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연 지진 연구인력, 북한 지진국의 5분의 1 수준

입력 2016. 9. 27. 06:01 수정 2016. 9. 2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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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단층 논란 '판박이'..20년 전에도 지도 제작연구 무산 한반도 지진 응답 스펙트럼 연구 시급..여진 없다고 관심 끊으면 안 돼

활성단층 논란 '판박이'…20년 전에도 지도 제작연구 무산

한반도 지진 응답 스펙트럼 연구 시급…여진 없다고 관심 끊으면 안 돼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경북 경주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국내 지진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 지 40년이 지났지만, 지진 관련 연구 예산과 인력이 전무하다시피 해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는 미미한 상황이다.

국민안전처가 내년부터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를 벌여 국내 지진위험 지도를 작성하기로 했지만, 연구가 계속되려면 장기간에 걸친 관심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지진 날 때마다 반짝 '관심'…지진 연구 데이터 없어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련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1980년대 중반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가 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총연장 170㎞의 양산단층에서 잦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부터이다.

그 전까지는 한반도는 태평양판 주변에 있는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벗어나 있어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 교수는 양산단층에 포함된 포항에서 1963년 6∼7일 이틀 동안 '쌍둥이 지진'이 일어났고, 1981년 4월에는 포항 앞바다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한 점 등을 들어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활성단층이란 지각 활동이 활발해 지진이 발생했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큰 곳을 말한다.

역사 지진 사례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300∼400년을 주기로 한반도에 규모 7에 육박하는 지진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대지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한동안 국내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지진 관련 논의는 계속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다시 활성단층 논란이 재연된 것은 1995년 1월 일본 고베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하면서부터이다.

당시 지진연구를 전담하는 곳은 기상청 관측과 뿐이어서, 전문인력과 관측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어 1997년 6월 양산단층대에 속하는 경북 경주 남동쪽 6km 지점에서 규모 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당시 고리 1∼4호기와 월성 원전 등 5기의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양산단층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이르렀다.

당시 정부는 1997년 하반기부터 8년에 걸쳐 2005년까지 450억원을 들여 활성단층을 연구, 국내 지진위험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지질자원연구원 전 지진연구센터장 지헌철 박사는 "1995년 고베 지진이나 2011년 후쿠시마 지진 등 큰 지진이 나면 항상 지진 재해대응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실제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흐지부지됐다"면서 "활성단층 연구도 기상청 과제로 넘어가면서 관련 분야 연구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지진 관련돼 축적된 연구 데이터가 없다보니,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추정되고 있지만, 한반도에서 규모 6.5에 육박하는 대지진이 발생한 역사적인 사례가 있는 만큼 관련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북한 지진국은 150여명…지질연 연구인력은 37명

북한은 이미 1971년 국가적 차원에서 지진국을 설치해 운영해오고 있다.

평양시 모란봉구역 흥부동에 있는 지진국에는 박사, 학사(석사급)급 과학자·기술자 150여명을 포함해 수백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국에는 지진예보, 지진피해방지대책, 지진기초과학, 지진지질연구 분야 등 다양한 연구기관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지진과 활성단층 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없다.

1997년 6월 지진위험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차세대 내진설계 기법을 연구하기 위해 산·학·연이 공동으로 참여한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현재는 소장을 중심으로 수 명의 인원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현재 25명의 지진관리관이 지진의 관측·통보 업무를 맡고 있지만, 박사급 인력은 9명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지질자원연구원에도 1999년 6월 지진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지진연구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연구인력은 원주 관측소 파견 인력과 기술직 등을 포함해 37명에 불과하다.

국내 지진 관련 연구학회도 대한지질학회 내 지진분과위원회와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한국지구과학회 등 3곳 정도로, 교수 등을 포함한 전문가는 최대 80여명 정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헌철 박사는 "정부의 예산 지원보다 절실한 것은 지진 전문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라면서 "활성단층 조사의 경우 수십년에 걸쳐 현장 조사가 진행돼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지속하기엔 힘이 모자란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1999년 말 경북 월성군 양남면 효동 2리에 처음으로 지진종합관측소를 설치하고도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잦은 지진이 발생하는 양산단층 지하 200m 깊이에 시추공지진관측소와 GPS 관측소, 지자장 관측소 등으로 구성된 지진종합관측소를 뒀지만, 제대로 된 데이터 분석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 박사는 "국내에 대형 지진이 나지 않다보니 예산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해저지진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경주 지진으로 양산단층에 대해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커진 만큼, 한반도 지진 발생 특성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 한반도 지진 특성은 '고주파'…저층건물 내진설계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현재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반응 주파수(응답 스펙트럼)를 정밀 분석해 고유의 지진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자료를 기준으로 연구하다보니, 앞으로 지진 규모에 대한 예측이나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헌철 박사는 "이번 지진에 대한 분석 결과, 한반도에서는 주로 고주파 에너지가 강한 지진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규모 3∼4의 미약한 지진뿐만 아니라 대규모 지진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미뤄 한반도 암반이 단단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Hz(헤르츠) 이상의 고주파 에너지는 저층건물에는 피해를 일으킬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층 구조의 건물에는 피해가 적다. 지난 12일 발생한 5.1 규모의 경주 전진과 5.8 규모 경주 본진, 19일 4.5 규모 경주 여진 모두 고주파 에너지가 집중돼 있고, 진원 깊이가 12∼16km로 깊어 규모가 컸음에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주로 지진의 지속 시간이 긴 저주파 에너지에 의한 지진이어서 피해가 컸던 반면, 한반도는 지질학적 특성상 암질이 단단해 오랫동안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 박사는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응답 스펙트럼을 분석해 저층 구조물에 대한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등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면서 "이미 5.8의 지진이 발생한 경주는 응력이 많이 해소돼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추가령이나 옥천 단층 등 새로운 단층들에 대한 지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경주에서 사상 최대의 지진이 발생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여진이 점차 줄어들면 연구에 대한 관심도 사라질까 우려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지진 전문인력을 양성해 데이터와 노하우가 축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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