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나홀로 휴가' 조재현 "불륜 미화? NO, 속옷 속 모습 보여주고팠다"

2016. 9. 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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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조재현은 브라운관·스크린·연극무대를 점령한 28년 차 배우에 제작자로서, 또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까지 다방면에서 왕성하게 활약 중이다. 이처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보이는 중년 배우 조재현이 이번엔 감독이라는 직함을 추가해 관객 앞에 나섰다.

이보다 더욱 눈길이 가는 건 남녀노소 불문, 전 연련층에게 두루 사랑받고 있는 그가 첫 장편영화 연출작으로 파격적인 소재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감독 조재현이 처음 관객들에게 전한 이야기는 스토킹 멜로물 '나홀로 휴가'다. 유부남 강재(박혁권)가 옛사랑 시연(윤주)을 잊지 못하고 10년을 하루처럼 맴도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불륜을 미화하진 않는다. 시연을 스토킹하면서 가장으로서 삶의 무게들을 위로받는 그 모습이란 처절할 정도로 찌질하기 그지 없다.

"어떻게 강재처럼 저럴 수 있냐고들 평해주시는데 우리들의 팬티 속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있어요. 남들이 보면 더럽고 추하다고 손가락질하겠지만 사실은 내 안에도 있는 모습이잖아요. 물론, 그게 공개되면 나쁜사람, 비호감이 되지만 그 다른 면도 결국은 우리니까요. 무언가를 합리화시킨다거나 불륜을 미화할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연출을 맡음과 동시에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과거 사석에서 한 감독에게 접한 일본 소설의 내용에서 영감을 얻었다. 40대 평범한 회사원이 월세로 작은 오피스텔을 얻어,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기 전 들려 발을 씻고 간다는 이야기였다. 나이가 들수록 공감이 갔다고 한다.

"대부분 가정이 가장은 뒤처져 있고 자식들에게 맞춰져 있잖아요. 강재 역시 외롭게 직장을 다녀왔고 어디서도 이해받을 곳 없는 남자란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 잠깐 한 여성을 만나 느꼈던 설렘이라는 감정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을 거예요. 이런 감정에 사로잡혀 헤어졌음에도 그녀를 집착하게 되고 이 집착이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 자기 안에 행복한 시간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본 소설의 주인공이 오피스텔을 얻어 자기만의 시간을 찾은 것처럼 말이에요."

그렇다면 조재현만의 힐링법은 무엇일까. 매우 소박한 답변이 돌아왔다. 홀로 탑승한 기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마음의 치유를 받는 때라고 한다.

"경성대에 강의하러 일주일에 한 번은 부산을 왔다 갔다 하는데 주로 혼자 KTX 기차를 타고 이동해요. 그렇게 바쁜데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내려가고 올라오는 그 3시간 동안 오롯이 저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요. 가끔 사람이 없는 시간 때에는 두 명의 표를 구매하기도 해요. 무슨 아주 훌륭한 생각을 한다거나 구상 같은 걸 하지 않고 그냥 멍하니 앉아 창밖만 바라보는 거예요. 하도 쳐다봐서 이젠 건물들을 외웠을 정도랍니다. 하하."

지난 22일 개봉된 '나홀로 휴가'는 현재 전국 150여 개 스크린에서 교차 상영되고 있다. 이렇게 개봉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조재현은 개봉 일주일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상영관이 아직도 0이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7월 크랭크업,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과 제18회 우디네극동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지만 제작비 2억 원이 투입된 작은 규모의 영화인 만큼 상영관을 잡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개봉일이 늦춰지게 된 것이다.

영화의 투자자, 제작자로서 그 무게를 홀로 감당했다. 포스터 촬영은 패션지에 근무하는 지인의 후배에게 부탁했으며 영화 속 장소는 단골 식당, 조재현 소유의 빌딩 수현재씨어터 등을 활용해 제작비를 절감했다.

"저를 뭐 믿고 제 영화에 투자해주겠어요. 아무래도 손해 볼 확률이 높으니까 제가 감수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사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독립영화를 위해 지원금을 주는 제도가 있긴 했는데 제가 받아가면 안 되는 돈인 거 같아 직접 투자했어요. 저도 물론, 힘들긴 했지만 저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서도 독립영화를 만드는 데 힘 쓰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원금이죠."

"제가 무슨 대단히 돈을 벌려고, 감독으로서 상을 받고 인정받으려고 연출을 시작한 건 절대 아니에요. 그저 제가 느끼고 공감하는 걸 표현해서 보여드리고 싶은 욕구가 강했어요. 글보다는 영화로 보여드리는 게 괜찮을 거라 생각했고요. 나이도 많고 배우도 30여 년간 했는데 망신당하면 안 돼 이런 마음 하나도 없이 '나홀로 휴가'를 찍었어요. 그래서 편안하게 찍을 수 있었고 관객 분들은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결과물이 만족스러워요. 다만 아쉬웠던 건 역시 제가 전문적으로 연출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 전달하는 게 힘들었어요. 이건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한계일 수도 있겠네요. 하하."

이제 메가폰을 내려놓고 본업인 배우로 컴백을 앞두고 있다. 올해 영화 '봉이 김선달',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을 선보인 데 이어 다음달 13일에는 연극 '블랙버드'의 무대에 오른다. 감독 조재현의 차기작은 현재 미정이지만 머지않아 새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4년 전부터 구상해놓은 작품이 하나 있어요. 이번에도 제 나이 또래, 40~50대의 사랑 이야기에요. 화두는 '나홀로 휴가'에서도 던진 것처럼 '너 지금 행복하니'랍니다. 영화 속 강재도, 시연도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죠. 저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 이렇게 계속 끊임없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거 같아요. 여기 계신 기자님들도, 저도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해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수현재엔터테인먼트]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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