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22년 만에 철도-지하철 총파업..성과연봉제가 뭐길래

김용철 기자 입력 2016. 9. 26. 20:25 수정 2016. 9. 2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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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공감하고 수긍해야 제 효과"


철도와 지하철을 운행하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 노조가 내일(2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모레 28일에는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이 파업에 들어간다. 철도와 지하철이 동시에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22년 만에 처음이다.

공공운수노조는 파업을 발표하면서 노동개악과 성과 연봉제 폐기,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도입한 성과연봉제가 민영화를 위한 길 닦기이고, 재벌의 이익만을 보장해주는 제도라는 이유에서다. 또 공공부문의 성과주의는 공공이익을 침해해 돌이킬 수 없는 국민피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성과연봉제는 해고를 손쉽게 하기 위한 해고연봉제이고 저성과자 퇴출제이며, 공공기관의 노사간 자율교섭에 정부가 개입해 성과퇴출제를 강요하고 협박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관리 방안’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성과연봉제가 성과퇴출제라는 노동계의 주장은 잘못됐고 불법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성과연봉제는 상대평가로 이뤄지며 임금에 관련된 것이고, 저성과자 관리방안은 절대평가로 인사와 관련된 사항이라는 얘기다.

유일호 기재부 장관

이번 노동계 총파업의 핵심이슈 가운데 하나인 성과연봉제는 지난 1월18일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공기관운용위원회를 주재하고 발표했다. 그동안 추진됐던 공공분야의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는 완결판이다.

성과연봉제 적용대상을 1-2급 이상 간부급(전직원의 7%)에서 4급 이상 일반직원(전직원의 70%)으로 확대하고, 기본연봉 차등 수준을 2%에서 3%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성과연봉의 비중은 20-30%, 차등 폭은 2배로 그대로 유지했다.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는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가면 노사합의를 거쳐야 하지만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는 제도이고,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면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도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지난 3월8일 발표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직원 역량 및 성과 향상 지원 권고안‘도 저성과자를 퇴출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저성과자를 선정해 3단계에 걸쳐 교육과 배치전환을 거쳐 알맞은 일을 찾아주고, 그래도 개선의 여지가 없거나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저성과자 관리 방안은 인사 사안으로 공무원의 해고와 관련한 대법원의 비슷한 판례를 볼 때 문제가 없다고도 밝혔다. 공무원은 물론 대부분 공공기관에서도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10일 보도자료를 내고, 120개 모든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도공사를 비롯한 50대 공공기관은 노사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저성과자 관리방안

경영전문가들은 성과연봉제의 성격상 나이와 직군, 역량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반응도 크게 다르다고 말한다.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 내 역량이 뛰어난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성과연봉제에 찬성하지만, 그렇지 못한 조직의 구성원들은 반대한다는 얘기다. 절반 이상이 반대할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것이다.

성과연봉제의 효과를 놓고도 논란이 있다. 미국 기업 어도비의 경우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하자 성과기반의 인사체계를 수정했다. 상대평가로 구성원들이 협력을 꺼리고,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으로 직원 이탈이 급증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공기업 가운데 하나인 한전은 지난 4월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 노사협상을 타결했다. 찬성률은 57%, 한전 경영진들은 성과연봉제를 놓고 직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며 설득했지만 의외로 낮은 찬성률에 놀랐다고 밝혔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제도가 아니라고 설득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성과 평가가 어려운 조직의 경우 상사에게 잘 보이는 직원들이 평가를 잘 받고, 특성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조직의 경우 성과연봉제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한전은 한 달에 한 번씩 조직별 성과를 공개하고, 계속 성과가 안 나오는 조직의 경우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 개선 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한다. 현상권 한전 기획본부장은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이 아니라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을 시정해 성과를 내기 위한 제도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상암동 집회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체 가구의 37%가 전기요금이 50% 이상 올라간 가운데 한전 직원들이 1인당 평균 2천만 원의 성과급을 받게 돼 논란이 됐다. 지난 6월 발표된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전이 A 등급을 받으면서 1인당 평균 월 기본급의 2백 40%를 성과급으로 받게 된 것이다.

한전 직원들은 기획재정부에서 실시한 경영평가의 결과로 받게 된 성과급이라면서 자신들은 전기료를 올릴 수도 없고, 성과급을 결정할 권한도 없다며 따가운 눈총에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책임과 권한이 부합하지 않은 평가였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평가는 물론 직원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획일적이 아니라 조직의 특성과 개인의 성과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공평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평가 기준과 결과에 대해 직원들이 수긍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용철 기자yc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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