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마다 심의 생략·계열사 갹출..'동원 모금' 정황 뚜렷"

김한솔·윤승민 기자 2016. 9. 2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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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더민주 노웅래 의원, 대기업 공시자료 분석 공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앞줄 왼쪽)이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비서실 전체 조회에서 직원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계열사들을 동원한 ‘쪼개기 출연’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대기업은 수십억원을 출연하면서도 사내 사전심의 과정마저 생략했다. 대기업의 자발적 기부금을 바탕으로 세워진 재단이라는 애초의 설명과는 달리 ‘동원 모금’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이 이사회 규정까지 어겨가며 거액을 출연하고, 약정 출연금을 충당하기 위해 계열사로부터 쪼개기 모금을 했다”고 밝혔다.

노 의원실에 따르면 포스코는 미르재단에 30억원을 출연하면서 내부 사전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사회 규정에는 10억원을 초과하는 기부찬조 경우 이사회에 앞서 재정·운영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도록 되어 있지만 지난해 11월 이사회 의결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일부 대기업은 계열사들을 동원해 두 재단의 출연금을 쪼개기 모금한 정황도 확인됐다.

미르재단에 26억원 출연을 약정한 GS는 GS칼텍스, GS건설, GS리테일, GS홈쇼핑 등 8개 계열사로부터 1억~6억3000만원을 갹출했다. GS는 지난 7월 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서도 8개 계열사가 분담해 16억5000만원을 냈다. K스포츠재단에 43억원을 출연한 현대자동차도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각 9억3000만원과 10억9000만원을 받았다. LG그룹도 LG화학과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등 8개 계열사에서 5000만~10억9000만원을 갹출해 30억원을 출연했다.

노 의원은 “약정금액 충당을 위해 계열사들로부터 갹출까지 받는 행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정권이나 권력실세가 개입하지 않고 전경련이 기획한 사업이라면 기업들이 이렇게까지 무리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돈을 확보한 미르재단은 3차례 정관을 변경해 구체적인 재산 내역과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재단법인의 운영재산 사용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감독 제한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더민주 김영주 의원은 “미르재단이 3차례 정관 변경을 통해 운영재산의 목록과 사용처를 숨기려 했다”고 지적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아이디어를 냈다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두 재단의 설립 및 자금 출연에 대해 “기업들 의견에 따라 결정한 일”이라며 “각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어느 기업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김한솔·윤승민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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