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와 싸운 함석헌을 다시 꺼내 읽는 이유

조태성 2016. 9. 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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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젊은이들 위한 '함석헌 선집' 내놔
1969년 박정희정권의 삼선개헌 운동 반대 시위에 나선 함석헌(가운데)이 유인물이 나뒹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금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나 사드 배치 논란 같은 국내 상황을 봤더라면 뭐라 말씀하셨을까요.” “생전에도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를 강하게 비판하셨는데, 민주주의가 크게 퇴행하고 있다는 요즘이라면 훨씬 더 날카롭게 비판하셨을 겁니다.” “맞아요. 옛 얘기이기도 하지만 지금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자료이기도 해요.”

“요즘은 말로만 다들 떠들기만 할 뿐 실천이 없어요. 이 분은 글만 쓴 게 아니라 글 쓴 대로 실천도 했어요. 지금 시대에 그의 육성이 남아 있다는 것도 좋은 유산이라고 봐요.” “더구나 말과 글이 아름다워요. 고 이오덕 선생이 그의 문장에 대한 책만 따로 쓰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문장이에요.”

초대 함석헌학회장을 맡았던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함석헌학회장 김영호 인하대 명예교수, 윤영천 인하대 명예교수,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에다 김언호 한길사 사장까지. 이들은 27일 ‘함석헌(1901~1989) 선집’ 3권을 내놓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주고 받았다. 한길사는 이미 함석헌 전집을 30권짜리로 총정리해서 내놨다. 전집이 깊이 있는 독자나 전문적인 연구자들을 위한 책이라면, 선집은 그 가운데 핵심이 되면서도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글들을 뽑아냈다. 말하자면 대중화 버전이다.

선집 기획은 ‘함석헌 빠’랄 수 있는 김 사장이 했고, 1권 ‘씨알의 소리’에는 종교와 역사에 대한 글을, 2권 ‘들사람 얼’은 민족과 통일 문제 글을, 3권 ‘인간혁명’은 내면의 변화와 실천에 대한 글을 모았다. 각 권에는 김영호ㆍ윤영천ㆍ김민웅 세 교수의 해제가 붙어있다.

2016년에 왜 그 옛날의 함석헌일까. 이들은 ‘옛’이란 단어를 거부했다. 이만열 교수는 “우리에게서 시작해 세계로 나아가 세계화의 융합을 시도한 사람”이란 점을 꼽았다. 김민웅 교수는 “최근 서양에서는 영성에 대한 관심이 드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이미 다 정리해둔 사람이 바로 함석헌”이라고 발했다. 김영호 교수는 “우리 옆에 부처 놔두고 저 멀리서 답을 찾고 있는 셈”이라며 동의했다. 너무 일찍, 그것도 독재와 빈곤과 맞서 싸우기 바빴던 시기에 왔다 갔기에 그의 진면목을 제대로 음미해보기도 전에 잊혀진 게 아니냐는 얘기다.

김민웅 교수는 “오늘날 우리의 삶의 왜 이리 고통스럽고 힘든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있다면 함석헌 선집이 잔잔한 위로를 가져다 줄 것”이라 말했다. 김언호 사장은 “엄혹한 군부독재 시기에 우리 사회에 용기와 위안을 준 사람, 가장 대중적인 지적 엔터테이너가 바로 함석헌”이라면서 “오늘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에 처했다는 한국사회에서 똑같이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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