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발전기금은 고갈되는데.. 업무추진비 '펑펑'

2016. 9. 2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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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편의점 물품구입비 등 영화진흥위 임원들 카드로 사용시간외 사용도 270여건 발견, 도덕적 해이 도마에 올라

[동아일보]
 출근이 비교적 여유로운 한 기관의 간부인 B 씨는 오전 11시경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사무실 근처 편의점에서 2500원을 업무추진비(업추비) 카드로 결제했다. 이어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해운대 미포까지 이동한 택시비 7000원과 식대 4만5000원, 식후 커피 값 2만800원도 업추비 카드로 결제했다.

 이날 B 씨는 광안리 수변공원 장어식당의 만찬 식대 12만6000원과 만찬 후 식당 인근 양식당에서 36만 원, 귀가 택시 요금 5520원, 숙소 근처 편의점 물품구입비 2만2250원 등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반까지 모든 결제를 업추비 카드로 했다. 이렇게 B 씨가 하루에 사용한 업추비만 60만3970원이었다.

 상황을 얼핏 보면 기업에 근무하는 한 간부의 무분별한 업추비 카드 사용을 그린 영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국내 영화산업 진흥과 기금 관리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영화진흥위원회 주요 임원 가운데 한 사람이 지난해 7월 사용한 업추비 카드의 실제 명세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 북-강서갑)은 영진위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임원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도덕적 해이가 발견됐다고 26일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업추비 사용지침에 따르면 유흥주점, 주류 판매점, 소주방, 호프집, 막걸리집 등에서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또 업추비 집행 시간은 근무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진위의 업추비 카드 집행 명세를 분석한 결과 B 씨뿐만 아니라 주요 임원의 집행 명세 중 기획재정부가 제한하고 있는 시간 외 사용이 무려 270여 건 발견됐다.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사용 횟수도 100건이 넘었다.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교통비 지급 건수가 50건으로 많게는 건당 4만6000원까지 지급됐다. 사용이 제한된 새벽시간대에 주점에서 36만 원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영진위의 이 같은 기형적인 업무추진비 사용 명세는 문체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 명세와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영화발전기금이 고갈되고 있는 마당에 영진위는 ‘모럴해저드위원회’가 되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영진위 주요 임원의 업추비 사용 특징은 업무·용도 외 사용이 다른 기관에 비해 높은 점, 기형적 교통비 지출이 많은 점, 시간 외 사용과 더불어 주점에서 사용한 명세가 빈번하다는 점 등 전체적으로 낭비성 과잉 집행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영진위 주요 임원의 업추비 사용 명세는 8400여 건에 8700만 원이며 사용된 금액은 모두 영화발전기금으로 나타났다.

 전 의원은 “영화발전기금은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내준 소중한 예산”이라며 “소중히 모은 기금을 관리하고 책임질 인사들이 사재처럼 남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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