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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원사이드컷]포그바의 역발상, 맨유를 바꾸다.

조회수 2016. 9. 27. 17: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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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은 24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인천과 수원의 K리그 경기를 해설하고 곧바로 서울로 이동하여 프리미어리그 맨유 대 레스터시티, 선덜랜드 대 크리스탈 팰리스 두 경기를 해설했다. 내가 맡은 세 경기에서 모두 14골이 터졌는데 목이 멀쩡한게 신기하다. 세 경기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어서 피곤함보다는 즐거움이 훨씬 컸다. 하루에 두 경기 이상 해설하는 날에는 경기를 45분 단위로 나누어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지난 토요일 해설한 여섯 번의 45분 중 가장 인상적인 45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반전 이였다. 전반 22분부터 42분까지 맨유는 레스터를 상대로 4골을 성공시켰다. 맨유가 전반에 4골을 기록한 것은 2006년 8월 풀럼 전 이후 처음이였다. 무리뉴 감독도 올 시즌 처음으로 경기를 시작한 템포에 만족했던 경기, 오늘은 '맨유의 지난 토요일 첫 45분'에 대한 이야기다.

레스터시티 전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연패 탈출에 성공한 맨유

# 상황

무리뉴 감독 체재에서 상쾌하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9월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맨체스터 더비를 시작으로 유로파리그 페예노르트, 다시 리그 왓포드 전까지 세 경기를 내리 패했다. 레스터시티 전을 앞둔 주중 리그컵에서 하부리그 클럽인 노스햄턴 타운에게 3-1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시즌 초반 맨유의 경기에는 속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공도 선수도 결코 빠르지 않았다. 리그 초반 세 경기에 루니, 마타, 이브라히모비치, 펠라이니가 함께 선발 출전했다. 경기 템포는 잠잠했다. 맨유는 리그 초반 세 차례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특별함은 보이지 않았다. 3R 헐시티 전 직후 15년째 맨유를 응원하는 지인의 말이 기억난다.

“반할 감독 시절과 비교해서 뭐가 달라진거지?”

9월의 첫 경기는 A매치 휴식기 이후 치른 맨체스터 더비였다. 무리뉴 감독은 야심차게 린가드와 미키타리안을 선발 라인업에 넣었지만 후반전에는 이들을 볼 수 없었다. 페예노르트를 상대한 네덜란드 원정에서 기억에 남는 건 동료들에게 화만 내는 포그바의 모습이였고 왓포드 전에서 맨유 선수들의 모습은 마치 휴일 오전 공원에서 조깅을 하는 것 같았다. 맨유 선수들은 리그 5R까지 총 526.6km를 달렸다. 경기당 105km를 활동한 것인데 이는 리그 최하위 기록이었다. 내 생각에 맨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기에 있었다.

레스터 시티 전, 마타의 이동거리와 린가드의 스프린트 수

# 못 뛰는건가? 안 뛰는건가? 어떻게 뛰어야할지 모르는건가?

현대축구의 흐름은 갈수록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과거와 달리 선수들은 공도 잘차야 하고 뛰는 것도 잘해야 하며 정신적으로 강인해야 한다. 신체적, 기술적, 정신적 요소를 두루 갖춰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체력이 약하고 기술 능력이 우수한 선수는 살아남기 어려운 반면, 기술은 약하지만 체력이 강한 선수는 오히려 경쟁력을 갖는 경우가 있다. 기술과 체력 중 어느 요소를 더 중시해야 하는지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경기장에서 활발하게 뛰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남들보다 적게 뛰면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메시 만큼 공차면 되는데 문제는 그런 선수는 전 세계에 한 명 뿐이라는 점이다.

5R 까지 맨유는 리그 내 팀들 중 가장 적은 활동량을 기록했다. 활동량이 적은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1.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싶지만 몸 상태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뛰고 싶어도 못 뛰는 경우다. 부상 회복 이후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거나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 해당된다.

