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했어요?" 지하철 총파업 첫날 혼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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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 대부분은 파업을 체감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직장인 김승우(38)씨는 “거래처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평소와 크게 다른 점을 못 느겼다”고 말했다. 5호선 광화문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윤정(24·여)씨도 “이번 지하철 파업이 규모가 상당히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파업인 것을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전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병원 봉사활동을 다닌다는 이이분(73·여)씨는 “1호선과 2호선을 모두 탔는데 대기시간이 길거나 붐비지 않아 불편함을 못 느꼈다”며 “이런 정도가 유지된다고 하면 파업이 이어진다고 해도 큰 걱정은 없다”고 했다.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 상황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홍세화(62·여)씨는 “버스와 지하철을 모두 이용했는데 사람이 붐비지 않았다”며 “충정로역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도 불편없이 제 시각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택시기사 이모(43)씨는 “명동 근처 차도에 차들이 조금 더 많은 것 같기는 하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진 않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오히려 지하철 노조의 파업을 응원하기도 했다. 택시기사 이씨는 “파업이 났는지도 모르게 잠잠한데 더 크게 진행됐더라면 노조의 입장에 국민들이 더 관심을 보였을 것 같다”며 파업지지 의사를 밝혔다. 회사원 정향미(35·여)씨는 “프랑스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파업이 자주 있기도 하고 한번 하면 큰 규모로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와 비교할 때 현재 지하철 파업은 너무 잠잠해 규모를 좀 더 키워 진행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시민들은 출근 외 시간의 열차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며 파업이 빨리 종료되기를 바랐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김세웅(23)씨는 “낮시간 학교 강의를 들으러 지하철을 이용할 때가 잦은데 배차간격이 늘어나면 불편할 것 같다”며 “정부와 노조가 조속히 합의해 장기 파업에 이르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직장인 신남기(40)씨도 “평상시와 다른 점을 느끼진 못했지만 지하철을 운영하는 회사는 공공기관인 만큼 파업을 진행하기보단 정부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하철을 이용해 물건을 배달하는 ‘실버 택배원’에겐 지하철 파업은 치명타다. 1년 5개월째 실버 택배일을 하는 조홍구(69)씨는 “동대문과 광장시장 옷 가게에서 의뢰받은 물건을 서울 전역으로 배달한다”며 “하루 4~5건의 일을 하며 일당 3만원을 받는데 파업이 장기화할 땐 열차를 기다려야 하는 대기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건수와 일당이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날부터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 노조는 정부의 노동개악과 성과연봉제 폐기,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과 동대문구 청량리역 등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한 뒤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 모여 ‘공동파업 주간 결의대회’를 연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서울지하철노조와 서울메트로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1~4호선은 오전 7~9시 출근 시간을 제외하고 평소보다 약 1~2분 가량 배차시간 간격이 늘어난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1분 정도 지연을 목표로 열차를 운행하는 것이지 무조건 1분 이상 늦는 것은 아니다”며 “오전 11시 30분 현재 시각에도 열차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운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5~8호선도 오전 7~9시 출근시간을 제외하곤 배차시간 간격이 넓어진다.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는 평소보다 약 2~3분, 오후 6~8시까지 퇴근 시간에는 약 1분 정도 늦어진다.
시민들은 심야시간대에도 평소보다 약 2분 정도 열차를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계획한 대로 배차시간 간격을 지킬 예정이다”고 말했다.
고준혁 (kotae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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