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은? 그룹 개혁은?.. 롯데 패닉

채성진 기자 2016. 9. 2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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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구속영장 청구 파장] 日롯데홀딩스 경영진 7명 중 신회장 父子 빼면 모두 일본인 구속땐 경영권 日로 넘어갈수도.. 롯데그룹 개혁 작업 올스톱 위기, 兄 신동주 회장 향후 행보 주목

신동빈 회장은 26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소공동 롯데쇼핑 빌딩 26층 집무실에서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보고받았다. 17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였다. 1967년 롯데그룹이 설립된 이후 총수에게 영장이 청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신 회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계열사 보고 등을 취소하고 그룹 법무팀과 영장실질심사 준비에 들어갔다. 롯데는 이날 오전 "(신 회장에 영장 청구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낸 뒤 침묵했다.

롯데 임직원들은 이날 오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근 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검찰 내부의 고민이 깊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긍정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충격의 강도는 더욱 컸다. 일부 직원들은 "그룹의 핵심 임원들이 줄줄이 조사받고,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에서 신 회장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되면 그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것"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 측은 "법원의 판단을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며 극도로 긴장했다. 롯데 내부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28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자산 규모 103조원에 93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5대 그룹 운명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일본인 경영진 몇 명 손에 좌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계 5위 롯데 경영권, 사법부 판단에 좌우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현재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등 일본인 임원 5명을 포함, 총 7명의 경영진이 이끌고 있다. 지난달 말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 후견이 개시된 데 이어 만약 신 회장까지 구속되면 사실상 일본인 경영진만 남게 된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구속 영장이 청구되면 기각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일본 롯데홀딩스의 일본인 경영진이 지난해 7월 회계 부정 혐의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사퇴한 도시바의 다나카 사장 사례를 들면서 신 회장 퇴진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되면 한국 롯데의 굵직한 인수·합병(M&A)이나 투자 등에 대해 일일이 일본인 경영진의 판단을 구해야 하고,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는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현 일본인 경영진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업원지주회, 5개 관계사, 임원지주회 등이 롯데홀딩스 지분의 54.1%를 확보하고 있지만, 신 회장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롯데 측은 지난해 7월부터 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던 신 총괄회장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차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모두 패했던 신동주 회장이 신 회장 경영 공백을 노려 올 초 공언했던 '무한 주총' 전략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경제 충격 감안한 판단 요구돼"

롯데 측은 신 회장 부재가 현실화될 경우, 지난 6월 검찰 수사로 제동이 걸린 호텔롯데 상장 작업 등 그룹 개혁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 프로젝트는 신 회장이 지난해 8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밝힌 그룹 개혁안의 핵심 사업. 무기한 연기될 경우, 99%에 달하는 일본계 주주의 지분율을 65%까지 떨어뜨려 '일본 기업'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롯데의 계획은 어려워진다.

상장 과정을 통해 확보할 최대 5조원대 자금을 바탕으로 호텔·유통·화학 등 핵심 분야의 M&A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마스터 플랜도 올스톱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연말로 다가온 롯데월드타워 공식 개장, 롯데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등 주요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롯데 계열사 주가는 롯데제과 -2.81%, 롯데쇼핑 -1.67% 등 동반 하락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법부가 18만명의 임직원으로 이뤄진 재계 5위 롯데의 경영 위축이 몰고 올 투자와 고용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감안한 신중한 판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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