2. 불만이 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선수가 감독, 클럽에 불만이 있거나 개인적인 문제로 심리적 불안을 느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 할수 있지만 안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3. 이해가 부족할 때

선수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준비가 되어있다.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도 느껴진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어떠한 영리함도 보이지 않는다. 스프린트 해야 할 때 조깅하고, 조깅해야 할 때 스프린트한다. 가까운 포지션에 있는 동료와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고 감독이 요구하는 시스템 내에서의 움직임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된다.

현재 맨유의 활동량이 적은 이유는 3번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바뀌었고 코어라인에 세 명의 선수가 바뀌었다. 코어에 포진된 바이, 포그바, 이브라히모비치는 영향력이 높은 선수들이다. 어떤 움직임을 선호하는지, 공을 받을 때 습관은 어떤지 등, 기존 선수들과 서로의 스타일을 공유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이해관계가 형성되면 더 많이, 효율적이고 영리하게 뛸 수 있다.

축구에서 ‘한 발’의 차이는 많은 변화를 동반한다. 11명이 다같이 ‘한 발’만 더 뛰어도 11미터가 된다. 경기 중 발생하는 한 액션에서 11미터는 대단히 큰 차이다. 그리고 지난 레스터 전에서 맨유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후안 마타는 전반에만 6.2km를 활동했고 제시 린가드는 90분간 무려 79번의 스프린트를 시도했다. 수비수의 스프린트는 상대 공격수를 방어하기 위한 상황에서 발생하지만 공격수의 스프린트는 철저히 ‘침투’에 목적이 있다. 그만큼 공격적인 움직임이 활발했다는 것이다.

패스 관계도 (v 레스터 시티), 마타와 린가드가 중앙에서 영향력을 넓힐수 있었던 원인은 '터치의 간결함'이였다.

# 폴 포그바

1골, 78회의 패스, 89% 패스 정확도, 4번의 클리어.

지난 레스터 전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포그바의 스탯이다. 두 시즌 전부터 주로 챔피언스리그 중계를 통해 포그바를 볼 수 있었다. 포그바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전후로 프랑스 대표팀의 중심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플라티니, 지단같은 과거의 마에스트로와 종종 언급되었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달랐다. 항상 누군가 혜성같이 등장하면 언론은 수식어를 붙여준다.

‘제2의 누구, OOO’

하지만 포그바는 그런 수식어가 없다. 프랑스 축구팬들은 포그바가 플라티니, 지단같이 팀을 대표하는 리더이자 기둥이 되어주길 바라지만 포그바는 분명 색다른 캐릭터다. 필드 위에서 포그바는 항상 튄다. 큰 키, 화려한 헤어 스타일과 축구화, 부드럽고 큰 동작, 유연하지만 힘 있는 볼 터치까지. 포그바는 공을 많이 만지며 멋진 드리블, 좋은 패스, 위협적인 슈팅이 자신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을 좋아했고 스스로 경기의 중심에 있는 것을 즐기는 듯 했다. 유벤투스에서 그렇게 했고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그렇게 했다. 그리고 맨유에서도 그렇게 시작했다. 첫 출전한 리그 2R 사우스햄튼 전에서 포그바는 곧바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3연패 기간동안 포그바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페예노르트 전을 해설 했을 때, 포그바가 경기를 망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 페예노르트는 경기를 대단히 잘 준비했고 맨유보다 경기력도 나았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포그바의 모습이 더욱 부각되었다. 포그바는 경기 내내 동료들에게 화를 냈고 볼 터치가 필요 이상으로 많았다. 무리한 드리블과 패스를 반복했으며 공격이 실패하면 제자리에 멈춰버렸다. 경기가 잘되는 날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잘 안될 때 발생한다. 포그바가 플라티니, 지단과 같은 마에스트로가 되려면 경기가 안되는 날에도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단은 경기가 어려운 날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제어했고 지단을 통해 팀 전체가 경기력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포그바가 어느 위치에서 뛰는게 그의 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일까요?’

‘포그바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려면 누가 그의 파트너로 뛰어야 할까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에 대한 활용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4-3-3? 4-2-3-1? 루니 제외? 캐릭 선발 출전? 맨유가 연패에 빠지자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레스터시티 전에서 포그바는 간결해서 훌륭했다.

