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 시나리오' 작성 분주

2016. 9.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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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패권주의 급속 약화 EU군대 창설 급물살"
[동아일보]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주류 정치인들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를 괴물에 비유하며 대놓고 조롱해 왔다. 거기엔 “어차피 안 될 후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반면 난민 수용 정책에 반대하는 헝가리와 체코 정상이나 극우 성향의 정치인들은 트럼프를 지지했다.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도 접전 양상이 이어지자 유럽도 트럼프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트럼프 당선이 유럽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매슈 카니츠니그 독일본부장은 최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유럽에서 진행되는 미국의 패권주의 약화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에서 벗어나고픈 유럽인들의 심리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은 그동안 공산주의와 파시즘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 준 미국의 도덕적 우월주의를 인정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도 비도덕적인 본성에 취약하고 선동가의 잘못된 약속에 휘둘릴 수 있는 보통 국가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올해 6월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9%만이 트럼프를 신뢰한다고 답했고 85%는 트럼프의 외교 분야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유럽의 미국에 대한 원심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이슈가 유럽연합(EU) 군대 창설이다. 트럼프는 올해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나머지 회원국들이 의무적으로 개입하는 조항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전쟁이 나도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해 지켜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선언은 16일 “미국이 뒤로 빠지는 선택을 한다면 우리 스스로 지켜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유럽군사령부 창설을 제안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냉전 종식 이후 뚜렷한 적이 없던 유럽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와 크림 반도를 강제 병합한 러시아라는 주적이 생긴 상황이다. 트럼프가 그동안 적대 관계였던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유럽인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메르켈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도했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체결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TTIP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만 배불리는 ‘트로이의 목마’라며 반대하는 유럽 좌파 성향의 정치인과 미국인들의 일자리만 뺏을 거라고 반대하는 트럼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정치에 미칠 파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유럽 주류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열풍이 유럽 극우 정당의 돌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극우 성향의 프랑스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대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찬성하고 주류 정치에 맞선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자유당, 영국독립당 등 극우당 대표들은 공화당 전당대회에도 참석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우파에 치우친 미국을 향한 유럽인들의 조롱이 극에 달했다”며 “한동안 잠잠했던 좌파 반미주의가 유럽 전역에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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