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부검, 경찰 "필요" 법원 "불필요" 유족 "불가"

2016. 9.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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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경 26일밤 늦게 부검 영장 재청구

경찰과 검찰이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 집행을 위한 영장을 26일 밤 재청구하며 부검을 둘러싼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유가족과 백남기 대책위쪽은 부검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일단 유가족 손을 들어준 상태지만, 재청구된 영장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처음 입원했을 때는 두피 밑으로 출혈(지주막하 출혈)이 있었다고 되어 있지만,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는 심장정지로 인한 병사로 기록돼 있어 사인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도 “머리에 생긴 외상이 물대포에 직접 맞아서인지, 넘어지면서 땅에 찧어서인지, 혹은 다른 원인이 있는지 등을 명확히 들여다보려면 법의학적으로 부검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 절차상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경찰을) 기소하든 불기소하든, 어떤 결정을 내리려면 부검을 하는 게 맞다. 법원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부검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유족이 원하는 의료인을 참여시켜 부검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부검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새벽 1차로 청구된 영장에 대해 “부검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없다”며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검증영장 중 부검 부분을 기각했다. 영장 전담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부검을 해도 지금 가진 의료기록 등으로 입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백남기 농민의 경우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은 316일 동안의 의료기록이 남아있고, 법원은 이 기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발부했다.

부검이 진실 은폐에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소속 김경일 신경외과 전문의는 “사고 발생 이후 1년 가까이 연명 치료를 한 뒤라 외상의 흔적과 뇌출혈 흔적이 사라졌을 수 있고, 부검하면 오히려 사인이 외상에 의한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국과수가 객관적으로 부검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부검하는 것이 오히려 사인의 본질을 밝히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대포에 의한 외인사라는 것이 전 국민이 아는 명백한 사실이었는데, 경찰이 부검 필요성을 제기하는 순간 명백했던 것이 논쟁적 사안이 됐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사망진단서에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병사’라고 기록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망진단서를 보면, ‘직접원인 심폐정지, 심폐정지의 원인은 급성신부전, 급성신부전의 원인은 급성경막하출혈이고 사망의 종류는 병사’라고 적혀 있다. 이보라 서울 동부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명백하게 외상으로 사망한 환자를 외인사가 아닌 병사라고 했다”며 “급성경막하출혈(외상에 의한 뇌출혈)이 선행사인인데 사망의 원인이 병사라니…(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과 교수도 “사망의 종류를 병사라고 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며 “(알려진 사실로 봤을 때)사인으로 기록된 증상이 모두 머리 외상에서 시작이 됐기 때문에 외인사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인의협의 이현의 신경과 전문의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주치의 윗선에서 ‘병사로 기록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다. 의학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망진단서가 나온 배경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쪽은 “처음에 어떤 이유로 병원에 들어오셨든지 간에 사망에 이르게 된 직접적 사인을 적은 거고 병사가 맞다고 본다. 들어오신 지 300일이 넘었기 때문에 그걸 적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허승 고한솔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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