mailto:indtemple@gmail.co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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