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성난' 두테르테, 中·러에 '손짓'..동남아 외교지형 변화

입력 2016. 9. 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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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통령 "대미 관계 루비콘강 건널 것"..중국·러시아와 '경제동맹' 모색

필리핀 대통령 "대미 관계 루비콘강 건널 것"…중국·러시아와 '경제동맹' 모색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이 우군 확보에 공을 들인 동남아시아의 외교지형에 필리핀을 변수로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 6월 말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다.

필리핀은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주 외교'를 내세우며 수십 년간 지속한 친미 노선의 수정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필리핀의 갈라진 틈을 미국의 대척점에 선 중국과 러시아가 메울 태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에 교역·통상의 모든 길을 열 것"이라며 이들 국가와의 적극적인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에 최장 120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 국가와 군사동맹을 논의할 시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우선 경제적인 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으로, 군사분야 협력에는 선 긋기를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미 관계와 관련, "루비콘 강을 건너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예고한 것이지만 동맹 관계는 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7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아 관련 정상회의 때 만찬장에서 나란히 앉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왼쪽)와 두테르테 대통령[EPA=연합뉴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를 만났을 때 미국에 대한 이런 인식을 밝히고 러시아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음 달 중국과 일본에 이어 연내 러시아를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중국 방문 때는 지난 7월 필리핀이 승소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따라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해역에서 필리핀 어민의 조업 허용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남중국해 분쟁 해역의 자원 공동 개발과 경제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하는 등 전임 정부 때까지 남중국해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한 중국과 대화 모드로 전환, 최대한 실리를 챙기겠다는 것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구상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국', '친러시아' 행보는 필리핀의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미국과 '인권 갈등'이 커지고 외국인 투자자의 부정적 시각이 제기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1일 유혈 마약 소탕전에 따른 법치와 인권 실종 우려 등을 들며 필리핀 경제와 투자등급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주식시장에서는 2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23일 연속 매도에 나섰고 이 여파로 필리핀 통화인 페소화 가치는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 불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며 "(신용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갈수록 찬바람이 불자 미국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미국과 더는 합동 순찰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이어 군사동맹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필리핀이 1951년 체결한 상호방위조약과 관련, "필리핀이 공격받을 때 미 대통령이 참전을 선언하려면 미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만일 승인을 얻지 못하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냐"고 반문했다.

필리핀 정부는 미군에 군사기지를 제공, 24년 만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용하는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이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방위 협력 강도의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을 중심으로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국가와 연대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디.

그러나 미국은 필리핀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이자 일본에 이은 제2위 수출시장일 정도로 경제적 영향력이 커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을 등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미 정부는 여전히 필리핀이 가까운 친구이자 동반자라는 입장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있다"며 "그러나 필리핀 정부와의 협력관계는 강하고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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