하지만 레스터시티 전에서 포그바가 보여준 모습은 신선했다.

‘포그바가 이전 경기와 같이 튀진 않지만 지금 경기장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는 포그바 입니다.’

경기 해설 중에 내가 했던 말이다. 포그바의 플레이는 너무도 간결했다. 내 기억에 전반전에는 공을 잡은 뒤 세 차례 이상 터치를 하는 상황이 없었다. 공을 오래 갖고 있지 않았고 최대한 간결하고 빠르게 동료에게 연결한 뒤 다시 공간을 찾아 움직였다. 나는 프랑스 대표팀과 유벤투스의 경기는 꾸준히 챙겨보는 편인데, 최근 4시즌 동안 포그바의 이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다.

역발상 이었다.

왜 모두가 포그바에게 맞출 생각을 했을까? 왜 포그바가 스타일을 바꾸면 더 빠른 변화가 생길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중원에서 공을 처리하는 템포가 간결해지니 속도가 생겼다. 상대에게 압박 당하기 전에 측면으로 공을 전달했고 덕분에 발렌시아와 래시포드의 빠른 발은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측면의 활성화는 동시에 레스터 수비진의 수비 범위를 넓히는 효과를 만들었고 여기서 발생한 중앙 공간은 마타의 차지였다. 린가드 역시 활발했으며 에레라는 한창 폼이 좋을 때의 하그리브스 같았다. 여기에 풀백 포지션에서 시작되는 블린트의 적절한 전진 패스까지 동반되니 레스터시티는 할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전반 37분, 환상적인 콤비네이션에 이은 마타의 팀 두 번째 골이 터졌을 때, 레스터시티는 이미 라니에리 감독의 통제를 벗어난 상황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적극성'의 중요성

# 코너킥

레스터 전에서 터진 4골 중 3골이 코너킥 상황에서 발생했다. 무엇보다 맨유의 적극성이 돋보였다. 코너킥 상황에서는 킥의 질도 중요하지만 경합 상황에서 선수들의 적극성, 의지도 중요하다. 공중볼의 경우 낙하지점과 점프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용기가 필요하다. 블린트-마타-래시포드가 함께 재치를 발휘한 세 번째 골 장면을 제외하면 스몰링과 포그바의 헤더 골은 전형적인 코너킥 상황에서의 골이었다. 골 장면을 확인해보면 중앙에 위치한 모든 선수들이 킥의 시작과 동시에 속도에 변화를 주었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쇄도했다. 크로스를 받기 위해 공격수가 자신의 80% 속도를 발휘하는 것과 100% 속도를 발휘하는 것에는 수비수가 채감할 때 큰 차이가 있다. 수비수 입장에서 크로스 대처가 어려운 이유는 날아오는 공과 다가오는 공격수를 동시에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공격수가 100% 속도로 쇄도한다면 수비수는 고개를 돌리다가 낙하지점을 빼앗길 확률이 높다.

# 터닝 포인트?

리그 6R 현재 맨유는 4승 2패로 리그 6위를 기록 중이다. 유로파리그에서는 1패를 안은 채 금요일, 우크라이나의 조리아 루한스크를 상대하고 주말에는 부진한 스토크시티를 홈으로 부른다. 10월 초, A매치 데이를 앞둔 두 경기가 맨유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 올 시즌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레스터 시티 전이 전반기 반환점이 될지의 여부는 이 두 경기에 달렸다. 동일한 경기력이 나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특징은 그대로 살려야 한다. 지난 토요일 맨유는 빠르고 간결했다. 퍼거슨 감독 이후 모예스, 반할을 거치며 맨유는 가장 큰 장점인 속도를 잃었다. 하지만 마침내 지난 경기에서 전체 선수단이 다같이 힌트를 찾아낸 느낌이다. 이번주 열릴 두 경기의 성과가 좋다면 힌트는 정답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10월에는 리버풀과 첼시를 상대해야 한다. 속도에서 밀리면 또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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